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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국회·정당·정책
"황망한 이별" 박원순 시장 애도 물결…이해찬, 미투 질문에 "예의 아니다"

빗방울에도 여권인사 대거 빈소로

文 "연수원부터 오랜 인연…충격적"

해리스 대사·이용수 할머니도 발길

여당 의원들 '성추행 의혹'엔 침묵

유언장 공개…"모든 분들께 감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던 중 언성을 높이고 있다./권욱기자




10일 오후 고(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정치권과 각계에서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 빈소를 찾은 정치권 인사들은 갑작스러운 박 시장의 죽음에 황망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장례 첫날인 이날 조문객들은 고인의 업적을 회상하면서도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의혹에 대한 당 차원의 대응을 묻는 질문에 “그건 예의가 아니다! 그런 걸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 하느냐!”며 버럭 화를 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빈소를 찾지 않았으나 조화를 보내 고인을 추모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이 대신 빈소를 찾았다. 노 실장은 “대통령께서 연수원 시절부터 오랜 인연을 쌓아오신 분인데 너무 충격적이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과 고 박 시장은 사법연수원 동기(12기)다. 문 대통령은 저서 ‘운명’에서 “합격자 수가 141명, 적게 뽑던 마지막 기수여서 동기들 간의 유대감이 좀 돈독한 편이다”고 했다. 청와대 내부에도 이날 적막감이 감돌았다.

노영민(앞줄 오른쪽) 대통령 비서실장과 강기정(〃 왼쪽) 청와대 정무수석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로 들어가고 있다./연합뉴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로 들어가고 있다./연합뉴스


오전부터 장례식장 입구에는 주차장에서 나온 차가 빠져나오기 힘들 정도로 취재진이 포진했다. ‘친박원순계’로 분류되는 박홍근·이학영·김원이·남인순 등 민주당 의원들이 먼저 빈소를 찾았다. 점심시간이 되자 민주당에서 이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를 비롯해 설훈·박주민·박광온·정춘숙 등 다수의 의원이 유족에게 위로를 전하러 왔다. 정의당에서는 심상정 대표와 배진교 원내대표가 왔고 손학규 전 민생당 대표도 빈소를 찾았다. 문 대통령과 박병석 국회의장이 조화를 보낸 데 이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조화도 도착했다.

빈소를 찾은 여당 의원들은 ‘황망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 대표는 “이렇게 황망하게 떠났다는 비보를 듣고 참 애석하기 그지없다”고 조의를 표했다. 김 원내대표는 “황망한 소식에 비통함을 금할 길이 없다”고 심정을 밝혔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안에서 다들 황망하고 달리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깝고 슬프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1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를 찾은 관계자들이 조문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여당 의원들은 고인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개인적 의견은 물론 당 차원의 입장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당의 입장을 묻자 이 당 대표가 그건 예의가 아니라며 성을 낸 데 이어 김 원내대표도 대답 없이 자리를 떠났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 김두관 의원은 “법적으로 공소권도 없는 것도 정리됐다”고 일축했다. 정필모 의원은 의혹에 대해 묻자 손사래를 치며 빈소를 떠났다. 다만 심 대표는 “이 상황에서 가장 고통스러울 수 있는 분이 피해자라고 생각한다”며 “무엇보다도 이 상황이 본인의 책임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문객들은 박 시장을 ‘훌륭한 분’으로 회상했다. 이 대표는 “1970년대부터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40년을 함께해온 오랜 친구”라고 회상했다. 손 전 대표는 “시민운동 참여연대, 아름다운 가게, 우리나라 시민운동의 새로운 획을 그은 분”이라고 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위대한 시민운동가이자 서울시장으로서 국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신 분”이라며 고인이 평소 환경운동에 관심을 가졌던 점을 되새겼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존경하는 동지”라며 “최근에는 내가 피곤할 정도로 너무 많은 교육정책을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유족이 공개하기로 결정한 고인의 유언장에는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인의 참모인 고한석 서울시 비서실장은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는 부분을 읽다가 결국 눈물을 흘렸다. 측근인 박홍근 의원은 온라인에 퍼진 고인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고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은 물론 슬픔에 빠진 유족이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10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관계자들이 고 박원순 서울시장 분향소에 놓일 국화꽃과 백합을 옮기고 있다./연합뉴스


온라인상에서는 추모의 물결과 더불어 박 시장을 둘러싼 의혹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경쟁자였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곳으로 홀연히 가버린 형님이 밉다”며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숙제만 잔뜩 두고 떠난 당신이 너무도 원망스럽다”고 밝혔다. 박 시장과 동향인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그렇게 허망하게 갈 것을 뭐하러 아웅다웅 살았나”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박원석 전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SNS에 “끝까지 믿기지 않는 거짓말 같은 상황”이라며 “오점이 있다 한들 살아서 해결했어야지요”라며 비통함을 드러냈다.

다만 청와대 청원 게시판 등에서는 박 시장의 장례 절차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으로 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성추행 의혹으로 자살에 이른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국민이 지켜봐야 하느냐”고 했다. 이 밖에도 성추행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청원 등이 잇따라 게재됐다./김혜린·윤홍우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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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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