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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JYP 떠나 CEO 된 유빈 "외로운데 왜 이렇게 좋아"

유빈이 JYP와 결별 후 첫 디지털 싱글 ‘넵넵’을 발표했다. / 사진=르엔터테인먼트 제공




“외로운데 왜 이렇게 좋아.”

13년 동안 몸담은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 떠나 처음으로 새 앨범을 들고 만난 유빈의 얼굴에는 초조함이나 부담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더 자유롭고 유쾌한 매력으로 가득했다.

새 디지털 싱글 ‘넵넵(ME TIME)’ 발매 기념 인터뷰를 진행하며 유빈은 오랜만에 만나는 기자들에게 먼저 명함을 건네면서 인사했다. 명함 속 유빈의 이름 옆에는 ‘아티스트’와 ‘CEO’ 두 직책이 쓰여 있었다. 그는 “처음 가져보는 명함”이라며 한껏 부풀어있었다.

유빈은 원더걸스 해체 후 솔로 활동을 하며 홀로서기를 시작했지만, 올해 1월 JYP를 나와 직접 르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면서 진짜 홀로서기에 나섰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었고, 책임감은 더 막중해졌다.

“현재 빠져 있는 것은 ‘자유’와 ‘해방감’이에요. 많은 것을 배우고 시도하는 것은 즐거운 것 같아요. 현재 너무 행복해요. 그래도 내 것을 할 때의 자유에 따른 책임감은 다른 것 같아요. 대표 마인드에서는 좀 더 현실적이게 되더라고요. 직원 눈치도 보고요. 아티스트일 때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눈치를 좀 덜 봤던 것 같아요. 이제는 현실적인 비용 문제라던가 그런 걸 신경 써야 하는 걸 다 이해할 수 있어요.”(웃음)

오랜 소속사와 결별하고 이적하는 경우는 많지만 직접 소속사를 설립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유빈 역시 다른 소속사와 계약하는 것을 고려해보기도 하고, 많은 고민을 거쳤다. 그는 ‘새로운 도전’에 초점을 두고 큰 결심을 내렸고, 박진영의 응원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정말 좋은 회사에서 좋은 케어를 받으면서, 체계적인 시스템 안에서 일을 해왔는데 안주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편안함을 느끼는 것보다 다른 환경에 나를 집어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죠. 사실은 다른 회사를 갈까 고민도 했는데 그보다 새로운 걸 도전해보겠다고 저질러봤어요. 저도 예상을 못 했는데 문득 생각이 들더라고요.”

“박진영 PD님은 ‘되게 큰 용기다. 그런 생각 자체를 하는 아티스트는 적은데 어려운 길을 택한 것 자체가 너무 멋있다. 하지만 행복한 길이 어렵다’고 말해 주셨어요. 제가 선택한 길을 응원해 주신다는 것이 느껴졌죠. 회사에 궁금한 것이 있거나 필요한 게 있으면 꼭 이야기라고 하셨어요. 회사 설립할 때 어려운 게 많았는데 그런 것도 다 알려주셨어요.”

유빈은 이번 앨범에 직접 하나부터 열까지 손길을 뻗으면서 새삼 주변인들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앨범 콘셉트, 작사, 작곡 참여뿐만 아니라 음악 방송 출연 전에 소속사 관계자들이 PD들과 만나는 사전 미팅인 페이스 타임에도 직접 참석하면서, 아티스트로만 있었더라면 알 수 없는 새로운 일들을 알아가고 있다.

“회사 일이 너무 어렵더라고요. 이렇게 많은 것을 준비를 해야 하는지 처음 알았어요. 정말 많은 것들을 주위에서 해주셨고, 정말 내가 무대만 신경 쓸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결정을 해야 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걸 깨닫고 있어요. 태어나서 처음 겪는 고뇌인 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몰랐던 회사의 세세한 부분을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바쁘지만 재밌어요.”

유빈 / 사진=르엔터테인먼트 제공


신곡 ‘넵넵’에는 유빈의 상황이 한껏 녹아있다. 직장인이 되고 느끼는 감정들, JYP에 대한 감사, 그리고 자유와 해방감을 모두 담았다. 이 중 제일 주된 주제는 ‘네’라고 하기에는 왠지 눈치 보이는 이른바 ‘넵병’에 걸린 사람들이다. 회사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넵’이라고 대답하게 되면서 ‘넵병’에 공감하게 됐고, 그런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해주고 싶었다.

“요즘 퇴근할 때 너무 많은 기쁨을 느껴요. 제가 직장인이 다 됐더라고요. 그런 것에서 오는 공감대를 같이 공유하고 싶어서 이 곡을 만들게 됐어요. 프로듀서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저도 모르게 ‘넵넵’을 많이 쓰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가사에 녹여내게 됐고요. 원래 ‘넹’이나 ‘ㅇㅋㅇㅋ’ 정도만 했는데 확실히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까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더라고요. 요즘 안에 많이 계시다 보니까 스트레스가 해소될 수 있는 선물 같은 곡이 됐으면 좋겠어요.”

