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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이케아 옆 가구거리는 '눈물의 땡처리' 중

광명가구거리, 평균 5팀 방문에 임대료 가중

“재난지원금, 단비…이케아 사용 이해안돼”

이케아 광명점, 평일이지만 진열대마다 고객

소파사러온 80대 부부까지…연간 850만 방문

1일 광명가구거리 한 점포 앞에 ‘반값 할인’을 알리는 광고판이 서 있다.




한때 이름을 날렸던 경기도 광명시의 가구거리. 광명사거리역에서 개봉교까지 1.3km 뻗은 가구거리는 80년대만 해도 40여개 점포가 들어서 있었지만, 지금은 20여개만 남아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1일 오전 찾아간 광명 가구거리는 더 한산했다. 점포마다 ‘반값세일’이라는 현수막이 나붙어 있다. 가구거리에서 만난 이상봉 경기 광명가구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보시는 것처럼 손님의 발길이 다시 뜸해졌다”고 말했다. 정부가 긴급재난지원 지원을 한 후 이곳 매출도 반짝 올랐다가 지난주부터 다시 손님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고 한다.

점포 밖에 놓여 있는 사무의자와 서랍장을 씌워 놓은 비닐포장은 희뿌연한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 오랫동안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이 곳에서는 평일 평균 5개팀이 방문해 1개팀 정도가 구매를 해 간다고 한다. 그나마 주말에는 20~30개팀 정도가 방문하지만 벌이는 시원찮다. 한 매장 사장은 “가격만 물어보고는 가는 손님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장사가 안되다 보니 임대료 부담도 만만찮다. 광명사거리역 7번 출구에서 3분 거리에 있는 2층 매장의 경우 월 임대료가 1,000만원이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 역에서 멀어져야 월 임대료가 500만원 정도로 떨어진다. 이날 오전 내내 가구 거리를 둘러봐도 눈에 띄는 손님이 없는 것을 보니 “임대료를 내고 나면 빚만 쌓인다”는 하소연이 과장만은 아닌 듯 싶다. A사장은 매월 임대료 500만원을 못내 직원 3명을 내보내고 아내와 둘이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A씨는 “그나마 입에 풀칠은 하지만 저축은 엄두를 못 낸다”고 토로했다.

1일 광명가구거리 내 한 점포 사장은 “저축은 엄두도 못 낸다”며 경영어려움을 토로했다.




가구거리 점포 사장들은 정부 재난지원금을 이케아에서 사용하게 되면서 손님들이 가구거리에서는 가격만 물어보고 실제 구입은 이케아에서 하는 게 아니냐고 불만을 내비쳤다. 실제 가구거리와 직선거리로 8Km 떨어진 이케아 광명점은 평일이지만 지하 주차장의 2/3가 꽉 찰 정도로 붐볐다. 가구거리 점포 사장들은 이케아 광명점 입주를 결사반대 했지만 끝내 막지 못했다. 5만9,000㎡ 크기의 매장에 가구, 침구, 생활·주방용품 등 8,600여개 제품을 판매하다 보니 가족단위 고객이 끊이질 않는다. 에스컬레이터를 따라 모델하우스와 같이 꾸민 ‘쇼룸’은 가구거리와 비교됐다. 50~60대 사장이 대부분인 가구거리가 고객 유인 경쟁에서 이케아를 당해 낼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 보였다. 재래시장과 대형마트가 경쟁하는 모습이랄까. 게다가 해외수입가구 유통사이트도 경쟁에 가세해 워낙 저렴하게 팔다 보니 가구거리의 경쟁력은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

1일 이케아 광명점 카운터 앞에는 구매한 제품을 계산하기 위한 고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케아 광명점에서 76만8,000원짜리 소파 가격표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던 80대 B씨는 “예전에는 광명 가구거리 등서 샀는데 이케아가 들어오고 나서는 이곳에서 주로 구입한다”고 말했다. 계산대에는 카트에 물품을 가득 실은 고객들이 줄을 길게 서 있다. 가구거리 사람들은 정부의 재난지원금이 해외서 제품 대부분을 제작·수입하는 이케아에 사용되도록 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더구나 이케아를 모르던 고객도 재난지원금 사용을 위해 시설이 좋은 이케아의 고정고객이 될까 봐도 걱정이 앞선다. 이상봉 이사장은 “이케아가 들어서면서 상권은 더 침체됐다”며 “(이케아 입점 이전에는) 100원을 벌었다면, 지금은 20원~30원을 버는 수준이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재난지원금 효과가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이케아와 가구거리의 모습이다. /광명=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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