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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스포츠문화
[CEO&Story]이정용 가나아트갤러리 대표 "갤러리나 컬렉터나 늘 새로운 꿈을 꿉니다"

중학생 때부터 미술품 수장고 정리

자연스레 그림 보는 안목 생겨나

아트토이컬처 전시회 등 혁신 앞장

'한남''나인원' 등 분점도 잇단 개관

수집품 다양화, 컬렉터 확장 이뤄내

예술과 삶 아우른 복합문화공간 꿈꿔

또 창고 정리다. 방학 때면 놀러 나가고 싶어 한창 몸이 근질거리는 중학생 아들에게 아버지는 미술품 수장고 정리를 시켰다. 고등학교 때도 그랬다. 이정용 가나아트갤러리 대표가 그림을 본격적으로 ‘만지게’ 된 것은 그때부터다. 대학생이 되고 운전면허증을 땄더니 창고 정리에 운송 업무가 얹혔다. 의도가 다분한 ‘바닥 일’부터 시킨 그의 아버지는 미술 산업이 전무했던 지난 1983년 맨손으로 가나아트갤러리를 창업해 클로드 모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등 세계적 거장의 첫 한국 전시를 열고 국내 최초의 미술품 경매회사인 서울옥션을 설립한 이호재 회장이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정용(43·사진) 가나아트갤러리 대표의 최근 행보는 안정을 담보하는 ‘2세 경영인’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적극적이고 혁신적이다. 그는 창고정리를 시작한 지 10년쯤 지나고서야 알았다. 자신에게는 창고에 가는 날이면 정리돼 있던 작품들마저도 조금씩 흐트러뜨리고 일거리를 더 만드는 숨은 손이 있다는 사실을.

“어려서부터 늘 주변에 작품과 작가님들이 있었지만 제가 갤러리를 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군대 제대 후 창고 정리 다음 단계인 운송일을 하다가 어느새 업(業)이 됐네요. 아마도 아버지의 숨은 뜻이 있으셨겠죠. 익숙하게 다루는 것부터 시작했고, 자주 접하면 관심이 생기고, 보고 또 보면 눈이 뜨이니까요.”

1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 내 가나아트에서 이정용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성형주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의 경제·문화 활동이 ‘올스톱’되면서 모두가 몸 사리는 요즘이지만 이 대표는 올 4월 새 갤러리를 개관했다. 최고급 주택단지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내 복합시설 고메이494한남에 문을 연 ‘가나아트 나인원’이다. 이 대표는 ‘단색화’를 앞세운 1970년대 단색조 추상미술의 활약으로 잠시 살아났던 국내 미술시장이 다시 조정국면으로 접어들었던 2018년에도 한남동의 복합문화공간 사운즈한남에 ‘가나아트 한남’을 열어 연착륙에 성공한 바 있다. 종로구 평창동의 랜드마크가 된 가나아트센터가 고즈넉한 분위기로 유명하다면 가나아트 한남과 나인원 분점은 풍부한 유동인구가 이루는 활력으로 도전과 열정이 끓어오르는 곳이다.

13일 가나아트 나인원에서 만난 이 대표는 16일 개인전을 개막하는 일본작가 시오타 지하루의 작품들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거미줄만큼 가는 실이 얽히고설켜 이룬 몽환적 공간에서 인간의 실존과 내면을 다시 보게 하는 작품들이다. 정식 오픈 전임에도 전시장에는 조금이라도 먼저 작품을 만나보려는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말수 적은 이 대표는 극구 밝히길 꺼렸지만 앞서 열린 하태임 개인전은 불경기 속에 ‘거의 완판’의 성공을 거뒀고 시오타의 작품에 대해서도 ‘선주문’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침체나 주변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고 신규 공간을 연 그의 뚝심이 통한 것이다.

1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 내 가나아트에서 이정용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기자


“평창동에 본사를 두고 있으면서 분관을 염두에 두고 강동구, 성수동 일대 등 몇 곳을 관찰한 게 10년 정도 됐어요. 한 번 옮기면 오래 있어야 하니까요. 그렇게 4년 정도 한남동을 지켜봤고 신중히 고심하다 결정했습니다. 입지 요건으로 ‘부촌’을 찾았느냐는 얘기도 들었지만 저의 기준은 주차가 용이한 곳이었습니다. 그래야 편안한 관람으로 이어지니까요.”

