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김성현 칼럼] 좋은 국가채무는 없다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국채로 재정확대, GDP증가엔 한계

부채주도성장론과 다를 바 없어

추가추경 대비 재원마련 고심해야

김성현 성균관대 교수




지난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정부는 코로나사태 극복을 위해 한목소리로 3차 추경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대통령은 “전시(戰時) 재정”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과감한 재정지출을 주문했다. 이미 1, 2차에 걸쳐 24조원 가량의 재정지출이 집행되었고 이번 3차에서는 30조원이 넘는 추가 재정지출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재원 조달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이번에도 정부의 국채발행을 통해 조달할 계획으로 보인다. 이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는 이번 정부 들어 36%에서 46%까지 증가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에 대해 정부는 부채는 늘지만 재정지출이 GDP를 더 많이 증가시키면 GDP 대비 부채비율은 줄 수도 있다는 취지로 ‘좋은 채무론’을 들고나왔다. 재정지출증가가 GDP를 증가시키고 이는 세수증가로 이어져 재정건전성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발상이다. 소득을 늘려서 성장을 늘린다는 소득주도성장론에 이은 부채주도성장론이란 전무후무한 새로운 경제학 이론이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국가채무에 기반을 둔 재정 확대는 결코 GDP를 정부지출보다 더 많이 증가시킬 수 없고 재정건전성 악화는 피할 수 없다. 즉 다음과 같은 이유로 좋은 국가채무는 없는 것이다.

첫째, 국가채무는 한없이 증가할 수 없고 늘어난 국가부채는 언젠가 누군가는 갚아야 한다. 우리 세대에 세금을 올리든지, 아니면 자식 세대에 세금을 올리든지 해야 하고 내가 안 내더라도 우리 사회 누군가는 내야 한다. 정부는 일단 증세는 없다고 못 박고 있지만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간접적 증세는 일어나고 있다. 공시지가 현실화, 기타소득의 필요경비인정 비율 축소, 임대소득 비과세기준 축소, 기업에 대한 각종 준조세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꼼수 증세는 간접적으로 경제 전체에 세율 인상과 같은 영향을 준다. 경제학에는 리카디안 대등정리란 이론이 있다.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소비 주체는 늘어난 정부지출이 결국 세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사실을 알아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 추후 세금 인상을 대비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정부지출의 증가가 소비나 국민소득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고 오히려 추후 늘어날 세금이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둘째, 늘어난 정부지출이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코로나발 확대재정정책은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긴급재난지원금 등 현금성 복지지출이나 유동성 부족으로 생존이 위태로운 기업들을 살리는데 집중되어있다. 경쟁력 있는 기업이 단기간 유동성 위기를 겪을 경우 당연히 정부의 적극적 개입으로 살려야 한다. 하지만 인위적인 경기 부양으로 인해 연명하는 한계기업은 경제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는 이번 정부 들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친노동 반기업규제조항의 완화가 훨씬 더 효과적이다.

셋째, 코로나 위기의 끝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경제의 불확실성 지속은 국가채무발 경제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계속된 국가부채의 증가는 국가신용도를 낮출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해외투자자의 국채 보유 비중이 큰 나라는 늘어난 채무로 인한 국가신용도 하락이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원화가 기축통화가 아닌 상황에서 해외투자자의 국채투매는 외환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지금의 코로나 사태는 전시상황에 맞먹는 경제 위기임은 틀림없다. 이미 이자율을 낮출 만큼 낮춘 상황에서 전통적인 통화정책은 힘을 잃었고, 단기적인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확대재정지출만큼 효과적인 정부 정책은 찾기 힘들다. 따라서 정부의 신속한 추경 진행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적절한 재원 조달방안 없이 국가채무에 기댄 지출증가는 바람직하지 않다. 많은 방역전문가들은 이번 겨울 다시 대규모의 코로나 유행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추후 4차, 5차 추경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계속해서 국가채무증가로 이를 메꿀 수는 없다. 신속하고 과감한 재정정책도 필요하지만 좋은 채무는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적절한 재정지출계획과 재원 마련 방안도 반드시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