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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스포츠문화
[토요워치] 차박, 낭만의 '드림 카'…'추억을 드림' 카

[코로나가 불러온 新여행풍속도 '차박']

기동성·안전성·프라이버시 보호까지

언택트 문화 맞물려 여행 대세로 부상

단종 된 RV·SUV 중고차 가격 급등도





올여름 유통업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 중 하나는 스타벅스의 ‘e프리퀀시’ 사은품이다. 스타벅스는 캠핑에 주목해 여행용 가방 ‘서머레디백’과 휴대용 의자 ‘서머체어’를 내걸었다. 스타벅스에서 음료 17잔을 마셔야 받을 수 있는 이들 사은품은 조기 소진되면서 품절대란을 일으켰다. 행사 종료를 앞두고 전국 스타벅스 매장 앞에는 새벽부터 줄이 길게 늘어섰고 인터넷에서는 사은품이 제작단가의 몇 배 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는 올여름 ‘캠핑’이 대세임을 증명하는 사례 중 하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여름휴가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호텔이나 리조트·펜션에 며칠씩 묵으며 주변 관광지를 돌아보던 방식에서 타인과의 접촉 가능성이 낮은 곳을 찾아 떠나는 ‘비대면’ 여행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 비대면 여행법이 바로 캠핑이고 캠핑 중에서도 차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차박’이 대세다. 여행 수단이었던 자동차가 여행의 목적이 될 정도로 인기를 끄는 이유와 필수정보를 알아봤다.

차박의 인기는 캠핑인구 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6월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언택트 시대의 관광변화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년 대비 캠핑장 이용자 증가율이 전국 평균 73%에 달했다. 공사는 캠핑족 증가에 차박 열풍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조사는 국내 코로나19 발생 시점을 전후한 1월20일부터 5월30일까지 SK텔레콤의 T맵 교통데이터와 KT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국내에만 있는 이색 캠핑 차박=캠핑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1박 이상의 야영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떠나는 백패킹, 자동차로 다니다 야영하는 오토캠핑, 캠핑카를 이용한 야영인 알빙(RVing·RV+Camping), 맨몸으로 가서 고급스럽게 즐기는 체험형 캠핑인 글램핑 등이다. 차박은 오토캠핑과 알빙의 중간 영역쯤 되는 캠핑계에서 떠오르는 아이돌 같은 존재다.

이동환 캠핑아웃도어진흥원 이사장은 “해외에서도 차에서 쪽잠을 자는 형태의 차박은 오래전부터 행해져 왔지만 국내처럼 차에서 잠을 자는 것을 목적으로 캠핑을 떠나는 방식은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문화”라며 “코로나19로 ‘드라이브스루’ 여행이 등장했고 그 영향이 여름 휴가철까지 이어지면서 차박이 새로운 여행법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SUV부터 경차까지 의자만 눕히면 캠핑카=그렇다고 코로나19 이전에 차박 문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다. 차박은 처음 낚시인이나 등산객 사이에서 시작됐다. 등반 전후나 낚시 중 텐트 대신 차에서 잠을 자던 것이 지금의 차박 형태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차량 안에 간이 테이블과 조명을 설치하고 휴대용 발전기를 연결해 캠핑카 수준으로 꾸민 차박 전용 차량부터 경차를 개조한 차량까지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특히 2월부터 시행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차박 열풍을 견인하고 있다. 종전까지 캠핑카 개조는 11인승 이상 승합차만 가능했지만 법이 개정되면서 일반차량도 합법적으로 캠핑카로 개조할 길이 열렸다. 캠핑카 개조가 합법화되면서 차박에 용이한 차량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차박용 차량의 핵심은 의자를 평평하게 눕힐 수 있는 평탄화 여부다. 시트를 눕힌 뒤 그 위에 매트리스를 올려 침대처럼 사용 가능한지가 중고차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구형 카니발, 카이런, 로디우스, 스타렉스 등 차박에 적합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레저용차량(RV)을 중심으로 가격이 치솟는 가격역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차박의 매력이 뭐길래=‘차박러’들이 꼽은 차박의 가장 큰 매력은 ‘기동성’이다. 몇날 며칠씩 계획하고 예약을 해야 했던 기존 여행과 달리 차박은 특별한 계획 없이 언제든 떠날 수 있고 돌아오는 것도 자유롭다. 별다른 준비물 없이 훌쩍 나섰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 차를 세워 하룻밤을 보낼 수 있고 원하면 언제든지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다는 점은 비대면 문화와 맞물리며 차박 열풍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차박러들은 공통적으로 텐트보다 차량 안에서 자는 편이 오히려 ‘안전’하다고 말한다. 차량은 외부의 침입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데다 더위와 모기·벌레에 시달릴 일도 없다. 또 음악을 듣거나 대화할 때 주변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프라이버시 보호 측면도 텐트보다 차박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네이버 카페 ‘차박캠핑클럽’ 운영자인 ‘둥이아빠(카페 아이디)’는 “차박은 한번 발을 담그면 쉽게 빠져나오기 어려울 정도로 매력적인 활동”이라며 “단순히 차에서 잠을 자는 것에서 맛집 투어나 외지에서 한 달 살기, 전국일주 등 차박의 형태가 확장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아무 데서나 차박해도 될까…합법과 불법 사이=차박러들이 꼽는 명소는 주로 산·바다가 보이면서 사람이 몰리지 않는 한적한 곳들이 많다. 차박의 인기 비결도 차를 세운 곳이 어디든 숙소가 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차박러들은 평소 가고 싶던 여행지나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정보만 믿고 떠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정말 사유지만 아니라면 아무 데서나 차를 세우고 잠을 자도 문제가 없을까.

아무 곳에나 차를 세우고 야영하는 것은 범법 소지가 있다. 일단 국립공원과 도립·시립·군립공원, 국유림 임도, 사유지, 해안 방파제에서의 차박은 불법이다. 이외에 사유지일 경우 땅 소유주가 차박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곳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산이나 바다에 차를 대놓는다고 해도 문제가 될 만한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취사할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조례에 따라 임야에서의 취사를 대체로 금지하고 있고 해수욕장에서도 일정한 기간 외에는 금지한다. 차박을 하더라도 취사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필요할 경우 등록 캠핑장을 이용할 것을 권한다.

◇차박 열풍 속 관련산업도 쑥쑥=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계와 지자체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차박에 주목하고 있다. 경북도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도내 주요 캠핑장과 차박 여행지를 소개하는 ‘별밤달밤 캠핑투어’ 책자를 제작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차박 성지’로 인기인 포항 도구해수욕장, 경주 나아해변, 경주 토함산 풍력발전단지뿐 아니라 고래불 국민야영장, 올모스트 홈스테이 BY 청송 등 비대면 힐링 숙박여행지 71곳을 소개하고 있다. 인천관광공사는 인스타그램에 영종도 마시안해변과 석모도 민머루해변, 승봉도 힐링캠핑장 등 섬을 중심으로 한 차박 캠핑지 10곳을 선정해 홍보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겪는 여행업체들은 자구책으로 국내여행 상품에 차박을 결합한 차박 전용상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SUV나 RV를 개조한 차박 전용차량 대여업체까지 생겨났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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