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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토하고, 엄마는 노로바이러스에 걸렸다 [서지혜 기자의 건강한 육아]

겨울철 육아 불청객 3대 바이러스 시리즈 ① 노로바이러스

'강력한 바이러스' 60도에서 30분간 가열해도 감염성 유지

치료제도 없어... 감염자 구토, 설사 만지기만 해도 전염

‘손 씻기·끓이기·소독하기’ 습관화만이 예방법

사진=이미지투데이




“아이가 안 먹고 계속 토만 해”

어느 날 30개월 된 딸을 키우는 친구가 단톡방에서 “가족모임하고 집에 왔는데 애가 계속 먹은 음식을 게워낸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친구는 가까운 소아과에서 아이가 장염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아이가 아픈 수백 가지 이유 중 장염을 가장 싫어합니다. 장염에 자주 걸려본 분들은 알겠지만 일단 배가 너무 아프잖아요. 아이가 그렇게 아플 거라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너무 힘든 게 첫 번째 이유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반복되는 구토와 설사입니다. 저는 언젠가 쌍둥이 아이가 한꺼번에 장염에 걸려 30분 간격으로 설사가 묻어나는 옷을 갈아입히고, 밤 사이 두세 차례 토한 이불을 걷어내는 등 고역을 치른 적이 있습니다. 아이가 아파서 마음이 아플 겨를도 없이 몸을 고단하게 하는 ‘고약한 병’이 바로 장염입니다.

그런데 이틀 뒤 친구는 더욱 어마어마한 소식을 전했습니다.

“애가 노로 바이러스고, 나도 옮았어....”

토하고 설사하는 게 주요 증상인 ‘노로 바이러스’에 걸렸다니, 애만 걸린 게 아니라 애랑 엄마가 같이 걸렸다니. 세상에, 이런 지옥이 어디에 있나요. ‘이게 실화냐’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습니다.



끓여도, 물에 타도 안 죽는다…돌아온 ‘노로의 계절’


노로바이러스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노로바이러스는 장에 걸리는 감기로 60도에서 30분간 가열해도 감염성이 유지되는 ‘강력한 녀석’입니다. 일반 수돗물의 염소 농도에서도 불활성화 하지 않을 정도로 저항력도 강합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친구 사례처럼 ‘아이가 노로 바이러스에 걸렸는데 가족 전체가 옮았다’는 사례를 흔하게 접할 수 있는데요, 소량의 바이러스로도 감염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감염자의 대변 또는 구토물을 만지는 것 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으며 감염자가 접촉한 물건의 표면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감염은 증상이 발현되는 시기에 가장 강하지만 회복 후 3일에서 길게는 2주까지도 전염성이 유지됩니다. 하지만 뚜렷한 약은 없습니다. 걸리면 설사, 구토, 구역질, 복통 등이 주요 증상이기 때문에 각 증상에 맞는 약을 처방 받을 뿐입니다.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회복되고 경과도 좋기 때문에 외래에서 치료를 진행하지만 영·유아가 노로바이러스에 걸려 구토와 설사를 반복하면 탈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입원 치료를 동반합니다. 초기에는 고열을 동반해 감기에 걸린 게 아닐까 하며 해열제를 먹이기도 하는데요, 증상이 심상치 않으면 ‘반드시’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아야 합니다.





‘약도 없는’ 노로바이러스…‘씻기·끓이기·소독하기’만이 살 길



때문에 노로바이러스는 무조건 예방만이 살 길입니다. 오염된 음식, 오염된 물, 감염자와 식사, 감염자가 만든 음식, 감염자의 분변이나 구토물 등 감염자가 잠시라도 스친 모든 환경이 감염 경로기 때문에 의심이 되면 ‘손 씻기·끓이기·소독하기’를 습관화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노로바이러스는 입자가 작고 표면 부착력이 강하기 때문에 비누로 30초 이상 깨끗이 씻어야 합니다. 음식을 조리할 때는 위생장갑을 착용하고 가열 조리할 때는 내부까지 충분히 익힙니다. 어패류는 85도에서 1분 이상 완전히 익히고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되기 쉬운 지하수는 반드시 끓여 마십니다. 채소류는 가정용 염소소독액으로 5분 이상 담근 후 세척합니다. 절단 작업도 세척 후에 진행해야 합니다. 염소 농도 200ppm의 소독액으로 조리대와 개수대도 수시로 소독합니다.

아이나 가족이 노로바이러스 관련 증상을 나타내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합니다. 환자의 비말 뿐 아니라 오염된 손으로도 감염되기 때문에 화장실, 변기, 문 손잡이 등은 염소 소독제를 400배 희석해(염소 농도 1,000ppm) 소독합니다. 아이가 노로바이러스에 걸려 토하거나 설사를 해 뒤처리를 할 때는 아무리 급해도 위생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아이를 돌봐야 하는 부모까지도 감염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아프면 답 없다’…죄책감 갖지 말아요




기사를 쓰다 보니 한숨이 나오네요. 아이들이 장염에 걸렸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우리 집이 더러웠나”였습니다. 아이가 노로바이러스나 장염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으면 많은 부모들이 “내가 위생 관리를 잘못했나”하는 죄책감이 먼저 생긴다고 합니다. 전혀 그럴 필요 없지만 저도 그렇게 되더라고요. 앞서 언급한 친구 역시 본인이 노로 바이러스에 걸렸는데도 아픈 아이 병간호를 하며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고 해요. 하지만 육아를 하면서 이 정도 예방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가정돌봄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 모두들 지쳐있잖아요. 전국의 모든 부모님들, 열심히 해야겠지만 죄책감은 갖지 말아요. 추운 계절 힘냅시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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