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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재생에너지, 너무 빨리 미래를 보고 있다

◆민동주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전력수요 증가 속 태양광 등 한계

新에너지 전환엔 화석 연료 필수

방향뿐 아니라 속도에 주목해야

석유 안나는 韓, 현실 인식 필요

민동주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특정 산업의 미래를 전망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 분야로 인재와 자본이 집중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미래가 밝다고 예상돼 사람과 돈이 몰렸던 대표적 산업이 석유다. 지난 1950년대부터 30~40년 후 석유가 고갈된다고 예측됐지만 예상은 번번이 빗나갔다. 석유산업으로 몰린 우수한 인재들과 든든한 자본에 힘입어 탐사와 개발 분야에서 눈부신 기술 혁신이 이뤄졌고, 셰일가스 등 비전통 석유 개발까지 승승장구해서다.

그러나 오늘날 석유산업은 과거와 다르다. 세계 각국의 탄소 중립 선언과 재생에너지에 대한 기대로 인해 석유에 대한 관심은 급격히 줄고 있다. 세계 최대 기업이던 엑손모빌은 다우존스지수 산정에서도 제외된 반면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테슬라의 주가는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화석연료에 영원히 의존할 수는 없고 한편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필요성도 커지면서 친환경적인 새로운 에너지원에 관심과 지혜가 모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우리 시대의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속도에도 주목해야 한다. 18세기 산업혁명 시대의 연료였던 석탄이 20세기의 석유로 대체되기까지는 100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최근 보고서에서 석유 수요가 오는 2040년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초기부터 모든 분야에 활용되기는 어렵다. 아직까지는 발전용 에너지원으로 의미가 있을 뿐 도로나 선박·항공용 연료로 쓰이기는 요원하다. 물론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 일부 수송용 에너지도 전기로 대체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전력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해야 하고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도 수십 배 규모로 커져야 한다. 테슬라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5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했지만 전 세계 차량 수 14억 대의 0.04%에 불과하다. IEA는 2040년 전기차 수가 약 3억 3,000만 대로 비중은 전체 차량의 15%가량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경우에도 2040년 전체 차량의 80% 이상은 여전히 내연기관 차량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재생에너지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면서도 동시에 석유 비축량도 크게 늘리고 있다. 2023년 중국의 3단계 석유 비축이 완료되면 중국의 공공 비축 능력은 3억 6,000만 배럴에서 4억 5,000만 배럴로 증가한다. 중국은 여전히 장기 에너지 안보에서 석유의 역할을 중시하고 있다. 독일의 사례도 석유 수요의 견고함을 방증한다. 독일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은 2009년 약 18%에서 2019년 40% 이상으로 크게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석유 소비는 2.5% 감소했을 뿐이다.

일부에서 재생에너지의 우호적 시장 환경 조성을 위해 화석연료의 종말을 쉽게 이야기한다. ‘석유시대의 종말’이라는 과장된 문구로 재생산돼 대중의 관심을 자극한다. 이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과 열정은 너무 빨리 미래로 향하고 있다.

먼 곳만 보고 걷다가 돌부리에 채어 넘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재생에너지에 커진 관심이 석유 수요의 감소로 인식돼서는 안 된다. 빠르게 늘고 있는 에너지 수요 증가량의 일부를 새로운 에너지가 맡는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세계 경제가 절대적으로 석유에 의존하고 있음에도 이 분야에 대한 자본과 인재의 관심은 급격히 줄고 있다. 에너지 업계는 새로운 에너지를 준비함과 동시에 그것이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잡기 전까지는 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석유가 이 땅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냉철한 현실 인식도 가져야 한다.

/손철 기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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