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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W] 美 "직장내 성소수자 차별 금지" 최종 판결

생존권 희망 얻은 LGBT, 종교의 벽까지 넘어설까

대법 '성적지향' 성별로 인정

성소수자 생계문제 해결 기대

다른 분야에 영햘 미칠 수도

"종교적 신념과 별개" 선그어

차별 완전 해소는 쉽잖을 듯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최고의 사법기관인 연방대법원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직원을 해고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자 전 세계 언론은 성소수자의 권리 신장을 위한 역사적 순간이라며 환호했다. 미국 매체들은 이번 판결이 2015년에 결정된 ‘동성결혼 합법화’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분석했다. 미 대법원 판결 중 최초로 기존의 생물학적 개념의 남성·여성 외에 성적 지향까지 성별로 인정한 만큼 다른 재판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동성결혼 합법화 논란의 초점은 성별 자체가 아닌 결혼에 맞춰졌다. 결혼은 신성한 행위이기에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합법화의 이유였다. 반면 15일 판결의 쟁점은 일할 권리가 아닌 성별이었다.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민권법 제7조에서 성별의 범위가 어디까지냐는 것이다. 판결문을 작성한 닐 고서치 대법관은 동성애자나 성전환자라는 이유로 직원을 해고하는 행위는 ‘그가 다른 성별이었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특성이나 행위’를 문제 삼아 해고한 것과 같으므로 성별에 의한 차별이 맞는다고 주장했다. 즉 성적 지향도 성별로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성별을 쟁점으로 한 다른 판결은 물론 고용을 넘어 공공시설 이용, 정부 복지 등 다른 분야에서의 차별을 금지한 민권법 해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이번 판결이 거의 모든 성소수자의 생계를 책임지는 직업과 관련된 재판이라는 점에서 성소수자 중 결혼을 희망하는 자들에게 의미 있는 판결인 동성결혼 합법화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진다는 분석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판결이 “결혼을 원하는 동성 연인뿐 아니라 차별의 두려움 없이 일하기를 원하는 미국 내 모든 성소수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직장 내 성소수자 차별을 금지한다고 판결한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대법원 앞에서 한 시민이 성소수자 인권 보호를 의미하는 무지개 깃발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받는 사례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이번 판결은 관련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직장 내 차별 문제를 다루는 미국 연방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에 따르면 2013년 808건이었던 차별 신고는 6년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1,868건으로 131.2%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사측과 차별 문제를 성공적으로 조정한 사례는 전체의 0.8%에 그쳤을 만큼 직장 내 성소수자 차별 문제는 해결이 매우 까다롭다.

미국은 국가 차원에서 성소수자 직원을 해고한 전례도 있다. 1953년 취임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같은 해 동성애자가 연방정부와 그 관련기관에서 근무할 수 없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65년이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도 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금지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민권법 제7조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는 당시 입법자가 염두에 둔 점은 여성에 대한 차별을 막는 것이었다고 강조하며 이 조항은 생물학적 성별에 따른 차별 금지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행정부의 입장과 상반된 판결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대법원)은 결정을 내렸고 우리는 그 결정과 함께 살아야 한다”며 판결을 에둘러 인정했다.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직장 내 성소수자 차별이 완전히 없어질지는 미지수다. 고용주가 종교적 신념을 기반으로 성소수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문제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15일 고서치 대법관도 이번 판결이 종교의 자유를 보호한 다른 법률과 관련된 쟁점들을 다룬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연방대법원은 오는 10월 동성 연인에게 입양면허 발급을 거부한 한 가톨릭단체의 행위가 위법했는지를 가르는 재판을 시작한다. 이 판결에서 동성애에 반대하는 일부 종교의 자유가 우선인지 성소수자의 권리가 우선인지가 판가름날 예정이다. 2018년 연방대법원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동성 연인에게 웨딩케이크 판매를 거부한 한 제과점 주인의 손을 들어주기도 해 앞으로 재판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불투명하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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