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글로벌W] '러시아 야권 영원한 선두' 나발니

한쪽 눈 실명에도 '反푸틴'…독극물에 스러지나

메드베데프 비리 폭로로 급부상

작년 지선 여당의석 30% 잠식

정권에 최대 위협으로 떠올라

최근 독살 시도 당해 혼수상태

푸틴, 배후로 첫손에 꼽히지만

일각 "무리수 쓸 여력없어" 일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장 두려워하는 남자(월스트리트저널)’ ‘러시아 야권의 영원한 선두자(뉴욕타임스)’

최근 10년 새 13번 투옥되고도 반(反)정권 시위를 포기하지 않았고 독성염료 테러로 한쪽 시력을 거의 잃고도 독재정권을 향한 날 선 비판을 이어간 러시아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 20일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돌연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를 치료하는 독일 병원 측이 그의 체내에서 살충제 성분을 발견했다고 밝히자 세계 주요 언론들은 독성물질로 줄곧 정적(政敵)을 위협하던 푸틴 대통령의 소행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주무대로 반정권운동을 벌이는 나발니는 푸틴 대통령에게 꽤 까다로운 상대였다. 나발니는 2007년 러시아 주요 국영 에너지 기업의 주식을 사들여 주주 지위를 획득한 뒤 재정정보를 입수해 블로그에서 부패의 실상을 샅샅이 폭로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로부터 10년 후 그는 한때 푸틴 대통령의 후계자로 평가되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총리가 재벌로부터 뇌물을 받아 초호화 생활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는 49분 분량의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한 후 폭발적 관심을 얻는다. 나발니의 거침없는 폭로로 지지율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메드베데프 전 총리는 결국 올해 초 사퇴하며 ‘치욕스러운 최후(가디언)’를 맞았다.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는 “국영 언론에 출연하지 못하게 해 경쟁자를 침묵시켰던 푸틴 대통령의 전술은 SNS를 적극 활용하는 나발니에게 전혀 먹히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나발니 인스타그램 캡처


과감한 언행은 물론 발로 뛰는 성실함 역시 러시아의 젊은층이 나발니에게 열광하는 이유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 러시아 정치전문가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나발니가 유권자를 직접 만나 정책을 홍보하는 특유의 전략으로 2019년 지방선거 당시 친(親)푸틴 인사들에게 향하던 표심을 상당히 돌려세웠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당시 선거에서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통합러시아당은 이전과 비교해 3분의1가량의 의석을 잃었다. 푸틴 지지자가 뿌린 녹색염료를 뒤집어쓰고도 초록괴물 캐릭터 슈렉 흉내를 내며 “크렘린궁은 잘못 생각했다. 슈렉은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캐릭터”라고 한 특유의 재치는 그의 인기를 드높이는 또 다른 요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오는 9월 러시아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급해진 푸틴 대통령이 나발니를 위협했다는 추측이 나온다. 21일 뉴욕타임스(NYT)는 크렘린궁이 나발니가 사망하면 정치적 안정이 무너진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들의 최우선 가치는 평화와 안정이 아니라고 지적하며 나발니 중독설의 배후는 푸틴 대통령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푸틴 대통령이 장기집권을 위해 개헌을 강행한 사실을 언급하며 크렘린궁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생각대로 행동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갖췄다고 전했다.



옛소련 국가였던 이웃 나라 벨라루스에서 연일 이어지는 반독재 시위가 푸틴 대통령을 긴장시켰다는 해석도 나온다. 러시아 전문가 마샤 거센은 20일 미국 뉴요커에 기고한 칼럼에서 “독재자가 지배하는 국가에서도 국민이 목소리를 낼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벨라루스 시위가 보여줬다”며 “독재정권을 유지할 방법은 훗날 자신을 위협할 정적을 제거하는 것뿐”이라고 전했다. 그는 점점 거세지는 벨라루스 반독재 시위의 불똥이 자신에게 튀기 전에 푸틴 대통령이 정적을 제거하려 했을 수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EPA연합뉴스


다만 푸틴 대통령에게는 나발니를 제거할 만큼 무리수를 둘 여력이 없다며 푸틴 배후설을 일축하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20일 정치전문 매체 포린폴리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불만과 벨라루스에서 고조되고 있는 정치적 위기, 야당 소속 주지사를 무리하게 체포해 일어난 반발 시위 등 여러 굵직한 불안요소가 덮친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무리하게 정치적 모험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5월 56%를 기록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같은 이유로 러시아 인터넷 언론 타이가인포는 나발니 독살 시도가 크렘린궁이 아닌 일부 정치인들에 의해 설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나발니는 다음달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베리아 도시들을 방문해 여당인 통합러시아당 의원들의 비리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