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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로터리] 신뢰의 선순환 구조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호모 사피엔스의 특징으로 ‘허구의 것을 믿고 따를 수 있는 능력’을 꼽았다. 이를 통해 인류는 종교와 법, 시장과 제도라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수만명이 결속할 힘을 갖게 됐다. ‘신뢰’는 인류가 다른 종(種)을 압도하게 된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셈이다.

신뢰는 자본주의 시스템하에서 그 잠재력을 꽃피웠다. 근대 이전까지 경제는 ‘한정된 부의 배분’이라는 제로섬 게임으로 오해됐다. 하지만 시스템을 신뢰할 수 있었던 인류는 가상의 미래수입이 현재 효용보다 가치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야흐로 ‘투자’의 개념을 정립한 것이다. 이제 인류는 주어진 파이를 어떻게 자를지보다 기존 파이를 어떻게 키울지에 더 큰 관심을 두게 됐다.

그동안 대한민국에서 투자 대상으로서 부동산이 주식보다 주목받은 이유도 상당 부분 신뢰와 관련돼 있다. 눈에 보이는 수익률에서 주식보다 부동산이 훨씬 믿음직스러웠다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부동산 투자는 한정된 부의 배분에 불과하며 국가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은 투자자에게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었다. 수익률과 안정성에서 신뢰를 얻지 못한 시장이 시중 자금을 흡수할 방법은 없었다.



최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몰리고 있다. ‘묻지 마 투자’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많은 투자자가 지난 경험을 통해 작금의 위기가 기회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만큼 많은 국민이 우리 자본시장의 기초 체력을 신뢰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향후 경기회복이 더디게 진행될 경우다.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물꼬가 겨우 트였는데 자칫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다시 신뢰를 회복하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성장성을 믿고 투자했는데 장기투자에 대한 혜택이 전무하다면 조급한 마음에 손절매가 이어지게 될 것이다.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가 지속 가능한 형태로 정착되기 위해 관련 제도가 정비돼야 하는 이유다. 이를 통해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개인 비중이 높아지면 그만큼 수급 불안으로 인한 변동성도 줄일 수 있다. 신뢰의 선순환 구조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도모할 수 있는 것이다.

제로섬 게임의 파이 자르기인 여타 시장과 달리 자본시장은 신뢰라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성장한다. 어찌 보면 호모 사피엔스에게 가장 어울리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자본시장이라는 엔진은 오늘보다 내일이 나을 거라는 믿음이 있을 때 힘찬 가속을 계속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신뢰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제도 정비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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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5 09:09:57시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