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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청 혼선에 지자체까지 반기...길 잃은 재산세 감면

6억vs9억 중저가 기준 놓고 이견

지방정부는 "세수 줄어든다" 반발

與, 종부세 증가분으로 보전 검토

'재보선 의식' 설익은 정책만 비판

이낙연(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한정애(왼쪽) 정책위의장, 박광온 사무총장과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재산세 감면과 관련해 진퇴양난에 빠졌다. 당·정·청 간 재산세 완화 대상 기준을 두고 조율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이 재산세 인하에 크게 반발하면서 말 그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지방정부의 세수 부족은 헤아리지 못한 채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만 보고 성급하게 재산세 인하를 밝히면서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특히 민주당 일각에서는 종합부동산세를 걷어 재산세 인하로 세수 타격이 예상되는 지방정부를 지원해 달라는 요구까지 나오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종부세가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부동산교부세 형태로 100% 지원되는 상황에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지방 간 갈등만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9일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기초자치단체는 재산세 의존도가 매우 높아 세율이 조금만 낮아져도 큰 타격이 올 수 있다”며 “대안으로 내년 종부세 증가분을 재산세 수입 감소로 고통 겪는 기초지자체들에 배분해주는 방안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시지가 9억원 이하를 ‘중저가 주택’으로 보고 재산세 부담을 낮추면 전국 아파트의 97.7%(2019년 말 기준)가 감면 대상이 된다. 공시지가 9억원 주택은 현재 12억원 안팎에 거래된다.

재산세가 지방세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지방정부로서는 직격탄이 예상된다. 실제 경기도의 경우 주택 재산세가 전체 1조6,000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재산세 감면 기준을 9억원까지 높이면 전체 주택의 90%가 포함된다고 가정했을 때 1조4,400억원(주택 재산세의 90%)의 상당 부분이 줄어들게 된다. 현재 공시가 3억원인 주택의 경우 재산세를 0.05%포인트 감면받게 되면 재산세가 26.3% 인하되며 6억원인 주택은 16.9%, 9억원인 주택은 0.15% 줄어든다.

서울의 A자치구의 경우도 올해 예산 6,800억원 가운데 지방세는 800억원에 불과한 상황이다. 800억원 중 재산세는 700억원에 달한다. 지방세의 절대 비중이 재산세인 셈이다. 나머지 100억원은 등록면허세 등 기타 세입이다. 해당 구청 관계자는 “구의 특성상 9억원 이상 아파트 비중은 0.1% 수준에 불과하다”며 “6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해 재산세율을 0.05%포인트 인하하면 단순 계산해서 700억원의 재산세 중 15%인 100억원에 달하는 재산세 수입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산세 완화 기준을 9억원까지 높일 경우 그나마 6억~9억원 사이 아파트 세수까지 줄어들어 그 감소 폭은 더욱 커진다”고 우려했다.



특히 수도권은 재산세 감면 폭탄을 맞으면서도 종부세로 보전되는 부동산교부세 지원 규모가 적어 세입에 더욱 불리한 조건을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부세법 시행령상 부동산교부금 기준은 ‘재정여건’이 50%로 결정적인 기준이 되고 있어서다. 전국 226개 시·군·구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50%를 웃도는 시·군·구는 13곳(5.8%)에 불과한 상황으로 서울 강남·중구·서초·종로, 경기 화성·성남·용인·이천·하남·수원·안산·과천 등 모두 수도권에 몰려 있다. 다시 말해 재정여건이 부동산교부세 지원의 주요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수도권보다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일수록 지원 폭이 크다. 결국 종부세를 수도권에서 집중적으로 걷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에 지원하는 상황에서 수도권 지역은 재산세 감면 폭탄까지 받는 ‘이중고’를 겪게 될 상황이다.

당·정·청이 이날 예정된 재산세 감면 대책 발표를 연기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세수 관련해 불안이 있는 지자체장들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야 할 필요가 있어서 다 듣고 정리하고 있다”고 했다. 지자체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드러낸 발언으로 당내 수도권 의원 역시 불만을 표출하고 있어 재산세 인하를 두고 당내 이견까지 부각되는 양상이다. 인천시 한 의원은 “지역구에 공시지가가 아니라 시세 6억원 넘는 집도 드문데 재산세 인하가 무슨 효용이 있냐”고 지적했고, 경기도 지역 의원은 “민원이 엄청나게 들어오고 있다며 재산세 인하 자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정이 이렇자 청와대에서도 신중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재산세 인하 기준을 조정 중이지만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 입장의 완화로 비쳐질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당과 청와대·기획재정부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까지 참여해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송종호·박진용·윤홍우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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