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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대한민국]"北 제재완화 안돼...대북정책, 비핵화 연계한 상호주의 돼야"

<상> 격랑의 한반도-국방·외교력 키워라

■美싱크탱크 전문가들 진단과 해법

"北, 핵 포기하지 않고 ICBM 등 도발도 상존...유엔결의안 준수 우선을"

"경제적·지정학적 위치로 좁은 길 걸어야 할 한국, 대미·대중외교 균형 필요"

"한미일 동맹·협력 강화가 전쟁억지력 유지 열쇠...한일갈등에 안보훼손 안돼"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와중에 한미일 안보 동맹이 흔들리고, 북한까지 ‘벼랑 끝 전술’로 나오는 등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한반도 상황. 미국의 한반도 싱크탱크들은 이를 어떻게 진단하고 바라볼까. 서울경제는 최근 미국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켄 가우스 미국 해군연구소(CNA) 국장과 e메일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를 비대면(언택트) 방식의 지상 좌담 형식으로 꾸몄다. 이들은 대체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며 한국이 일본과의 관계도 20세기가 아닌 현 안보·경제적 이익의 관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해외 전문가들과의 일문일답.





-윤경환 서울경제 외교안보팀장=남북관계 파탄,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회고록 파장 등으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계획이 위기를 맞았습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북한에 대해 유화정책을 이어왔는데 방향을 바꿔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비위를 맞추려고 지나치게 열심히 아부했어요.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기관·은행·기업에 직접 연락해 국제 제재의 요구 사항과 처벌 조항, 미국 법률을 상기해야 했을 정도죠. 문재인 정부의 관료들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과도하게 강조했고 이는 합의에 필요한 토대도 마련되기 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해야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욕구를 자극했습니다. 한국의 반복된 대화 시도에도 북한은 모든 간청을 거부한 채 가혹한 비판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모욕으로 대응하고 있죠. 한국 정부는 앞으로 북한이 혜택을 받기 전에 비핵화를 요구하는 유엔결의안부터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해야 해요.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김 위원장이 한국에 원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유엔 제재를 해제해주고 개성공단 재개, 남북 철도 건설, 에너지·통신 협력 등 남북 경협 프로젝트로 나아가는 것이에요. 최근 북한의 호전적 태도는 한국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의 한계에 대한 그들의 좌절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남북관계의 핵심 원칙은 상호주의여야 해요. 남북 화해 문제를 핵 문제와 연계하지 않는 것은 실수가 될 것입니다.

△켄 가우스 미국 해군연구소 국장=저는 생각이 좀 달라요. 문재인 정부가 옳다고 봅니다. 북한에 관여할 방법을 찾아야지 뭔가를 강제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은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관여하도록 더 독려해야 해요. 다만 미국 대선이 끝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윤 팀장=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기습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 예정인지, 북한에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보시는지, 제재 해제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여쭙습니다.

△클링너=북한은 트럼프 정부가 현 대북정책을 변경하지 않는 한 더 강하게 도발할 것을 암시하면서 여러 성명을 통해 미국 대선을 언급했습니다. 새로운 미사일을 운반하는 잠수함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개,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이 예상됩니다. 이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성공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훼손할 수 있는 조치죠. 10월10일 북한 노동당 창건기념일에 도발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반복적으로 선언했고 2012년에는 핵 보유국으로 편입되기 위해 헌법을 개정하기까지 했어요. 미국 정보공동체도 “북한이 부분적인 비핵화 단계로 협상하려 하더라도 모든 핵무기와 생산 능력을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고요.

국제 제재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요구하는 대응입니다.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 범죄 행위 등에 대한 제재 조치도 있어요. 북한의 부정행위가 줄어들거나 제거될 때까지 어떠한 제재도 축소해서는 안 됩니다.

△매닝=북한이 ICBM 시험 발사나 핵 실험을 하지 않는 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전까지 이를 무시할 것이라고 봅니다. 북한은 미국이 군사적으로 반응하기 직전까지만 한국을 공격하고 도발하는 데 능숙해요. 저는 북한이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봅니다.

지난해 12월 5차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전략적 선택을 했어요. 미국은 그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고 계속 적대적일 테니 북한은 핵무기를 선택할 것이라는. 그래서 저는 북한이 어떤 상황에서도 핵무기를 포기하기 위한 진지한 대화를 추구할 것으로 보지 않아요.

만약 미국이 핵 동결의 대가로 제재 완화, 관계 정상화 등을 제안한다면 북한이 협상에 나설지도 모르죠. 다만 저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감시를 받는 투명한 조치를 이행할 의향이 있는지 의심합니다.

△가우스=북한은 제재 해제를 위해 핵 프로그램 일부를 기꺼이 처리할 의향이 있어요. 그러나 현재 미국이 그러한 거래에 응하는 데 관심이 없습니다. 미국이 북한 엘리트들의 주머니를 확실히 채울 정도의 두둑한 지원 패키지를 준비하기 전까지 북한은 비핵화에 참여할 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거래 가능성을 흔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한 번 그 가능성이 사라지면 그때는 북한이 모든 것을 준비할 것입니다. 북한은 아마도 핵무기 개발을 가속화하겠죠.

-윤 팀장=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남북관계는 각각 어떻게 보십니까.

