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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나의 음악, 방황 첫책에 가감 없이 담았죠"

에세이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로 작가 도전

예술가 길 고민부터 평범한 밀레니얼의 이야기

"내 안의 열등감 날 세워 들여다본 작업" 소감





‘연주자는 무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연주를 마칠 때까지 소리의 생명력에 필사적으로 매달려야 한다. 지나간 순간은 다시 되돌릴 수 없으며, 제아무리 완벽한 음악도 소리의 파장이 끝나면 끝이기 때문이다. 그 순간, 그것으로 끝이다.’(조진주 에세이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 15쪽)

누군가에겐 감동의 무대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부단히 외롭고 고된 싸움이다. 몇 분, 몇 시간의 공연을 위해 수십 년 쌓아 온 연습과 눈물, 고뇌는 화려한 무대 위에 드러나진 않지만, 그네들이 ‘필사적으로 매달린’ 소리에 담겨 누군가의 마음에 진한 여운을 남긴다.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33·사진)가 박수갈채와 조명 가득한 무대 뒤 연주자요 또 한 명의 평범한 개인으로서 걸어온 길을 정리한 에세이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아웃사이트)를 펴냈다. 틈틈이 신문이나 잡지에 칼럼을 연재하며 음악계의 ‘글쟁이’로도 유명한 그다. 조진주는 지난 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어릴 적 꿈이 글 쓰고 연주하는 것이었다”며 “이번 책을 통해 내가 살아온 인생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조진주는 17세의 나이로 2006년 몬트리올 국제 음악 콩쿠르 1위와 관중상을 수상하며 국제적 이목을 끌기 시작했고, 2014년 세계 3대 바이올린 콩쿠르 중 하나인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콩쿠르 우승으로 그 실력을 또 한 번 입증했다. 화려한 수상 이력을 자랑하는 그이지만, 이번 책에서는 연주자로 걸어온 길목에서 마주한 고민을 만나볼 수 있다. “‘나는 이걸 해야 하는 사람인가 보다’ 하고 살았어요. 가족에 실망을 안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주변의 칭찬과 관심이 어린 저에겐 동기가 됐겠죠. 그렇게 10대가 지나고 프로 연주자가 되니 ‘내가 원하는 게 이게 맞나’ 하는 의문이 들더군요.” 너덧 살 고사리손이 자라 현(絃)의 감각이 익숙해질 때쯤 역설적이게도 사춘기가 온 것이다. ‘사람들은 예술가가 예술을 선택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니다. 진짜 예술가들은 돌연변이로 태어나 그것밖에 선택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다. 예술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기에 그만둘 수도 없는 사람들이다. 이런 이유로 불행하고 같은 이유로 행복한 양가적인 사람들이다.’(47~48쪽) 여전히 예술가로서의 목적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조진주는 “그래도 이제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눈길을 끈다. 조진주는 책에서 ‘질투심이라는 거울에 열등감이 비칠 때면 나는 자꾸 나 자신을 못나게 만든다. 그런 나를 벌한다. 스스로 내린 벌에 아파한다. 최악의 사이클을 반복하며 몸과 마음을 망친다’고 고백한다. 잘하고 싶은데 뜻대로 안 될 때는 누군가를 질투하고, 열등감을 느끼고, 결국 자신을 갉아먹는 과정을 반복하기도 하는 모습은 화려한 무대 위 연주자가 아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와 너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는 "아시아 출신 여성 연주자로서 유럽과 미국이 주 무대인 고전 음악을 연주하며 열등감이 없다는 건 참 어려운 것 같다"며 “내 내면에 있는 감정 중 가장 싫어하는 것이 열등감”이라며 “사실 이 에세이도 이 부분에 대해 가감 없이 날 세워 표현해 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전했다.



돈을 벌기 위해 온종일 레슨을 하고 패딩을 껴입고 자야 했던 이야기부터 아시아 출신 여성 연주자로서 유럽과 미국이 주 무대인 고전 음악을 연주하며 겪는 열등감, ‘연습 좀 안 해도 악기에서 원하는 소리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솔직 담백한 모습까지 연주자, 그리고 당찬 밀레니얼 조진주의 무대 밖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한편 조진주는 이달 에라토 앙상블 10주년 기념 공연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사운드 시리즈 리사이틀, 제16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등 국내 무대에 오른다. 또 10~11월께 프랑스 작곡가 생상스 사망 100주년을 맞아 앨범을 발매하고 전국 투어를 열 예정이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사진=봄아트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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