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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마이너스 금리 탐색하나…작은 파문 일으킨 세인트루이스 연은 보고서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이웬 이코노미스트 "V자회복에 마이너스 금리 필요"

마이너스금리·인프라 투자 없이는 L자회복 나타날 수도

위기 끝나는 시기에도 공격적인 재정·통화정책 나와야

연준 내에서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분위기 확산 의미

미국 워싱턴의 연방준비제도.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경제가 ‘V자 회복’을 하려면 마이너스 금리를 택해야 한다는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이코노미스트 한 명이 내놓은 것이기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뜻을 대변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2일(현지시간)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이웬 세인트루이스 연은 이코노미스트는 “당국은 금융위기 때 이상으로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을 구사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금리를 제로 이하로 내리는 것이 포함될 수 있다”고 적었는데요.

그러면서 1930년대 대공황 때와 2008년의 금융위기를 비교했습니다. 그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뉴딜 정책이라는 공격적인 재정정책을 펴면서 대공황 뒤에 V자 회복을 이뤄낼 수 있었지만 금융위기 때는 저금리와 연준의 자산매입에 의존해 결국 L자형 회복을 낳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웬 이코노미스트는 “재정과 통화정책의 공격적인 조합이 V자 회복을 달성하는데 필수”라며 “공격적인 정책이란 마이너스 금리와 대규모 인프라 지출을 뜻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미국이 천천히 성장을 시작한 뒤 빠르게 치고 올라가는 S자 형태의 회복을 위해서는 이 같은 정책조합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영구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물론 파월 의장은 최근에도 마이너스 금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경제에 미치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죠. 은행 수익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파월 의장의 생각인데요. 은행의 수익원은 크게 예대마진과 수수료입니다. 금리가 마이너스면 대출에서 벌 수 있는 돈이 줄어들게 됩니다. 이는 대출축소로 이어져 경제에 더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죠. 은행이 무너지면 실물경제는 뿌리째 뒤흔리게 됩니다.



여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연은 내에서 이 같은 보고서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적지 않습니다. 이 보고서로 연준 내에서 이런 생각도 있다는 점을 사람들이 알게 됐기 때문이죠. 간보기라고 할까요. 시장에 이런 분위기를 전한 뒤 경제상황이 급속하게 나빠지면 비슷한 메시지가 더 나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경기가 좋아지면 없던 일로 하면 됩니다. 그 전까지는 그저 한 이코노미스트의 생각일 뿐이라고 일축할 수 있습니다.

“무슨 소리냐”고만 치부할 게 아닌 것이 이는 고위당국자들이 정책을 할 때 자주 쓰는 방법입니다. 웬 이코노미스트의 보고서를 연준 주요 인사들이 안 볼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연준이 방향을 180도 돌리기 전에 사전 정지작업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지금까지 마이너스 금리를 하지 않겠다고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금리 내리겠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 전에 시장과 소통이 필요하죠. 포워드가이던스(Forward Guidance·사전 안내)가 이런 것 아니겠습니까. 이 보고서가 연준의 의사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미 언론이 기사로 쓰는 이유가 바로 이 같은 가능성 때문입니다.

물론 이코노미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끝날 확률도 큽니다. 하지만 장기침체론이 나오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요사태로 미 정국이 불안합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충격에서 미 경제가 회복하는데 최대 10년이 걸리며 손실만 7조9,000억달러라고 점쳤습니다. 세인트루이스 연은의 이 보고서가 향후 마이너스 금리로 가는 첫 움직임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앞날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작은 움직임 하나에 숨겨진 행간의 의미를 꼼꼼히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작은 파문이지만 이것이 커져 큰 파도가 될 수 있으니까요.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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