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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주세요" 외친 '라면 화재' 형제 여전히 의식불명…"돕겠다" 온정의 손길 이어져

지난 14일 오전 11시16분께 A군(10)이 살던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빌라 건물 2층 거주지에서 불이 나 A군과 동생 B군(8)이 중상을 입었다. 사진은 형제가 살던 인천시 미추홀구 빌라 2층 집 부엌의 모습./연합뉴스




비대면 수업으로 등교하지 못한 상황에서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라면을 끓여먹으려다 불이 나 중화상을 입고 중태에 빠진 초등학생 형제가 여전히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키우고 있다.

20일 인천 미추홀구청과 인천 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발생한 미추홀구 빌라 화재로 크게 다친 A(10)군과 B(8)군 형제는 서울의 화상 전문병원 중환자실에서 아직까지 치료 중이다. 사고 당시 연기를 많이 마신 형제는 자가호흡이 힘들어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동생 B군은 지난 17일 저녁 잠시 의식을 찾았지만 다시 의식불명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는 지난 14일 오전 11시16분쯤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도시공사 임대주택인 4층짜리 빌라 2층 형제의 거주지에서 발생했다. A군은 전신 40% 화상을, B군은 5% 화상을 입었다.

사고발생 6분 만에 “살려주세요”만을 외친 이들 형제의 다급한 신고가 119에 접수됐고, 소방당국이 5분 뒤 현장에 도착해 불을 껐지만 이들 형제는 장기 손상 등으로 중태에 빠졌다.

이번 화재는 초등생 형제가 어머니가 자리를 비운 사이 라면을 끓이다 발생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이들 형제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자 이들을 돕겠다는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형제를 지원하는 지정 기부 신청을 받는 사단법인 학산나눔재단에는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140여명으로부터 모두 3,000여만원의 기부금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회성 기부 대신 이 형제를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싶다고 밝힌 기부자도 있는 가운데 재단 측은 모인 기부금을 구청과 협의해 초등생 형제를 돕는 데 쓰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형제가 거주하는 용현동 행정복지센터 등에도 형제를 도울 방법을 묻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여기에 인천소방본부도 중태에 빠진 이들 형제의 치료비 명목으로 ’119원의 기적 성금‘ 으로 모인 5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편 이번 화재를 두고 일각에서는 여러 차례 사고 발생 가능성을 예고하는 징후들이 있었지만 이를 외면하고 무시한 ‘인재’(人災)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형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사태로 인해 학교에 가지 못한 것이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사고발생 시각은 평소 형제가 학교에 있었을 시간으로 등교했다면 급식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어 안타까운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등교하지 않았더라도 ‘돌봄교실’을 신청하면 급식지원은 가능하지만 아이들의 어머니는 돌봄서비스 제공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돌봄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은 모친은 사고 당시 집에 없었고 아이들이 스스로 밥을 먹으려다 참변이 발생한 것으로 보여 아쉬움이 큰 상황이다.



여기에 이들 형제 어머니의 아동학대·방치 의심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모친 C씨는 지난 2018년과 2019년에 이어 올해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아동학대로 112 신고가 접수돼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C씨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지난달 검찰에 송치됐다. 형제를 신체적으로 학대하고 방임한 혐의다. C씨는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 장애(ADHD)를 앓는 큰아들을 “말을 듣지 않는다”며 때리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 전날과 당일에도 아이들만 집에 두고 나온 C씨는 지난 16일 경찰 면담에서 “화재 당시 지인을 만나고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C씨를 아동보호 사건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검찰이 아동보호 사건으로 청구하면서 C씨 건은 인천가정법원에 회부됐다.

아동보호기관은 지난 5월29일 인천가정법원에 C씨와 이들 형제를 격리조치 해야한다며 보호명령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달 27일 C씨에게 1주일에 한 번씩 6개월 동안 전문기관 상담, 두 아들은 12개월 동안 상담을 받으라는 처분을 내리고 격리조치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천시와 관할 구가 복지 사각지대를 놓쳤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들 형제는 아버지 없이 엄마와 셋이 사는 기초생활수급 가정이다. 매달 수급비, 주거지원비 등 160만원가량을 받았으며 인천도시공사에서 공급하는 보증금 260만원짜리 전세 공공임대주택에서 지내왔다. 대표적인 복지 취약계층인 한부모가정이지만 돌봄 복지에서 소외됐다.

때문에 이번 사고는 돌봄 공백과 행정·사법 당국의 아동보호 조치 미흡 등이 종합적으로 얽혀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 등은 이번 사고와 관련,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빚어질 수 있는 각종 사건·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는 우선 각 군·구와 함께 지역아동센터 등 돌봄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아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전수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돌봄소외 위험 대상 아동을 발굴해 맞춤형 통합서비스를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시는 이번과 같은 위기상황에 처한 가구가 생길 경우 관련 기관·단체 등과 연계한 응급대응팀을 가동해 신속한 조치와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인천시교육청도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돌봄서비스 운영을 활성화하고, 교육복지 우선지원사업과 연계한 취약계층 학생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현재 시행 중인 취약계층 학생 대상 원격수업 기간 중 중식비 지원에 더해 취약계층 학생의 안전사고 발생 시 지속적인 치료와 학습·정서적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시와 교육청은 이들 형제를 지원하기 위해 초록어린이재단,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각급 사회단체와도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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