△클링너=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에 대한 진전이 없었는데도 김 위원장과 개인적인 관계를 맺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그래서 김 위원장이 핵 실험을 하거나 ICBM을 시험 발사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불분명합니다.

바이든 정부는 북한에 대해 보다 전통적인 외교 정책을 추구할 겁니다. 바이든 정부도 외교적 방법을 찾기는 하겠지만 북미정상회담에 동의하기에 앞서 합의에 대한 실무 수준의 진전을 주장할 겁니다.

△매닝=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선과 관련해 북한을 주요 외교정책 이슈로 제기했다가 크게 실패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북한을 계속 무시하는 전략을 선호할 것입니다. “북한의 위협은 사라졌다”고 주장할 수도 있고요.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되면 공직에서 벗어나 있던 많은 북한 무기 규제론자가 정부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요. 북한이 20~40개의 탄두를 가진 사실상의 핵 보유 국가인 점을 감안할 때 바이든 전 부통령은 핵 동결을 위한 대화를 고려할 겁니다. 이때 핵 동결이라는 표현만 ‘잠정’이라고 할 뿐 실제로는 거의 확실하게 종료된 상태를 뜻할 거예요. 미국에서는 이에 따른 비용에 대해 엄청난 논란이 일어날 것이고 북한은 완전하고 투명한 조치를 허용하지 않겠죠.

△가우스=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두 번째 임기에 북한과 거래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요. 북한은 이것을 알고 있죠. 북한은 트럼프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되면 도발 수위를 낮게 유지할 것입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새 대통령으로 선출되면 북한은 이를 ‘전략적 인내’로의 회귀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북한은 미국 정부와의 체스판을 다시 설정하기 위해 한반도에 긴장을 가중시킬 거예요. 한국은 북한에 압력을 넣는 게 아니라 관여하는 것이 북한을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바이든에게 설명해야 할 것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윤 팀장=미중 갈등이 갈수록 심화하는 가운데 한미관계도 방위비 협상 난항, 주한미군 감축설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과거와 비교할 때 현 한미관계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한국 입장에서는 경제적 이유 등으로 중국과의 관계도 중요한데 대중 외교를 어떤 방향으로 끌어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클링너=몇 년 전 한 한국 관계자가 “우리의 지갑은 베이징에 있지만 마음은 워싱턴에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한국의 경제적 의존은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 정부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구하는 주요 동력이 됐습니다. 당시 FTA는 중국 의존도를 줄여 무역을 다각화하고 중국의 위협에 대한 한국의 취약성을 줄이는 방법으로 여겼죠.

그럼에도 한국은 오랫동안 미국에 저항하며 중국을 소외시키지 않으려 했어요.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려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할 때도 한국은 주저하면서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했죠.

△매닝=한국 정부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요. 트럼프는 한국과 일본에서 병력을 철수하고 싶어 해요. 그는 동맹과 방위의 논리를 거부하거나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에게 그것은 단순히 사업이에요. 마피아처럼 다른 국가에 ‘보호비’를 지불받기를 원해요. 바이든이 대통령에 선출되면 이것은 빠르게 변할 것입니다. 동맹과 다자간 접근법을 새로 강조할 거예요.

남중국해, 히말라야 국경, 홍콩 등에서 벌어지는 중국의 독단적 행동에 점점 더 많은 나라가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사드 배치로 중국의 경제 보복을 받은 것처럼 한국은 대미·대중관계를 관리하기 위해 좁은 길을 걸어야 합니다. 만약 미중관계가 계속해서 나빠지고 미국이 아시아에 선택을 강요해도 한국은 경제적·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중국에 맞서는 선택을 하기 매우 어려울 거예요. 그러나 한국의 중국 의존에 대해 우려가 큰 건 사실이죠.

△가우스=한국과 미국은 서로 신경이 날카로운 관계에 있습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남아 거래를 중시하는 외교 정책을 추구하는 한 한미관계는 지금과 같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해요. 반대로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려 할 겁니다. 트럼프가 재선 뒤 한반도를 압박하지 않는 한 별다른 저항도 받지 않을 것이에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윤 팀장=최근 한일관계까지 악화되면서 한미일 안보 동맹도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미국이 양국 관계를 중재할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클링너=역사 문제는 복잡하지만 양국이 안보·경제 관계를 훼손할 의지까지 갖는 것은 큰 실수입니다. 20세기 안보 위협에만 계속 초점을 맞추는 한국에 대해 미국은 21세기 안보 위협에 대처할 필요성을 강조하려고 그간 노력해왔습니다.

오바마 정부의 경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위안부 합의에 관여했습니다. 이것은 미국이 두 주요 동맹국 사이에서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이는 공개 중재자 역할보다 더 효과적이었죠. 한일 문제는 양자가 해결하는 게 원칙이지만 트럼프 정부도 은밀하게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매닝=한일 간의 지속적인 불화는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가로막습니다. 3국이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전쟁 억제력을 유지하는 열쇠에요. 정상적인 미국 정부라면 예전에 했던 것처럼 조기에 이 문제에 개입해 한국과 일본이 합의를 보도록 압박했을 것입니다. 가장 최근에는 오바마 정부가 이 같은 일을 했죠. 지금은 위험한 상황이지만 개선의 징후도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가우스=북한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이상 그래도 한일관계는 계속 유지될 것입니다. 이건 미국이 중재를 시도하든 하지 않든 무관한 일이에요.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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