이 대표는 수집품의 다양화를 모색하고 구매자인 컬렉터의 확장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는다. 기존 미술품 컬렉터층이 6070세대 중심이었다면 이 대표는 그보다 낮은 50대 혹은 3040세대, 나아가 밀레니얼의 “수집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했다. 2014년 4월 첫 전시를 선보인 ‘아트토이컬처’가 대표적이다. 창작자의 예술성이 더해진 한정판 피규어를 소재로 ‘장난감’의 경지를 ‘아트토이’로 끌어올린 이 행사는 해를 거듭하면서 하나의 ‘장르 축제’로 자리잡았고 수만명의 확고한 지지층을 구축했다.

“미술품은 문턱이 높다고, 어렵다고 여기시는 분들이 많아 좀 더 부담 없이 편하고 대중적인 접근이 가능한 문화상품을 모색했습니다. 컬렉터의 입문 방법을 찾았던 것이죠. 아트토이 디자이너 마이클 라우를 만난 것을 계기로 새로운 문화를 발견했고 한국에도 소개했습니다. 처음 3년은 제가 직접 나섰지만 뉴욕에서 열리는 아트페어 ‘테파프’와 매번 기간이 겹쳐 이제는 한 발 뒤에 물러나 있어요.”



1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 내 가나아트에서 이정용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성형주기자


아트토이를 장난감으로만 보면 오산이다. 미국의 현대미술가 카우스가 선보인 한정판 아트토이는 밀레니얼의 마음을 사로잡아 3년 전 450만원에 팔렸던 것이 최근 1,500만원에 재판매됐다. 컬렉터층의 확대가 반드시 젊은 신규 고객 발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대표는 “사실 그림을 수집하는 열정적인 분들은 취향이 분명하지만 동시에 연령과 상관없이 새로운 작품과 작가를 찾으신다”면서 “수요자 계층을 염두에 두고 작가를 선정한다기보다는 내 관심을 끄는 작가를 파고들었는데 그 취향이 50대 이하의 젊은 작가들과 맞물렸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생각지도 않던 갤러리 비즈니스에 뛰어든 계기 중 하나는 일본에서 우연히 만난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이었다.

“아버지 심부름차 갔던 일본 롯폰기의 5평도 채 되지 않는 작은 화랑에서 구사마의 전시를 하고 있었어요. 20대였던 그 당시 현대미술은 잘 알지도 못했는데 이것저것 물어보는 저에게 화랑 사장이 ‘한국 사람이 찾아와 묻는 것은 처음’이라며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더라고요. 1·2호짜리 소품은 100만원, 2000년대 초 작품은 3만~4만달러 수준이니 ‘너무 싼 것 아닌가’ 싶었어요. 다음날 아버지와 함께 그 화랑에 들러 인연을 맺었고 나중에 가나아트가 처음 일본 현대미술을 전시하는 계기가 됐어요. 작품이 좋고, 평단의 평가가 풍부한 작가들은 언젠가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사실을 그때 배웠습니다.” 당시 12만엔이던 A4 크기의 작품은 15년 후 그가 대표가 됐을 무렵 2억원 이상으로 값이 올랐고 요즘은 35만달러 정도에 거래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림 권해주는 갤러리스트가 문화생활 전반을 안내하는 라이프 스타일리스트로서의 역할을 요구받는 요즘, 이 대표는 갤러리 그 이상을 꿈꾼다. 좋은 선례를 쌓은 곳으로 스위스의 하우저앤드워스갤러리를 꼽는다. 1992년 취리히에서 문을 연 하우저앤드워스의 대표 이반 워스와 마누엘라 워스는 2015년 세계적 미술전문지 ‘아트리뷰’가 선정한 미술계 ‘파워100’ 중 1위에 올랐다.

“하우저앤드워스 갤러리의 특징은 갤러리로서의 역할을 넘어선 ‘확장’에 있습니다. 런던 근교의 25만평 규모의 농장을 인수해 전시장과 조각정원, 레지던시와 교육시설 등을 조성하며 삶의 방식 그 자체를 보여줬어요. LA 예술지구에 조성한 하우저앤드워스갤러리는 서점과 레스토랑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을 이뤘죠. 최근에는 섬을 매입했다고 하니 일본의 나오시마 프로젝트 같은 놀라운 결과를 기대하게 합니다. 가나아트갤러리의 비전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 갤러리의 한계를 넘어 지루하지 않고 늘 새로운 곳이길 바랍니다. 저희도, 작가도, 관람객도 모두가 항상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도록 말이죠.”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사진=성형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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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부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친절한 금자씨는 예쁜 게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현대미술은 날 세운 풍자와 노골적인 패러디가 난무합니다. 위작 논란도 있습니다. 블랙리스트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착한미술을 찾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미술관, 박물관으로 쏘다니며 팔자 좋은 기자. 미술, 문화재 전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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