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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中 게임 판호, '시진핑의 선물'로 수출길 뚫릴까[오지현의 하드캐리]

/연합뉴스




2017년은 한국 게임업계에 ‘악몽’ 같은 해로 기억될 겁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두고 미·중 갈등이 표면화하고, 그 격랑 속에 한국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중국은 ‘한한령(限韓令)’을 발효하면서 한국 콘텐츠와 문화 공급을 그야말로 ‘셧다운’ 했습니다. 이에 중국 내에서 게임을 유통할 수 있는 자격인 ‘판호(版號)’ 발급도 중단됐습니다.

4년간 ‘0건’. 한국 외자판호가 발급된 숫자입니다. 같은 기간 중국에서 온 모바일 게임들은 최고매출 순위를 잠식하며 어느덧 우리 곁에 자리 잡았습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방한 시 들고올 ‘선물 보따리’에 한한령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전망돼 왔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G7 정상회의 참가라는 변수에 둘러싸여 마냥 장밋빛 미래를 그릴 수는 없습니다.



2020년 상반기 중국 외산게임 국가별 판호 발급 건수 /한국콘텐츠진흥원


지난 29일 국회에서는 이 같은 판호 중단 사태를 돌아보고, 대응 전략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김상현 한국콘텐츠진흥원 북경센터장은 “중국 게임기업은 지난 2018년 9,705개, 지난해에는 1만8,000개 폐업했다”며 “이는 업계의 경쟁심화와 판호 미발급 등 원인으로 인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습니다. 2018년 8월 시행된 ‘게임 총량제’, 2019년 10월 뒤를 이은 중국판 ‘셧다운제’ 영향으로 판호 발급 건수 자체가 급격하게 감소했다는 겁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중국 게임 판호 전망과 방안 모색’ 정책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정현 게임학회장은 “게임은 생선과 같아서 시간이 지나면 상한다”며 “신선도가 떨어지는 게임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2003년 때를 놓쳐 중국 시장 진출에 실패한 ‘리니지’ 사례를 예로 들었습니다. 판호 문제 역시 중국 정부와 게임사가 협력해 판호를 늦게 주거나 주지 않으면서 시간을 벌어놓고, 뒤로는 한국 상대로 게임 제작 경쟁력을 키우는 전략의 일환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위메이드 ‘미르의 전설’ 등 한국 게임과 유사한 ‘카피캣’이 범람해왔습니다.

위 학회장은 판호에 의해 한국게임이 막대한 기회비용을 치르고 있다며 실적 기준으로 추산했을 때 판호 발급이 중단된 4년간 10조~17조5,000억원의 매출이 증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전문가인 우수근 화동사범대 교수 역시 “판호는 발급 여부, 발급 속도가 접수 순서와 관계 없다는 점에서 철저히 정치적인 요소이자 ‘블랙박스’, 갑질과 같다”며 “청와대가 미국뿐 아니라 중국도 바라보면서 관계를 개선하려고 하는 제스쳐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외교적으로 풀어가야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조언입니다,



중국 릴리스게임즈의 모바일 게임 ‘AFK 아레나’와 ‘라이즈 오브 킹덤즈’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 최고매출 순위 11위, 13위로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판호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촉구하는 호소와 함께 시진핑의 입만 쳐다볼 수는 없다는 현실 인식이 함께 터져 나왔습니다.

중국 게임, 이제 옛날 같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특히 게임 수익 패러다임이 PC에서 모바일로 넘어오면서 중국의 게임 개발 경쟁력은 위협적인 수준으로 올라왔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윤선학 중원게임즈 대표는 “원래 한국 게임 시장은 중국에서 돈 싸들고 와서 사가려고 하는 시장이었다면, 모바일 시대가 오면서 (상황이) 역전됐다”며 “단순히 판호가 풀린다고 해서 개런티(보장)되는 건 없다”고 요약했습니다.

애니메이션 ‘나루토’ IP를 활용한 텐센트 퍼블리싱 게임 ‘나루토 화영닌자’는 지난 2018년 중국에서 105억엔(1,183억원) 매출을 올렸다.


아픈 반성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중국을 ‘자금줄’로만 생각하고 사실은 제대로 중국을 공략한 IP(지적재산권)를 개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자성입니다. 텐센트 같은 대형 퍼블리셔 위주로 돌아가는 중국 시장에서 수입된 한국 게임이 수차례 흥행에 실패하며 이미 불신이 축적됐다는 지적입니다. 정말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고자 하면 ‘중국 세컨드’가 아니라 ‘중국 퍼스트’ 전략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중국 문화적인 요소를 반영하려는 노력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게임을 직접 수출하지 않아도 기존 IP를 활용해 2차적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데 대한 사용료를 받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장은 “중국은 불확실한 시장”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일본처럼 훌륭한 IP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서 어떤 방식으로든 비용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텐센트는 한국 게임인 ‘크로스파이어’와 ‘던전 앤 파이터’로 연간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려 확보한 자금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 개발사 라이엇게임즈를 인수, 세계 1위 게임업체로 올라섰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최근 ‘올해 안’을 원칙으로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양국은 1일 칭다오에서 경제협력 대화체인 경제공동위원회를 개최하고, 코로나19 발생 후 처음으로 대면외교에 나섰습니다. 판호 문제를 해결하려는 다각적인 노력과 함께 한국게임의 경쟁력에 대한 냉철한 현실 인식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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