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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기후센터] 코로나19 역설과 기후행동

권원태 APEC기후센터 원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류가 피해를 보고 있지만 지구의 공기는 맑아지고 생태계가 잠깐 되살아나는 ‘코로나19의 역설’을 목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는 주변을 희생시켜 경제성장과 부의 축적에만 몰두해 온 인간이 자연환경과의 공존·공생의 길을 고민해 보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기후행동에 동참해 지구의 생태계를 복원시킬 가능성을 목격했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는 생활 속 기후행동의 실천을 통해 지구를 되살릴 수 있는 희망을 봤다” 등이 대표적이다.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올해 2월 중순과 3월 사이 유럽 주요 대도시 내 대기오염이 현저히 줄었다. 이탈리아 북부지역의 이산화질소 배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40% 줄었다. 이산화질소는 발전소와 공장,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대기오염 물질로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악화하는 대표 물질로 꼽힌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의하면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이동 제한과 지역봉쇄 조치로 중국 우한지역 부근의 산업지역 내 이산화질소 농도가 전년 동기 대비 최대 약 30% 감소했다. 중국 생태환경부는 도시들이 봉쇄된 1월 20일부터 4월 4일까지 중국 전역의 초미세먼지의 평균 농도가 전년 동기 대비 18.4% 준 것으로 밝힌 바 있다. 인도 북부 잘란다르 지역에서 탁한 공기로 평소 볼 수 없었던 약 200km 떨어진 히말라야 설산이 30년 만에 관측됐다. 인도 정부의 전국 봉쇄령으로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이 됐던 생산공장이 문을 닫고 차량 이동도 줄어 대기질이 좋아졌다.

최근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3월 전국 초미세먼지 농도는 지난 3년(2017~2019년) 동월 평균치 대비 41.1% 줄었다. 3월의 미세먼지 ‘나쁨’ 일수는 3년간 평균 13일이었고 올해는 단지 1일이었다. 정부의 미세먼지 계절 관리제 정책 집행 효과와 국내외 경제·산업활동 위축 및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중요한 이유라고 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코로나19 확산에 의한 교통·산업·에너지 부문의 경제활동 축소로 올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6% 줄 것으로 예상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산업혁명 이후 석탄·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급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현재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68%가 에너지 생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또 화석연료에 의한 에너지 생산 비중은 2009년 81%에서 2035년 75%로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지구온난화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 화석연료 에너지를 청정에너지로 대체하면 지구 온난화의 속도를 줄일 수 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는 지구온난화를 방치하면 2050년경에 온도 상승폭이 1.5도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산호초 대부분이 소멸하고 동식물의 생식능력이 매우 약화해 생태계가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 기상청이 발간한 ‘2019년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최근 10년의 연평균 기온은 평년 기온과 비교해 0.5도 올랐고 최근 10년의 폭염일수는 15.5일로 198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기후행동은 대다수 사회구성원이 자발적인 의지를 갖고 참여할 때 효과가 더 크다. 이를 가능하게 하고 각 구성원에 의한 기후행동들의 상호 상승효과를 극대화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는 개인·단체·기업 등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고 기후행동에 자연스럽게 참여토록 이끌 수 있다. 개인의 고에너지 효율 제품 구매를 제도적으로 쉽게 하고 기업의 사업장 내 재생에너지의 자발적 도입에 동기를 부여하는 등 기후행동의 사회적 확산에 필요한 정책과 제도를 만들 수 있다.

정부는 장기적 관점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발전소 등과 같은 사회기반시설을 개선하는 범정부 차원의 기후행동 방안을 수립해 이행할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저탄소 경제구조로 전환하면서 고용과 투자의 확대를 이끌고자 정부가 추진하려는 ‘그린뉴딜’ 정책은 필수적인 범정부 차원의 기후행동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지역봉쇄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우리 모두를 자의든 타의든 기후행동에 참여하는 10대 스웨덴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로 변신시켰다. 코로나19의 역설만큼이나 애초에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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