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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정치일반
빨라지는 '尹의 정치시계'···보선·대선 '태풍의 눈'으로

[사실상 대권 출사표 던진 윤석열]

  '검수완박·수사청' 대립에 직 내려놓고 승부수

   야권도 "헌법·법치주의 수호" 협력 입장 내놔

   친문 vs 반문 '프레임 전쟁' 더 격화 가능성

전격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윤 총장은 직원들에게 “여러분과 함께 임기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떠나 아쉽고 송구하다”는 말을 남겼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전격 사의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전격 사의를 밝혔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대검찰청 청사 현관 앞에서 "검찰에서 제 역할을 여기까지"라며 "오늘 총장직을 사직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는 모습. 2021.3.4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끝)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사실상 대권 출사표를 던짐에 따라 윤 총장의 향후 행보가 오는 4월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3월 대선 정국의 핵으로 급부상했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등을 놓고 문재인 정부, 여당과 대립각을 세워 온 윤 총장이 검찰총장직까지 내려놓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임에 따라 친문(친문재인)과 반문 프레임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총장이 사퇴하면서 정치인으로의 변신을 꾀하는 시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야권은 사의 표명이 이뤄진 지 불과 한 시간 만에 여권이 훼손하고 있는 헌법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윤 총장과 힘을 합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부 여당 대 야당, 윤 총장의 대립 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선거 일정이 이어지면서 윤 총장의 ‘정치 시계’는 더욱 빠르게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사의를 표명하면서 사퇴 후 정치 입문 계획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해왔듯이 앞으로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담은 입장문을 통해 그 가능성을 열어놓았을 뿐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그가 정치에 뛰어들겠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기도 전에 그를 선거 국면의 한복판으로 소환했다.

포문은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열었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직무 정지도 거부하면서 소송까지 불사할 때는 언제고 임기 만료를 4개월여 앞두고 사퇴하는 것은 철저한 정치적 계산의 결과”라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이슈를 집중시켜 보선을 유리한 쪽으로 끌어가려는 ‘야당발 기획 사퇴’를 의심케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끝까지 검찰의 이익만을 위해 ‘검찰 개혁’을 방해하다가 사퇴마저 정치적 쇼로 기획해 ‘정치 검찰의 끝판왕’으로 남았다”며 “역사에 길이 남을 최악의 검찰총장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총장을 적극 엄호했다. 김 위원장은 윤 총장의 정계 진출설과 관련해 “(윤 총장이) 자연인이 돼서 한 번 보자고 하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러브콜’을 보냈다. 주 원내대표는 오후 3시 15분 취재진을 만나 보다 적극적으로 “필요하다면 윤 총장과 힘을 합쳐서 헌법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당 차원에서도 논평을 통해 “정부 여당은 헌정사를 새로 쓰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탄생시켰고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중수청마저 급조하려 하고 있다”며 “이렇게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검찰총장의 회한이 짐작된다”고 밝히며 윤 총장의 편에 섰다.



정치권에서는 윤 총장이 선거 국면의 핵으로 부상한 것이 다가온 보선에서 여야 어느쪽에 유리하게 작용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윤 총장은 이번 사퇴로 인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반문의 상징적 인물이 됐다”며 “그가 야권 지지를 선언하든, 선언하지 않든 윤 총장 지지자가 여권 후보에게 표를 던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야권 후보가 윤 총장 지지자의 표를 흡수할 것이라는 얘기다.

야권이 ‘정권 심판’을 내세우며 치를 차기 대선에서도 윤 총장은 사퇴로 반문의 상징이 됨으로써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게 됐다. 야권이 정권 심판을 외치면 외칠 수록,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면 하락할 수록 반문의 상징으로 평가받는 윤 총장은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이미 지난해 10월 법무부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퇴임 후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천천히 생각해보겠다”는 말로 정계 진출을 암시했던 윤 총장이 결단의 시점을 지금으로 택한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 총장의 정계 진출 시기는 임기가 종료되는 동시에 내년 대통령 선거 예비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오는 7월이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었다. 그러나 윤 총장은 그보다 4개월 이른 시점인 이날 전격 사퇴했다.

해석은 엇갈린다. 우선 윤 총장이 같은 율사 출신인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황 전 대표는 정치 감각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늘 따라다녔다. 한 컨설팅 회사 대표는 “윤 총장이 정치 문법에 익숙해지려면 최대한 빨리 나와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수처 출범을 앞두고 정권 차원의 압박이 윤 총장을 결단의 길로 몰아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수처는 곧 인사위원회를 꾸려 수사처 검사를 임명한다. 윤 총장이 7월까지 임기를 채울 경우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권 관계자는 “임기 중에 피의자가 되면 ‘불명예’가 되지만 사퇴 후 공수처 수사가 들어오면 ‘정치 보복’이 된다”고 설명했다.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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