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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유화책 '선물' 아닌 '외교적 부담'…韓, 차이나 리스크만 커질 수도

■韓외교 아슬아슬 줄타기…한미동맹 흔드는 中

中, 한미대화 속도 올리자 美와 대칭전략 요구로 맞서

양국관계 격상하자면서 한한령 해제 요구에는 침묵

韓, 외교적 불안만 노출…"美에 잘못된 신호 줄 수도"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3일 중국 샤먼 하이웨호텔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시작하기 전에 인사하고 있다./샤먼=연합뉴스




지난 3일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국은 한중 외교안보(2+2) 대화를 상반기에 추진하기로 했다. 2+2 대화에 참석할 주체도 차관급 이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 간 외교국방 회담은 박근혜 정부 당시인 지난 2015년 열린 후 사드(THAAD) 배치 갈등으로 인해 중단된 바 있다. 중국이 외교안보 2+2 대화에 다시 나선 것은 지난달 서울에서 열렸던 한미 2+2 회담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며 중국을 견제하자 중국도 한국을 적극 끌어당기고 있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미국과 중국이 대치하는 가운데 한국이 서 있는 형국”이라며 “미중 간에 한국을 끌어당기는 분위기가 강한데 미국의 움직임을 중국이 대칭적으로 모방하는 정치 지형이 펼쳐져 우리 외교 전략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에 대칭 전략 나서는 中=중국의 대칭 전략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조기 방한도 추진하기로 했다. 시 주석은 당초 지난해 한국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해 무산됐다. 한중정상회담 일정을 앞당겨 논의한 것은 한미정상회담과 관련이 깊다는 것이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당초 예정보다 앞당기면서 시 주석의 방한도 연쇄 작용으로 빨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중국은 코로나19를 워낙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한국 내 방역 상황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우리 정부가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없다는 모호한 입장을 보이면서 중국이 한미 동맹의 빈틈을 계속 파고들고 있다”며 “중국은 앞으로도 미국과 대칭적인 외교 전략을 구사하며 한미일 동맹의 약한 고리인 한국을 계속 흔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가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경제협력 효과도 얻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게임·영화·방송 등 문화 콘텐츠 분야의 협력 활성화를 위해 중국이 협조해달라며 한한령(限韓令) 해제를 요청했다. 왕 부장은 이에 대해 “한국의 관심사를 잘 알고 있다”며 추가적인 논의 가능성만 열어놓았다. 양국은 다만 코로나19 대응과 기후변화·미세먼지 등 환경 분야 협력과 같이 정치적으로 민감하지 않은 부문에 대해서는 포괄적 합의안을 내놓았다. 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조속히 진행하기로 했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조속한 발효에 노력하기로 했다. 중국의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미중 사이에 외교 입지만 좁아지는 韓=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과 관련해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중국의 경제협력 분야에서 성과가 없었고 오히려 정치외교 분야의 ‘차이나 리스크’만 더 커지는 상황을 맞게 됐다고 평가했다. 미중 사이에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우리 정부의 외교 행보가 불안함을 노출했고, 결국은 ‘자승자박’이 될 위험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에서 우리 정부의 모호한 입지가 외교적 자산이라기보다는 외교적 부담”이라며 “국제사회는 우리 정부의 행보 하나하나를 미중 전략의 프레임 안에서 해석하는데 우리의 실제 의도가 어떻든 동맹국인 미국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위험성이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북 전략 등 외교정책을 확정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중립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 미국에는 중국으로 기울어 있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이 경우 미국의 핵심 외교 전략에서 일본은 중심부에 자리 잡고 우리는 부수적인 관계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미국 주도의 안보 협의체 ‘쿼드’와 관련해 직접적 경고를 취하기 전 우리 정부가 빨리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중국은 쿼드 가입을 콕 집어 “한국의 선택적 다자주의는 곤란하다” 등의 의견 표명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는 이와 관련해 “이번 회담에서 쿼드에 대한 중국의 직접적인 경고가 나오지 않은 점이 다행”이라며 “우리 정부에 남은 시간이 길지 않은데 한미일 동맹의 핵심인 쿼드 가입을 결정할 때가 왔다”고 지적했다.

/강동효 기자 kdhyo@sedaily.com,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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