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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택자도 투기꾼이라더니'…공직자들의 ‘내로남불’ 부동산 재테크

최고위원회의 발언하는 민주당 이해찬 대표/연합뉴스




집값과의 전쟁을 선포한 현 정권의 인사 상당수가 ‘다주택자’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더해지고 있다. 현재 청와대와 정부는 22차례의 대책을 내놓는 등 1주택자까지도 잠재적 투기꾼으로 몰아가며 부동산 대책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당 의원, 청와대 참모·공직자들 또한 앞서 이들이 ‘꼼수’, ‘편법’이라고도 비난한 각종 ‘절세’ 수단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민들의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충북 청주 아파트에 이어 서초 반포동 ‘한신서래’ 아파트를 처분할 계획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청주→반포로 이어지는 매도 과정이 ‘절세’를 위한 것이었다고 보고 있다. 시세 3억원 아래인 청주 아파트를 먼저 팔아, 양도소득세 다주택 중과를 피했다는 것. 반포 아파트를 먼저 매매할 경우 고가의 세금이 중과되지만, 청주 아파트를 먼저 팔면서 그가 내야 할 양도세는 2,000만원 수준에 그치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순서만 바꿨을 뿐인데 세금 수천만원을 덜 내게 된 셈이다.

시세 70억원 가량의 반포 주공1단지를 박병석 국회의장 또한 증여를 통해 종부세 부담을 덜었다. 기존 보유하고 있던 대전 서구 아파트를 아들에게 증여한 것이다. 하지만 박 의장은 증여와 동시에 아들과 임대차 계약을 맺어 매달 월세를 아들에 지급하고 있다. 이 같은 형태는 시장에서는 증여세 절세를 목적으로 임대를 끼고 증여하는 ‘부담부증여’로 알려져 있다. 앞서 여권과 정부에서 이 같은 형태의 증여를 ‘편법 증여’라며 비난하며 단속에 나서겠다고 한 바 있다.

해당 증여를 통해 박 의장은 종부세 등 보유세 또한 알뜰하게 아꼈다. 금융권에서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박 의장이 대전 아파트를 증여하지 않았을 경우 올해 4,888만원이 보유세로 부과될 예정이었지만 미리 대전 아파트를 아들에 증여해 3,195만원으로 세금이 줄었다. 종부세율 등이 인상되는 내년의 경우 기존 8,288만원에서 4,660만원으로 약 3,600만원의 세금을 줄였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서초구 반포4동 한신서래아파트.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또한 보유세를 줄이기 위해 자신의 서대문구 연희동 단독주택 마당을 쪼개 자녀들에게 물려줬다. 주택은 남편이 그대로 갖고 있고, 마당에 해당하는 임야만 증여한 것이다. 이는 강 장관 부부가 보유세를 아끼기 위해 인상된 공시지가 적용되기 전 마당만 따로 자녀에게 증여한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또한 서대문구 연희동 단독주택을 비롯해 관악구 다세대주택과 종로구 오피스텔을 보유한 3주택자로 전해졌다.

“사는 집 빼고는 다 파시라”는 지침을 적극적으로 따라 손해를 본 비극(?)도 있었다. 지난 2018년 당시 2주택자였던 김상곤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성남 분당 아파트와의 저울질 끝에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94㎡를 23억 7,000만원에 매도했다. 해당 평형이 현재 30억~34억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약 10억원의 시세 차익을 누릴 기회를 놓친 셈이다.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는 다주택을 소유한 고위공직자들에게 주택을 매각하라 지시하면서 이들이 따를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우스갯소리로 ‘공직자 발 급매물’이 쏟아질 것이라 말하고 있다.

앞서 현 정권 인사 가운데 다수가 고위공직자 다주택 논란에 대해 계속 말을 바꾸며 국민들의 분노를 더하기도 했다. 이달 초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해 청와대의 다주택 처분 권고는)수도권 규제대상지역에 다주택을 갖고 있는 분들만 대상”이라며 “세종 집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변명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또한 그가 보유한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과천자이(옛 과천주공 6단지·전용 82.69㎡)가 재건축되면서 수억원에 가까운 시세 차익을 누릴 전망이다. 1주택자, 심지어 주택을 매수하려는 무주택자까지도 투기꾼으로 보는 공직자들이 정작 자신들의 부동산 보유는 정당한 것으로 주장하면서 시장은 계속해서 분노를 축적하는 모습이다. /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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