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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정책·제도
[국정농담] 부동산은 정치인이 망쳤는데, 집은 공무원도 파나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정세균 "다주택 고위공무원 집 팔라" 작심 지시에

"왜 사유재산 희생해야 하나" 공무원 사회 '술렁'

장·차관 3명중 1명 다주택, 노영민은 이제 '무주택'

호남 "부동산대책 효과" vs 영남·충청 "기대 안해"

'경제원리' 부동산 정책조차 진영 논리 따라 양분

다주택자 집 내놓아도 무주택자가 사줄 지도 의문

정세균 국무총리. /연합뉴스




그야말로 온 나라가 부동산 문제로 광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객관적 입증 자료도 없이 다주택자들을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20번이 넘는 규제를 쏟아낸 지 벌써 만 3년이 지났다. 하지만 시장은 오히려 악화만 됐고 자신들을 잠재적 투기꾼으로 몰아 훈계만 하는 듯한 정부의 태도에 분노하는 국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최근 공무원들을 상대로 다주택이면 한 채를 당장 처분하라는 주문을 내렸다. 어딘가에 아직도 존재하는 투기꾼들을 잡기 위해 공무원들부터 솔선수범해야 국민들이 앞으로의 정책을 신뢰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문제는 시장 왜곡의 원인이 정부의 잘못된 철학에 기인한 정책 실패에 있다는 진단이 곳곳에서 나오면서 공직사회에서도 이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진두지휘했거나, 그 철학에 동조했거나, 혹은 동조하는 척을 하는 정치인과 정치인 출신 공직자만 주택을 처분하면 되지 이를 왜 사유재산 처분권까지 침해하면서 전문 공무원들에게도 강제하느냐는 불만이다. 일각에서는 지금처럼 정부가 증세를 통한 수요 억제 중심의 정책을 밀어붙이더라도 “어차피 언젠가 정권은 교체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시장은 요지부동으로 버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정세균 “다주택 고위공무원 집 팔라” 작심 지시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던 정세균 국무총리는 문득 회의 막판에 부동산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최근 부동산 문제로 여론이 매우 좋지 않고 정부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고위 공직자들이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있다면 어떠한 정책을 내놓아도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각 부처는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해서 고위공직자 주택보유 실태를 조속히 파악하고 다주택자의 경우 하루빨리 매각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며 “고위 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이 필요한 시기인데 사실 이미 그 시기가 지났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가 공식 석상에서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언급을 먼저 나서서 한 것은 취임 후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었다. 부동산 문제는 줄곧 청와대가 이끄는 이슈라는 점에서 언급을 자제해 왔다.

이날 정 총리의 지시 이후 각 부처는 2급 이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실태 파악에 돌입했다. 이날 정 총리가 지적한 ‘고위공직자’는 ‘2급 이상’을 뜻하며 여분의 집 매도 시한은 ‘올 연말까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불복하는 공직자에 대해서는 승진·임용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 등이 검토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같은 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비판 여론에 굴복해 결국 충북 청주 집에 이어 서울 강남 반포 아파트까지 매각해 무주택의 길을 선택했다. 노 실장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가족의 거주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이달 내에 서울 소재 아파트도 처분하기로 했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노 실장의 결단에 따라 다주택자 청와대 참모진 11명이 받는 압박도 더욱 거세졌다.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 가운데 다주택자는 강남에 두 채를 보유한 김조원 민정수석을 비롯해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등이 있다.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은 노 실장의 권고 이후 실거주 중인 집을 내놓는 등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

3주택자이자 정치인 출신 장관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사진제공=중기부


‘3주택’ 강경화·박영선 등 장·차관 3명중 1명 다주택

정 총리가 이날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고위공무원 다주택자 실태 파악과 관련해 다급하게 특별지시를 내린 것은 현재 부동산 문제가 다른 모든 이슈를 집어삼킬 정도로 여론을 악화시키기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3월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행정안전부 관보에 공개한 정기 재산변동사항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8개 부처 40명의 장·차관 중 장관 8명, 차관 6명 등 총 14명이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로 파악됐다. 특히 서울 관악구 다세대주택과 종로구 오피스텔, 서대문구 단독주택을 소유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서울 서대문구 단독주택, 종로구 아파트, 일본 도쿄 아파트를 보유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무려 3주택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도 주택을 두 개씩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대책을 최전선에서 지휘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기 의왕시 아파트와 세종시 나성동 아파트 분양권을 갖고 있다.

광역단체장 중에서는 이용섭 광주시장은 서울 송파구 가락동 아파트와 전남 함평 단독주택을, 송철호 울산시장은 경북 영천 다가구주택과 울산 중구 아파트를, 이춘희 세종시장은 경기도 과천 아파트와 세종시 분양권을 각각 신고했다.

차관 중에서는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단독주택 1채와 청주시 흥덕구에 단독주택 2채를 보유한 3주택자이며 김용범 기재부 차관, 고기영 법무부 차관,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 윤종인 행안부 차관 등은 2주택자다. 이들 중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서울 방배동 재건축 아파트 2채를 보유했다가 4월15일 한 채를 팔았고 정병선 차관은 지난 5월 매도 계약을 맺고 잔금만 아직 처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을 1급 공무원 이상으로 확대해도 다주택자 비중은 3분의 1로 엇비슷했다. 당시 정기 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중앙부처 재직자 750명 중 248명이 다주택자였다. 이들 중 2주택자가 196명이었고 3주택자는 36명, 4주택자도 16명에 달했다. 이는 상가 등을 제외하고 공직자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된 아파트와 다세대주택·연립주택 등을 모두 더한 결과다.

