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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막장드라마', 인기만 있으면 그만일까

박준호 문화레저부 기자





“등장인물들이 너무 최악으로 그려져서 슬프네요. 이기심만 가득한 사람들로 그려지니 보기 힘드네요.”

지난 10월부터 방송 중인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시청자 게시판에 한 시청자가 올려놓은 지적이다. 100층짜리 펜트하우스를 배경으로 상류층의 부동산과 교육 전쟁을 그리는 이 드라마는 어른들의 욕심과 아이들의 비뚤어진 모습을 담아낸다. 주요 인물들의 악행은 이른바 막장드라마 중에서도 수위가 높다. 불륜은 물론이고 기관총 난사에 살인 후 사체 유기·은폐 등이 등장한다. 중학생들이 또래에게 누명을 씌우고 모멸감을 주는 학교 폭력 장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100건 넘는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시청률은 높다. 두 자릿수 시청률의 공중파 드라마가 희귀한 시대에 수도권에서 20%대를 넘어섰다. 시즌2·3도 준비 중이다. 빠른 전개와 카타르시스가 중장년층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복수극은 언제나 시청자들을 끌어당기는 소재다. 짜릿한 복수, 판타지 같은 전개는 답답한 현실을 잊게 한다. ‘욕하면서 본다’는 이른바 막장드라마가 혹평에도 꾸준히 인기를 얻는 이유다. 그러니 막장드라마라도 인물의 개연성, 구성적 완성도를 높이면 작품으로서 가치는 있다.



문제는 이런 식의 드라마들이 너무 많아졌다는 점이다. 지난달 종영한 MBN ‘나의 위험한 아내’는 첫 회부터 남편이 아내의 살해를 모의한 후 납치·고문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3% 이상의 시청률을 확보했다. KBS2 일일극 ‘비밀의 남자’ 역시 폭행·납치·성폭력 등 자극적 전개와 낮은 개연성에도 17%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천편일률적인 콘텐츠의 최대 피해자는 다양한 드라마를 볼 수 없는 시청자다. 방송사·제작사로서는 욕먹어도 당장 시청률만 높으면 그만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비슷한 구성의 드라마가 언제까지 시청자들을 붙잡아둘 수 있을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등 볼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이는 결국 TV 드라마 시장 위축을 초래할 뿐이다. 눈앞의 시청률만 좇다 스스로 발목을 잡는 일은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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