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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 1942년 압출식 사출좌석 등장

조종사 생명 지키는 최후 보루

1982년 호주에서 시범 비행하던 미 공군 곡예비행 팀의 F-16 조종사가 추락 0.8초 전 탈출하는 장면. 관중 6만 명이 모였으나 아무도 다치지 않고 조종사도 생환한 이 장면은 가장 극적인 사출 순간으로 손꼽힌다.




공군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무엇일까. 답은 자명하다. 사람. 10년 경력의 숙련 조종사 1명을 양성하는 데 투입되는 예산만 100억 원가량. 경력이 같더라도 시범 비행, 곡예비행 조종사를 키우려면 약 170억 원이 든다. 교육 비용도 비싸지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은 조종사들의 자신감과 사기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세계 각국이 오늘날 비행 안전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군용 항공기 등장 초기 인식은 요즘과 한참 달랐다. 일부 지휘관은 ‘군기가 빠진다’는 이유로 낙하산 지참을 아예 금지했다. 공중전과 대공사격이 치열해지며 낙하산 탈출이 권장됐지만 결코 안전하지 않았다. 기체가 불타거나 빙빙 도는 상황에서도 의지를 갖고 캐노피(조종석 유리)를 열고 뛰었으나 수직 꼬리 날개에 부딪혀 목숨을 잃는 사례가 잦았다. 각국은 사출좌석(ejection seat) 개발을 서둘렀다.

공식적으로 처음 선보인 나라는 독일. 1942년 1월 13일, 제트전투기 선정 경합에 나선 하인켈 He 280기가 이상 결빙으로 추락했지만 조종사는 압출식 사출좌석으로 탈출해 목숨을 건졌다. He 280은 경쟁 대상인 메서슈미트 Me 262에 패배했으나 사출 기록을 처음 세웠다. 제트 시대가 열리며 군용기가 더욱 고도화하면서 사출좌석도 첨단으로 진화했다. 사출좌석이 조종사의 생명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우리 공군의 기록이 말해준다.



지난 2000년 이후 추락한 F-5 계열 전투기는 11대로 조종사 13명이 순국하고 말았다. 같은 기간 중 F-16 계열 전투기는 9대가 추락해 2명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 수 차이는 세 가지 이유 탓이다. 기령(機齡·기체 나이)과 위기 시 비상 연료 유무, 사출좌석의 성능이 삶과 죽음을 갈랐다. F-5 전투기 사고 직후 군 당국은 신형 사출좌석을 달았다. 마치 거짓말처럼 이후 발생한 F-5 추락 사고에서 조종사들은 무사히 돌아왔다. 최신 사출좌석에서 한국은 세계적 관심을 끈 적도 있다.

2010년 대구기지에서 모 장군이 F-15K 전투기의 후방석 사출 레버를 무심코 당기는 통에 50m나 솟구치는 사례를 남겼다. 기체는 손상되고 공군은 망신을 당했으나 영국의 사출좌석 제작사는 성능이 재확인됐다며 쾌재를 불렀다. 영국의 제작사는 자사 사출좌석으로 생환한 조종사들을 국적에 관계없이 ‘이젝션 클럽’ 회원으로 모시며 기념품을 주고 모임에도 초빙한다. 이 클럽의 회원이 많다고 부끄러울 것은 없지만 궁금증이 남는다. 모 장군님도 이 클럽의 회원이신지가.
/권홍우 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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