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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편견]'그 사람' 그럴 것 같더라니

고든 올포트 지음, 교양인 펴냄





하필이면 ‘이태원 클럽’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누그러져 이제야 안정을 되찾겠나 싶을 무렵이었다. 확진자가 다녀간 클럽 중 일부가 성소수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비난의 화살은 특정 집단에게 쏠렸다. 전염병은 인간의 추악한 본성과 취약한 심리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중국인과 중국동포에 대한 편견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이후에는 특정 지역과 특정 종교, 해외 입국 교민 등으로 옮겨가며 혐오와 비난이 쏟아졌다.

소수 집단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인류 역사 내내 존재했다. 나치 독일의 유대인이 그랬고 미국의 흑인, 일제강점기의 재일 조선인이 그랬다. 지금도 여전하다. 여성과 성소수자, 탈북민과 장애인, 난민 등. 인간은 나와 다르고 낯선 존재에 대해 불안과 공포를 느끼기에 ‘편하기’ 위해 편견에 빠진다. “모든 사회 단위는 공동의 적‘을 두는 데서 안정을 느끼”는 까닭에 편견에 근거한 낙인과 희생양은 그 외 다수의 결속력과 안온감을 담보하게 되는 셈이다.

성격심리학 분야의 선구자인 저자 고든 올포트의 고전 ‘편견’이 처음 완역본으로 출간됐다. 원작은 지난 1954년 초판이 나온 고전으로, 이번 책은 출간 25주년 기념판을 우리 말로 옮긴 것이다. 저자는 인간 편견의 본질을 알면 그 파괴성을 통제하는 데 활용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편견의 원인부터 양상, 해결책까지 집대성한 이 책을 집필했으나, 정작 반세기가 넘도록 세상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편견’은 잘못된 일반화에 근거해 특정 집단과 그 구성원에 대해 지니는 적대적 태도와 감정을 가리킨다. 우호적 편견도 있지만 주로 편견은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편견은 교육에 의해 빠르게 습득된다. 책은 편견에 쉽게 물드는 이유를 부모의 영향을 포함해 개인 성격의 발달, ‘희생양 만들기’의 역사, 사회 규범, 종교, 경제적 요인 등으로 분석했다.

편견은 수직적 계층 이동 기회가 높은 사회일수록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하층계급이 상층으로 올라오는 걸 일종의 ‘위협’으로 간주하고 그 방어기제로 적극적 차별이 작동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편견을 극복할 수는 있지만 인식 개선 등의 공허한 호소보다는 강력한 제도적 개선이 먼저여야 한다. 저자는 “대중은 미리 전향자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기정사실이 그들을 바꾼다”며 고용, 주거, 교육에서 차별을 없애는 정부의 행동과 법률 개선을 우선적으로 시행하라고 조언한다.

8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이다. 다 읽기 힘들고 내용도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혹시 드는가? 그게 편견이다. 3만6,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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