정부세종청사와 공동주택단지 등이 자리잡고 있는 세종시 신도시. /사진제공=세종시


“언젠가 정권 바뀔 텐데”... 공무원 사회 ‘술렁’

“공무원들도 다주택을 정리하라”는 정부의 이 같은 지침에 공직 사회 내부에서는 불편해 하는 기색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현 정부 부동산 대책은 일선 공무원들이 주도한 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자기 지지자들의 만족을 위해 본인들의 철학을 고집하면서 이끌었는데 이름 없는 전문 공무원들에게까지 솔선수범을 강제한 걸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부동산시장 실패의 원인을 공급 자체를 실종시킨 정부의 부동산정책에서 찾지 않고 투기꾼 사냥을 하듯 공무원 사회까지 헤집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실태조사 대상은 ‘2급 이상’이지만 대다수 공무원이 추후 승진 등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말단 공무원에게까지 압박을 주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취득한 사유재산을 강제로 처분하도록 하는 것에 대한 불만 섞인 목소리는 심지어 청와대 안에서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2년이 채 남지 않은 데다 언젠가는 정권이 바뀔 가능성도 있는 만큼 부동산 정책이 시장친화적으로 바뀔 때까지 버틸 사람도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세종시의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박근혜 정부도 공무원들에게 ‘솔선수범해 빚내서 집 사라’고 강제하지는 않았다”며 “차라리 그때는 정책 목표가 결과로 이어져 정부 말을 듣고 집을 샀으면 돈이라도 벌었지, 지금은 정책 목표와 결과가 완전히 거꾸로 가는 데 공무원들에게 희생을 하라는 말밖에 더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8일 페이스북에서 “국민들은 다주택자가 아니라 다주택 때려잡으면 집값 내려간다는 허황된 근거에 바탕을 둔 X볼 헛삽질 정책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이라며 “정책이 잘못됐다고 하면 그만인데 이게 다 무슨 쇼냐”라고 비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서울경제DB


국민 절반 “부동산 대책 기대 안해”... TK 66% 최고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잡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 10일 다주택자에 부과하는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기존 3.2%에서 6%로 올리고 1년 미만의 단기매매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을 40%에서 70%로 올리는 추가 대책을 내놓았다. 핀셋 규제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수요 억제와 증세 방식을 중시하는 종전 철학의 연장선 상에 있는 대책이었다.

정부의 정책이 번번이 실패로 끝나자 똑같은 부동산 정책을 두고도 지역·이념 별로 지지도가 엇갈렸다. 전통적인 진보 진영 지지자들은 이번 정책에 대해 높은 기대를 보인 반면 그렇지 않은 국민들은 아예 포기하는 분위기였다. 경제 원리에 따른 ‘부동산 시장’조차 정치 논리로 해석되기 시작한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6일 내놓은 설문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이달 초 6·17 부동산 대책 후속으로 지시한 ‘다주택자 세 부담 강화’ ‘공급 확대’ 등의 조치에 대해 국민 49.1%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고 36.8%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모든 연령에서 ‘효과가 없을 것’이란 답변 비중이 높게 나온 가운데 지역 변수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대구·경북(66.2%), 대전·세종·충청(60.0%), 부산·경남(56.9%)에서 절반 이상이 기대를 안 한다고 답했고 경기·인천(47.8%), 서울(47%)에서도 ‘효과가 없을 것’이란 답변이 ‘효과가 있을 것(각각 36.5%, 39.5%)’이라는 답변보다 많았다.

지지 정당 별로는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 지지자 중 82.6%, 66.2%는 효과를 부정했다. 정의당 지지자들도 부정 응답(42.9%)이 긍정 응답(38.6%)보다 많았다.

지난 9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SK하이닉스 직원들이 환호를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호남은 67%가 “효과 있을 것”... 부동산도 진영논리

이와 대조적으로 광주·전라(67.3%)와 제주(60.4%) 지역에선 ‘효과가 있을 것’이란 답변이 훨씬 높게 나왔다. 강원은 ‘잘 모르겠다(44.5%)’는 답이 가장 많았다. 정당별로는 열린민주당 지지층에서 무려 91.6%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주당 지지자들도 65.7%가 효과를 기대했다.

실제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부동산 문제에 대한 책임을 정부 정책에서 찾는 사람들과 투기꾼에서 찾는 사람들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진보 진영의 충성 지지자들은 “지금도 집을 수십 채씩 보유한 사람들이 그렇게 많고 그 사람들이 다 가격을 올리는 것이라고 한다” “규제를 풀라는 건 자기들 잇속을 챙기려는 건설사나 보수 언론의 주장일 뿐” “무주택자 입장에선 집으로 투기하려는 사람들을 당연히 더 강하게 규제하라고 지지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투기판을 만들었는데 정상화가 될 때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야당의 선동에 휘둘리지 말고 정책 효과가 나올 때까지 좀 기다려 줘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다.

반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집값이 조만간 급등하고 또 ‘초강력 대책’을 내놓는다는 데 내 아파트를 건다” “정권 교체 당시 그 누구도 문재인 정부에 강남 집값을 빨리 잡아 달라고 한 기억이 없는데 부자들과 싸우는 시늉만 하면서 피해의식에 젖은 지지자들의 한풀이만 하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당장 다 팔 리도 없겠지만, 판다 해도 무주택자들이 그 집을 다 사줘야 1가구 1주택이 달성되는데 북한도 아니고 그게 가능한 시나리오인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보이지도 않던 투기꾼들이 어디서 그렇게 정부와 싸우고 있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주변에 정부를 지지하는 무주택자들은 대부분 집을 살 현금도 없을뿐더러 가격이 떨어져도 ‘상투’라고 안 살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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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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