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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내칼럼
[여명]변창흠의 메타오류

권구찬 선임기자

정권말 정책 불확실성 커졌는데도

취임 한달 만에 83만채 '뚝딱' 발표

LH 사태는 공공만능주의에 경종

민간 배제한 이분법부터 헛짚어





온갖 숫자가 난무하더니 결국 사달이 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는 국민의 분노 게이지를 한껏 높여놓았다. 정부 정책을 믿고 기다렸던 무주택 서민을 ‘벼락 거지’로 만들더니 이번에는 뒤통수를 제대로 쳤다. 지난 1년 사이에 주택 200만 가구를 짓겠다며 수도권 땅을 투전판으로 만들었으니 어쩌면 예견된 참사일지도 모른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 한 달 만에 2·4 대책으로 83만 가구를 뚝딱 내놓았다. 1년여 뒤에 옷 벗을 장관이 엄청난 물량을 쏟아내겠다니 말문부터 막힌다. 숫자 부풀리기 신공은 전임 장관인 김현미 표 공급 대책에서 익히 경험한 적이 있다. 127만 가구라는 숫자가 나온 게 지난해 8월(8·4 대책)이다. 김 전 장관의 말마따나 아파트 공급이 무슨 빵 찍어내는 것도 아니고 이런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지.

물론 변 장관은 길거리 정치에 찌든 김 전 장관과는 결이 다르다. 상아탑에서 부동산 분야의 행정학을 연구했고 서울주택도시공사(SH)·LH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기도 했다. 누가 뭐래도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부동산 전문가다. 하지만 변 장관은 닥치고 아파트를 짓자는 공급 지상주의자와는 거리가 멀다. 그는 강력한 규제 옹호론자다. ‘욕망의 정치와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2008년)’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보면 부동산 가격을 절반으로 낮춰야 하고 1가구 1주택의 실현을 정책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그런 그가 문 대통령으로부터 특명을 받았으니 닥치고 공급할 수밖에 없는 저간의 심정이 이해가 되기는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국토부 업무 보고에서 2·4 대책을 ‘변창흠 표’ 부동산 정책으로 부르며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공공 주도 개발이다.

공공 주도 개발은 문 대통령의 높은 기대와는 달리 시장 반응이 신통치 않다. 비단 83만 가구에 이르는 숫자 놀음의 허망함 때문만은 아니다. 언제 어디서 공급될지 모르는 깜깜이 대책을 두고 네티즌들이 ‘상상 임신’이라고 비판하는 배경에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의 실패로 초래된 집값 폭등을 관(官) 주도로 잡겠다는 것부터 어불성설이다.



헛짚은 대책의 압권은 공공 주도 정비 사업이다. 이는 정부가 용적률 상향 조정과 분양가 상한제 배제 등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땅 소유권을 넘겨받아 개발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방식을 말한다. 문제의 핵심은 불확실성이다.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공공 주도 개발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이건 경험칙이다. 땅 주인이 인센티브로 얻을 이득과 재산권 제약 사이의 저울질도 쉽지 않다. 더구나 LH 직원들의 땅 투기로 공공 개발의 신뢰성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땅 가치의 공정한 산정부터 의심받을 처지인데 어떻게 주민을 설득하겠는가.

변 장관은 과거 세종대 교수 시절 언론사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좋은 정책은 올바른 문제 인식에서부터 나온다. 진단이 잘못되면 엉뚱한 목표가 설정되고 정책 대안도 잘못될 수밖에 없다. 문제 인식부터 잘못된 정책을 제3종 오류 혹은 메타 오류라 부른다.’ 변창흠 표 대책이 딱 그 짝이다.

공공에 맡기면 알아서 잘할 것이라는 공공만능주의는 전형적인 메타 오류다. 공공 주도 개발은 공공성과 경제성·효율성 등 삼박자를 모두 갖춰야 함에도 정책은 신뢰를 잃었고 앞길은 안개가 자욱한 상황이다. 경제성과 효율성은 검증조차 되지 않았다. 공공이 하면 공공성을 저절로 확보하고 민간이 맡으면 투기를 초래한다는 이분법적 인식부터 잘못 짚었다. 국정의 원심력이 강해지는 정권 말에는 새로운 길을 찾다가 헛심을 쏟기보다는 기존 대책이 왜 작동하지 않는지 살피는 것이 순리다. 출발은 공공이 잘할 수 있는 것과 민간이 잘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하는 일이다.

/chan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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