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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확진자 나오면 안되죠” …노숙인 방역 ‘다시서기센터’의 숨가쁜 하루

성공회재단, 서울시 위탁 받아 노숙인 자립 지원

서울역 일대 돌며 마스크 지원에 의심자 관리까지

휴대폰·신용카드·거주지 없어 역학조사 어려움

음성확인 시 입소 가능하지만 여전히 길거리 음주

지난 2일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직원이 서울역 인근 지하도에서 노숙인에게 마스크와 핫팩을 건네고 있다. /강동헌 기자




“아저씨, 마스크 있으세요? 여기 마스크 드릴게요. 꼭 착용하셔야 해요.”

겨울 추위가 아직 가시지 않은 지난 2일 오후 9시. 노숙인 지원 시설인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다시서기)’ 직원 김서경 씨가 서울역 일대를 순찰하던 중 마스크를 쓰지 않은 노숙인이 눈에 띄자 얼른 그에게 다가갔다. 마스크와 빵, 핫팩을 건네자 노숙인은 고맙다며 새 마스크로 고쳐 썼다. 김 씨는 “지난달 서울역 노숙인들 사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을 때 격리 대상자로 분류된 노숙인을 찾기 위해 서울역 인근을 모두 뒤진 적이 있다”며 “노숙인은 전화번호나 주소가 없어 일일이 찾으러 다녀야 하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이어지는 상황 속에 집단 감염에 취약한 노숙인 방역의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이들이 있다. 다시서기와 같은 노숙인 지원 시설 직원들이 그 주인공이다. 숙식 지원 등을 통해 노숙인의 자립을 돕던 이들은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는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시설 방역부터 의심 환자 관리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로부터 민간 위탁을 받아 노숙인 지원 센터를 운영 중인 곳은 다시서기, 브릿지, 영등포 보현 등 총 3곳이다. 이 중 다시서기 직원들의 코로나19 관련 업무는 서울역 일대를 순찰하며 노숙인들에게 간식과 핫팩, 마스크를 나눠주는 것이다. 노숙인 명부를 작성해 노숙인들이 일주일마다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돕는 것도 이들의 업무다. 노숙인들이 다시서기가 운영하는 센터와 급식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일주일 이내 발급된 코로나 음성 확인서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직원들이 서울역 일대를 돌며 노숙인들을 점검하고 있다./강동헌 기자




노숙인들 가운데 확진자가 나왔을 경우 역학조사가 쉽지 않다는 점은 다시서기 직원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다. 감염 경로를 추적하는 데 필수적인 휴대폰과 신용카드가 없는 노숙인들이 많은데다 주거지도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발품 팔아가며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이들을 일일이 찾으러 다닐 수밖에 없다.

격리 시설에 들어간 노숙인들을 관리하는 일도 쉽지 않다. 다시서기에서 근무하는 이형윤 사회복지사는 “집이 없는 노숙인들은 자가 격리가 불가능해 호텔에 격리되는데 한 노숙인이 정신 질환으로 호텔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일이 있었다”며 “경찰의 도움을 받아 겨우 격리 시설에 입실시킬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 같은 직원들의 노력 덕분에 서울역 일대 노숙인들 사이에서는 지난달 18일부터 3일 현재까지 2주 동안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안재금 다시서기 실장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안 실장은 “코로나19 음성 확인증이 있으면 누구나 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데도 음주를 위해 길거리를 택하는 분도 있다”며 “혹시 확진자가 나올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이날 밤 서울역 일대를 둘러본 결과 지하도 한쪽에서 6~7명의 노숙인이 둘러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 전체 거리 노숙인(시설 입소자 제외)은 약 73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오는 4~6월 사이로 예정돼 있다. 안 실장은 “어떤 백신을 맞게 될지는 미정이지만 접종이 쉽지 않은 노숙인 특성을 감안해 되도록 1회 접종으로도 충분한 백신으로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동헌 기자 kaaangs10@sedaily.com, 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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