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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경찰관] "사기범 대부분은 면식범…피해자 마음의 상처도 달래야죠"

■진헌 서초서 경제3팀 경위

진헌 서울 서초경찰서 경제3팀 경위가 사기 사건 피해자에게 받은 감사편지를 보여주고 있다./오승현기자




“다들 ‘경제수사’라고 하면 어렵게만 생각하세요. ‘나 사기당한 것 같다’ 싶은 일들은 대부분 경찰서 경제수사과를 찾으시면 됩니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만난 진헌(44·사진) 경제3팀 경위는 경제수사에 잔뼈가 굵은 베테랑 경찰관이다. 1999년 경찰에 입직한 그는 2011년 서초서 경제수사과에 지원한 뒤 지금까지 경찰 경력의 절반을 사기범들과 씨름해왔다.

올해로 경제수사만 11년째인 그이지만 경제수사과에 지원한 계기는 의외로 소박했다며 웃는다. 그는 “경찰이 되니 주변에서 ‘이거 사기 아니야’라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며 “그렇게 사기 사건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경제수사에 지원했는데 벌써 10년이 넘었다”고 말했다.

진 경위가 최근 수사한 사건 가운데는 3월 검찰에 송치한 ‘문구점 50억원 결제 사기 사건’을 빼놓을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매출이 급감한 한 문구점 주인이 그간의 거래내역을 살피던 중 고액의 결제취소 건을 발견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던 사건이다.

수사 의뢰로 접수된 거래내역은 한 건에 불과했지만 진 경위는 팀원과 함께 10년 치 매출기록을 꼼꼼히 살폈다. 그 결과 범인이 약 1,400회에 걸쳐 결제와 승인 취소를 반복하며 50억원어치의 물품을 빼돌린 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는 “범인이 문구점에서 VIP로 통하던 사람이라 피해자의 상심이 컸다”며 “범인을 잡고 난 뒤 피해자에게 받은 감사편지를 항상 자랑스럽게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헌 서울 서초경찰서 경제3팀 경위가 서초서 사무실에서 지난 3월 검찰에 송치한 ‘문구점 50억원 결제 사기 사건’을 설명하고 있다./오승현기자


진 경위가 오랜 세월 경제수사관으로 일하며 느낀 점 중 하나는 주변 지인들에게 당하는 사기피해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그는 “사기범은 처음부터 모든 걸 꾸며둔 채 접근하고 피해자는 무장해제 상태인 경우가 많아 쉽게 당할 수밖에 없다”며 “믿던 사람에게 당하다 보니 피해자들의 심리적 상실감도 매우 커 가슴 아팠던 적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수사한 200억원대 외환거래 사기 사건을 회상하며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어렵게 모은 아들의 장가 비용을 지인에게 모두 사기당한 어머니가 계셨다”며 “범인이 도주 중이라 검거에 힘을 많이 쏟았는데 검거 이후 어머니께서 경찰서를 찾아와 마음의 상처까지 치유됐다며 엄지를 치켜세워주시니 또 그간의 피로가 싹 풀리더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목표를 물으니 진 경위는 “퇴직 후 최선을 다한 경찰관으로 기억되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며 “책임수사 원년을 맞이한 만큼 작은 사건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요즘처럼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당한 사기의 고통은 배가된다”며 “액수에 상관없이 기록이나 자료를 한 번이라도 더 살피는 습관을 끝까지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사진=오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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