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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보험사 RBC에 불신 쌓이는 이유

서은영 금융부 차장





“만기보유채권을 매도가능채권으로 재분류할 경우 지급여력비율(RBC)이 약 61%포인트 증가해 업계 최고수준으로 오른다.”

최근 한 보험사는 후순위채권 발행을 알리는 보도자료 말미에 이런 문구를 적었다. 추가적인 채권발행이나 채권 계정 재분류를 당장 검토하고 있지는 않지만 RBC를 끌어올리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RBC는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증권사 순자본비율(NCR)과 마찬가지로 보험사의 건전성을 확인하는 지표다. 금융 당국이 정한 규제 수준은 100%지만 200%만 밑돌아도 보험 가입자와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는 이유는 오는 2023년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시행에 맞춰 도입될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를 적용하면 RBC가 현재의 절반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어서다. 이런 우려 속에 보험업계에 펼쳐지는 진풍경이 있다. 보험사들이 앞다퉈 보유 채권 재분류를 통해 RBC 끌어올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의 실질은 달라지는 게 없지만 건전성 지표는 크게 개선되는, 일종의 착시효과를 노린 것이다.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킥스 도입으로 가뜩이나 저금리로 위기에 처한 보험사들이 자본 확충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그럼에도 금융 당국이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기존의 RBC로는 보험사의 체력을 있는 그대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춘 건전성 지표를 통해 국내 보험사의 대외신인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킥스 도입 시기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상당수 보험사가 제도 변화에 발맞춰 자본 확충과 부채 구조 개선을 통한 체력 다지기에 나서기보다 착시효과에 기댄 채 기존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보험산업 진단과 과제-재무건전성’ 보고서를 통해 금융 당국이 킥스 도입 시기를 못 박아 보험사의 선제적 대응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만 보험업계가 스스로 위험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위험관리 지배구조’를 확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보다 시급한 것은 매 분기 보험사들이 현행 RBC와 함께 킥스 세부기준에 맞춰 산출한 RBC를 함께 공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우선 IFRS17 도입 스케줄과 별개로 보험사의 적극적인 대응을 유도할 수 있다. 연착륙을 통해 업계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또 한편으로 고객과 주주들은 킥스 도입에 앞서 보험사의 실질을 파악하고 가입과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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