“가사에 JYP도 언급했어요. 13년 동안 저를 잘 케어해주신 JYP에 헌정하는 거죠. JYP에 있는 유기농 집밥 이야기도 나와요. 또 이제는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도 표현했어요. 박진영 PD님께도 가사에 언급했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기대를 하신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동안 ‘숙녀’ ‘무성영화’ 등 솔로 앨범에서 뚜렷한 콘셉트를 선보였던 것과 반면 ‘넵넵’은 자유로운 유빈 본연의 모습이 담겼다. 이번 앨범은 좀 더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중점으로 뒀다.

“제가 자유롭고 유쾌한 모습을 많이 못 보여드린 것 같아서 이번엔 유쾌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어요. 또 그동안은 컨셉츄얼한 걸 많이 보여드렸는데 자유분방하고 노는 느낌, 틀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뮤직비디오를 보시면 못생긴 표정도 짓고, 자연스럽게 보이시한 제스처도 많이 쓰고, 제 자신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많은 히트곡을 보유하고 있는 원더걸스는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지금은 솔로로 활동 중인 멤버 선미도 음원 강자가 됐다. 하지만 유빈은 이제 목표에 대한 부담감은 내려놨다. 단지 대중이 자신의 무대를 봤을 때 재밌고, 편하다고 느낄 수 있으면 성공이라고 여기게 됐다.

“언제나 순위는 높으면 감사하죠. 하지만 제가 목표를 정한다고 되는 건 아니니까요. 예전에는 목표를 높게 잡고 만약 거기에 못 미치면 제가 힘들더라고요. 순위에 집착했다기보다는 정말 운이 좋게도 순위가 좋았어요. 그래서 그런 걸 못 느꼈던 것 같아요. 기대에 부응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서 집착보다는 그것밖에 몰랐던 것 같아요. 다양한 선택지가 많고, 다른 분들 기대에 부응하는 것만이 행복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내가 즐거워야 다른 분들도 즐겁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이제는 다 내려놓고 ‘유빈이 이렇게 유쾌한 사람이었구나’ 그런 걸 느껴주시면 이번에 충분히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유빈 / 사진=르엔터테인먼트 제공


지금은 각자 흩어져 있지만 유빈에게 원더걸스는 항상 그리운 존재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흩어져 있는 멤버들을 영입하고 싶다”고 한 것처럼 직접 소속사를 차리면서 완전체를 실현시키고 싶은 마음은 더 커졌다. 실제로 멤버 혜림이 소속 연예인 1호가 되기도 했고, 선미 담당 매니저가 르 엔터테인먼트 실장으로 일하게 되면서 선미가 이적하기 위한 발판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예전부터 멤버들한테 소소하게, 재밌게 우리끼리 해보는 건 어떠냐고 많이 얘기했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저도 잊고 있었는데 회사 설립 준비를 하면서 ‘그때 그랬지’라고 리마인드가 되더라고요. 드디어 환경을 만들었으니 원더걸스는 언제든지 웰컴이에요. 지금은 각자 회사가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영입을 얘기 중인 건 없어요. 실장님이 르 엔터테인먼트로 오신 것도 우연히 흘러간 거예요. 원래 원더걸스 실장님이기도 했고 친분이 계속 있었는데, 쉴 때 저와 우연히 이야기를 하다가 도와주게 됐어요.”

원더걸스 멤버들과 컬래버레이션과 유닛 활동도 꿈꾸고 있다. 솔로 활동도 좋지만 그룹 활동을 할 때는 상호작용이 돼 다른 색깔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병행하는 것을 욕심내고 있다.

“컬래버 기회가 있으면 하고 싶어요. 워낙 곡을 잘 쓰는 친구들이라 재밌을 것 같아요. 그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나중에 시간이 흐르다 보면 그런 모습도 보실 수 있지 않을까요? 원더걸스 유닛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서 욕심이 나요. 앨범 수록곡에 비슷하게 한 적은 있는데 팬분들이 많이 좋아해 주셨거든요.”

유빈 / 사진=르엔터테인먼트 제공


많은 것을 해내야 하는 부담감이 있을 터지만 유빈은 이야기하는 내내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실패하고 나서 딛고 일어나는 것, 발전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가수, 대표, 인간 유빈으로서 역할이 많아졌지만 이런 마음가짐으로 인해 오히려 더 자유로워졌다.

“20대 때는 ‘멋진 사람이 되어야지’라는 생각이 컸어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목표치가 높아서 저를 괴롭혔어요. 30대가 되다 보니 내가 즐겁고 행복하면 모두가 좋은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에 회사를 운영하면서 회사 분들이 모두 행복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것, 제가 스스로 행복해지는 게 목표가 됐어요. 즐기면서 하는 게 최고인 것 같아요. 분야만 다를 뿐이지 유빈이라는 사람은 항상 같아요. 그 안에서 현재의 제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에요.”

“5월 21일을 발매일로 잡은 이유가 있어요. JYP와 계약이 1월 25일 끝났거든요. 날짜를 거꾸로 해서 저의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담았어요. 날짜를 맞추기 위해 조금 힘들긴 했는데 꼭 맞추고 싶었어요. 저를 열심히 채찍질하면서 만든 앨범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추승현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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