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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저렴한 것들의 세계사] '싸구려'가 세상을 망친다

■라즈 파텔·제이슨 무어 지음, 북돋움 펴냄





먼 훗날의 고고학자가 지금의 시대 흔적을 발굴한다면 아마도 플라스틱과 함께 닭뼈를 발견하게 될 공산이 크다. ‘치맥’의 묘미를 중국에까지 전파한 한국 사람 못지않게 미국인들도 닭고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육류가 바로 치킨이다. 풍부한 닭고기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유전자를 조합해 닭의 가슴 근육을 부풀린 결과물이다. 닭을 키우는 농장을 들여다보자. 육계 농장과 사료용 토지에는 저렴하게 쓸 수 있는 공공자금이 투입된다. 에너지도 싸게 공급된다. 계육공장을 굴러가게 하는 이들은 시급 25센트의 저임금 노동자들이다. 이들의 86%가 각종 질병을 앓고 있지만 대개는 전문적 치료·관리보다는 가족의 돌봄에 의존한다. 이 같은 시스템 덕분에 닭은 저렴한 식재료로 공급돼 다시 노동자의 입으로 들어간다.

현대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신간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는 우리가 즐겨 먹는 치킨을 자본주의의 총체로 제시하며 책장을 연다. 저렴한 것들은 자연, 돈, 노동, 돌봄, 식량, 에너지, 생명의 7가지를 가리킨다. 무엇 하나 귀하지 않은 것이 없기에 결코 ‘싸구려’ 취급받아서는 안될 것들이지만 인류는 이전까지 가치도 매길 수 없던 것들을 화폐가치로 환산하게 했고 가능한 그 값을 적게 매기는 전략을 펼쳐왔다. 책은 “자본주의의 역사는 이 모든 것들을 더 저렴하게 만든 역사”이며 저렴하다는 것은 “모든 것을 가능한 한 적은 보상을 주고 동원하는 폭력”이라고 주장한다.



두 명의 저자는 자본주의의 시작을 18세기 영국 산업혁명이 아니라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찾아 나서던 15세기 대서양의 섬에서부터로 봤다. 지질학적으로 현세는 신생대 제4기의 홍적세에 이은 ‘홀로세’지만 인류 등장 이후 지구환경이 급격하게 바뀌었다는 점에서 ‘인류세’라 부르기 시작한 것처럼 저자들은 최근 600년을 ‘자본세’로 명명하자고 제안한다.

책은 14세기 유럽에서 시작해 지배 계급이 이윤의 원천을 찾아 대서양의 섬들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추적한다. 그렇게 자본주의는 “새로운 저렴한 것들을 확보할 수 있고 인간과 다른 자연의 저렴한 노동을 강제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다녔지만 결국 생태계 전반을 위기에 놓이게 했다. 저자들은 저렴한 세계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며, 문제인식과 함께 제대로 된 보상과 재분배, 재창조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원제는 ‘A History of the World in Seven Cheap Things-A Guide to Capitalism, Nature, and the Future of the Planet’. 1만8,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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