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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이슈]'승리호'·'SF8'…누가 한국을 SF 불모지라 했나

/사진=MBC




SF 문화의 불모지일 것만 같았던 한국 영화시장이 변했다. 비선호 장르로 꼽혀왔던 SF(Science Fiction·공상과학)에 거대 자본을 투자하며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공상과학을 주제로 한 SF는 대중에게 가깝고도 먼 장르다. 일반적으로 미래가 배경이 되며 만화적인 내용을 고도의 특수 효과를 이용하여 제시한다. 영화 ‘백 투더 퓨처’, ‘인셉션’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7광구’, ‘인랑’ 등이 SF 장르로 관객들에게 선보였지만 흥행 참패를 맛봤다. SF 장르는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되면서도 흥행은 예상하기 어렵기에, 한국에서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변화가 시작됐다. K콘텐츠의 성장에 힘입어 창작자들은 SF장르에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먼저 ‘SF8’이 신호탄을 쐈다. MBC, 한국영화감독조합, 웨이브가 손잡고 수필름이 제작하는 영화와 드라마의 크로스오버 프로젝트로 기술 발전을 통해 완전한 사회를 꿈꾸는 미래 인간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민규동, 노덕, 이윤정 등 등 8명의 감독이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로봇 등을 소재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SF8’의 총괄 기획과 함께 ‘간호중’의 연출을 맡은 민규동 감독은 새로운 도전과 다양한 영화적 장르에 대한 욕망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SF8’이라는 프로젝트를 실현시켰다. 민 감독은 “SF라고 하면 크고, 어렵고, 독점적인 장르로 인식됐다. 그러나 우리 마음속에는 SF에 대한 욕망이 컸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새로운 장르로 다양한 감독이 모여서 만드는 건 어떨까 생각하게 됐다”며 “극장 개봉과 큰 자본의 압박이 없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원하는 대로 이야기를 써보고, 기존과 다른 길이감으로 관객들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SF8’의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7월 웨이브 선공개 이후 현재까지 약 60만명의 누적 시청자 수를 기록했고, 지난 14일부터는 MBC를 통해 매주 한 편씩 방영돼 시청자들과 가깝게 만나고 있다.

/사진=메리크리스마스




올 추석 개봉을 예정했던 조성희 감독의 신작 ‘승리호’는 2092년을 배경으로 한 한국 최초 우주SF 영화로 기대를 모았다. 지구를 떠나 우주로 향한 조 감독의 상상력이 구현된 이 영화는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다. 여기에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등의 연기파 배우들이 그려낼 SF에도 관심이 쏠린다.

조 감독은 할리우드 SF영화와의 차이점에 대해 “고증보다는 상상력에 바탕을 둬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그리지만, 이 이야기 안에 있는 인물들은 지금 우리와 다를 바 없다. 대출 이자금과 공과금을 걱정하고, 된장찌개에 쌀밥을 먹는다. 근사한 초능력 수트를 입은 할리우드 영웅이 아닌 한국의 서민들이 우주선을 타고 날아다니는 게 영화의 가장 큰 개성이자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K팝 그룹의 세계관을 장편 극영화로 만드는 융합 프로젝트도 시도된다. 콘텐츠 제작사 FNC 스토리는 올가을 데뷔할 보이그룹의 세계관을 영화화한 ‘피원에이치(P1H): 새로운 세계의 시작’을 10월 선보인다. 영화는 ‘별의 정기’를 타고난 소년들의 성장 세계관을 그린다. 미래, 과거, 현재의 다른 차원에 흩어진 소년들이 분노와 폭력성을 극대화하는 바이러스로 폐허가 된 지구를 구하기 위해 ‘희망의 별’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과학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K팝 장르와 SF를 결합한 점이 색다른 시도로 꼽힌다. 연출을 맡은 창 감독은 “한국 문화의 자랑인 두 장르를 결합해 K팝의 음악적 세계관을 영화의 서사로 풀어내는 색다르고 융합적인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SF는 한국 관객들에게 장르적으로나, 문법적으로 익숙하지 않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시각적으로만 승부를 보는 SF가 아닌, 탄탄한 이야기로 한국 관객의 SF 눈높이를 맞추는 데 관건이 달려있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바탕으로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를 담는다면, 해외 콘텐츠와 차별되는 한국형 SF물의 성장도 기대해볼 만 하다.

/이혜리기자 hye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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