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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로터리] 사혈법과 통계 (feat. 금융)

■손병환 농협은행장

손병환 농협은행장




사혈법은 환자의 몸에서 다량의 피를 뽑는 치료법이다. 불과 100여 년 전까지 서양의학에서 활용됐다. 민간요법 중에 체했을 때 손가락을 찔러 피를 내는 것도 일종의 사혈법인데 다량의 피를 뽑다가는 도리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19세기 사혈법은 많은 의사의 지지를 받았고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을 설립한 윌리엄 오슬러(1849~1919년) 경은 의사들에게 사혈 치료를 적극 권장했다고 한다.

사혈법의 부작용이 밝혀지고 중단된 것은 프랑스에서 사혈법으로 치료받은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사망률에 대한 비교 통계가 나온 후라고 한다. 하지만 사혈법에 관한 통계 이후에도 의학이 통계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렸는데 이는 의학이 갖는 고유한 성격도 한몫한다.

당시 많은 의학자는 환자 개개인의 특성이 모두 다르기에 환자 집단의 통계 정보로는 질병의 원인을 밝히거나 치료 효과에 대해 단언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이들의 고민은 오늘날에도 모두 해결됐다고 보기 어렵다. 똑같은 치료 방법이나 약이라고 해도 개인마다 효과에 차이가 있을 수 있기에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금융도 통계를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신용 평가 역사는 지난 1940년대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용 평가는 소득·재산·직업 등 여러 데이터를 활용해 대출 신청자가 원금을 제때 갚을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이후 은행은 컴퓨터를 활용하며 더 많은 데이터와 정교한 통계 이론으로 신용 평가를 발전시켜왔다. 하지만 과거 소득과 재산 정보만으로 미래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따른다. 대출이 필요한 청년 사업가는 은행원에게 본인의 미래 가능성에 대해 설명을 하지만 그를 평가하는 것은 주로 컴퓨터다.

결국 의학과 금융 모두 통계를 활용하는 데는 같은 과제가 남는다. 불치병 환자를 치료하고 청년 사업가를 지원하려면 우리는 지금까지의 통계를 반드시 뛰어넘어야 한다. 다행히 최근 통계학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다. 의학에서는 유전 정보를 비롯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정밀 의료를 도입하고 있다. 금융에서는 이미 개인의 행동 패턴이나 성향까지 분석해 신용 평가에 반영하려는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투자·자산 관리, 금융 사기 예방 등 여러 분야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 농협은행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통계 기법을 더욱 활용해 고객 한 분 한 분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우도록 모든 역량을 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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