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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시그널] 똑똑한 사람들이 동시에 정직하게 보이는 이유(영상)







2020년 하반기에 주요 키워드를 꼽으라고 한다면 ‘코로나19’와 더불어서 단연 ‘의사’를 꼽을 수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고생하는 의료진들을 위해 ‘덕분에 캠페인’도 진행하면서 국민들은 의료진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기세가 수그러들지도 않은 상황에서 의사들은 의대 정원 확대, 공공 의대 설립 등에 반대하며 파업하고, 진료와 국가고시를 거부하는 등 ‘의사’는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이에 의료 공백이 생겼고 일부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해 의사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비판의 목소리는 확산됐다. ‘의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국민들은 의사를 기본적으로 생명을 다루는 고귀한 직업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높은 학력에 전문직인 사람들이 이익을 추구하는 모습에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비단 의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검사, 판사 등 법조인 혹은 고위공직자의 얘기이기도 하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와 잘못된 행태를 저지르는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을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이야기 나눠봤다.

Q. 왜 우리는 똑똑한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정직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일반인 중에서 정직할 확률하고, 전문가 집단에서 정직할 확률을 뽑으면 아마도 거의 차이가 없을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해석하고 바라보는 이유는 후광효과(Halo Effect)에서 찾아볼 수 있다. 후광효과는 일반적으로 어떤 사물이나 사람에 대해 평가를 할 때 그 일부의 긍정적, 부정적 특성에 주목해 전체적인 평가에 영향을 주어 대상에 대한 비객관적인 판단을 하게 되는 인간의 심리적 특성을 말한다. 학창 시절 공부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던 사람들이 누구나 선망하는 전문적인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할 때, 일반 대중들은 그들에게 당연히 신뢰를 가지고 그들의 판단과 행동만을 기다린다. 이런 믿음은 당연히 그들은 자신의 신념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정직한 사람들이라는 기본적인 생각에 기반한다.

저명한 행동경제학자인 댄 애리얼리가 똑똑한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지 안 하는 지에 대해서 하버드 경영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첫 번째 집단은 15분 동안 기본 소양을 묻는 50개의 질문에 답하는 것으로, 끝난 후 학생들은 답안지와 채점표를 제출하게 되며 시험감독관은 제출한 채점표를 가지고 채점을 한다. 그리고 하나를 맞출 때마다 10센트씩 준다. 두 번째 집단은 학생들의 채점표에 희미하게 답이 표시돼 있다. 답을 채점표에 옮긴 학생들은 채점표 맨 위에 맞힌 개수를 적고 답지와 채점표를 제출했으며 시험감독관은 맨 위에 적힌 숫자만 보고 정답당 10센트씩 줬다.

첫 번째 집단에서 사람들이 맞힌 평균 정답 개수는 32.6개였다. 두 번째 집단에서 맞춘 평균 개수는 36.2개였다. 물론 두 번째 집단이 똑똑했을 수도 있지만, 실제 부정행위를 다수 목격했으므로 부정행위의 결과로 봐도 무방하다. 실험의 결과만 봐도 똑똑한 사람들 역시 기회가 주어졌을 때 많은 사람이 속임수를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는 의사집단, 법조인집단, 고위 임원이라 해서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기대를 할 필요는 없다. 그들도 부정행위를 할 수 있다는 점은 항상 생각해야 할 것이다.

Q. 왜 그들은 계속 부정행위를 하는 것일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는 범죄에 대한 인간의 행동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연구했는데, 그는 범죄에 드는 비용과 그로부터 얻는 편익을 계산해서 범죄를 결정한다고 했다. 다만 그 이론이 전부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우선, 범죄 요인에는 다양한 것이 있고 비용은 범죄가 일어날 확률과 형량(벌칙금)의 곱인데, 둘 다 높인다고 하더라도 실험 결과에 별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에 댄 애리얼리는 경제적, 금전적인 동기만이 아닌 도덕적 동기 역시 선택적 상황에서 인간행동을 조절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도덕적 동기를 다양하고 모호하다는 측면에서 퍼지 요인이라 불렀다. 마음의 양심과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는 것도 이러한 도덕적 동기를 생각한다는 뜻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정직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망과 부정행위로 이득을 얻고 싶은 모순된 욕망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하고 이를 인지적 유연성(cognitive flexibility)에서 균형을 찾는다고 한다.

댄 애리얼리는 “거짓말과 부정행위는 전염된다”고 했다. 구성원들이 하니까 따라 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즉 부정행위 사례들처럼 나 하나쯤이야 라는 생각이 들면서 많은 사람이 그러한 행위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Q. 어떻게 해야 그들의 부정행위를 막을 수 있나?
이것도 역시 댄 애리얼리가 했던 실험에서 힌트를 얻어야 할 것 같다. UCLA에서 했던 실험이다. 우선 참가자들은 수학 문제를 5분 동안 최대한 많이 풀어야 했다. 그리고 제비뽑기를 해서 이기면 맞춘 문제당 10달러를 받는 실험이었다. 커닝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놓고, 한쪽은 수학 문제를 풀기 전에 고등학교 때 읽었던 책을 떠올리게 했고, 한쪽은 문제를 풀기 전에 십계명을 떠올리게 했다. 결과는 고등학교 때 읽었던 책을 떠올린 집단의 정답 수는 4개가 넘었다. 반면 십계명을 떠올린 집단의 정답 수는 3개였다.

이 실험 결과에 따른 시사점은 윤리적이고 규범적인 내용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부정행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직업윤리 혹은 그와 유사한 도덕 규범을 상기하고 맹세하는 것만으로도 부정행위를 저지를 확률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법정에서, 그리고 청문회 등에서 하는 선서와 의사들의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아마도 이러한 우리의 마음 작용에 대해 선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만들어 놓은 것일 수도 있겠다. 물론 그러한 방법들은 넛지 정책에 해당하기 때문에 모두에게 효과를 발휘할 수는 없겠지만,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일부에게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는 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정민석기자 dud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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