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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팀 24/7]디지털 포렌식 등 첨단수사 '발군'...산업스파이 콕 잡아낸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산업기술보호수사팀

검거인원 4년새 26%이상 늘어

외국어 능통한 수사관도 많아

해외유출 범죄에도 적극 대응

피해건수 90%가 영세한 中企

직원 보안관리서약서 등 필요







지난 2018년 경찰은 중국 칭다오의 한 공장에서 국내 중소기업이 사용하는 공법과 동일한 방식으로 실리콘 특수가공액을 생산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실리콘 특수가공액은 섬유의 유연성과 흡수력을 크게 향상시키는 물질로 당시 한국이 보유한 첨단기술 중 하나였다. 집요한 추적 끝에 경찰은 현지공장 대표 A씨가 국내 중소기업 부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3년에 걸쳐 특수가공액 성분구성표와 공정 매뉴얼 등을 중국으로 유출한 사실을 밝혀냈다. A씨는 가명을 사용하고 공장 명의도 아들 앞으로 돌려놓는 등 증거인멸을 위해 치밀하게 시도했지만 유출의 흔적까지 지울 수는 없었다. 디지털 포렌식 수사 결과 경찰은 A씨가 해외영업 정보와 고객명단까지 빼돌린 것을 밝혀냈고 국내의 해당 업체가 70억원가량 피해를 입은 사실도 입증해냈다. A씨는 결국 구속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산업기술보호수사팀이 지난해 서울 강남구의 한 기업 사무실에서 경쟁사로 이직하면서 영업비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직원의 컴퓨터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경찰청


“기업들은 핵심기술이나 영업비밀이 회사의 전부나 다름없습니다. 전부를 잃어버린 기업이 기댈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 돼주는 게 바로 우리 ‘산업기술보호수사팀’이 할 일이죠.”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소속 산업기술보호수사팀을 이끌고 있는 김동극 팀장은 산업기술 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강조한다. 그가 팀장으로 있는 산업기술보호수사팀은 국가 핵심기술이나 기업의 핵심영업비밀을 가로채는 이른바 ‘산업스파이’ 범죄를 전담 수사하는 부서다. 독자적 수사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2010년 경찰청 산업기술유출 수사지원센터로 발족한 데 이어 2017년에는 전국 지방경찰청 내 수사팀으로까지 전면 확대됐다. 지난해부터는 유출이 되기 전 사전 예방을 통해 기술 보호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산업기술보호수사팀’으로 명칭을 바꿔 지방청 산하 22개 팀이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각종 기술유출 범죄를 도맡아 수사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산업기술보호수사팀이 지난해 서울 강남구의 한 기업 사무실에서 경쟁사로 이직하면서 영업비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직원의 컴퓨터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경찰청


◇늘어나는 기술유출 범죄…전문 수사기법으로 잡아낸다=산업기술보호수사팀의 가장 큰 특징은 중 하나는 직원 모두가 디지털 포렌식 수사에 능수능란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장점은 갈수록 교묘해지는 산업스파이 범죄를 수사할 때 진가를 발휘한다. e메일·클라우드·원격조종 등 유출 수법이 다양해지면서 증거 확보도 어려워지고 있지만 직원 스스로 다양한 포렌식 도구를 활용할 수 있어 다각도로 파일 열람 시점부터 수정 여부를 입증해낸다.

산업기술보호수사팀의 전문적 수사기법은 검거 성과로 입증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 301명이던 산업기술 유출 검거 인원은 지난해 381명으로 4년 새 26% 넘게 증가했다. 최근 5년간 붙잡은 인원만 1,696명에 달한다. 김 팀장은 “기술유출 범죄만큼은 산업기술보호수사팀이 가장 전문가라고 자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특히 외사과 소속으로 영어·중국어에 능통한 수사관도 많아 해외 유출 범죄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산업기술보호수사팀 소속 수사관들이 포렌식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성형주기자




산업기술보호수사팀의 존재는 규모가 영세한 중소기업들에 큰 힘이 되고 있다. 핵심기술이나 영업비밀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은 대기업들과 달리 대다수 중소기업은 보안의식은 물론 관련 시설을 갖출 여력이 안 돼 기술유출 범죄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5년간 검거된 기술유출 범죄 581건 중 90%에 가까운 518건은 중소기업에서 벌어졌다.

한지희 산업보안협력관은 “대기업들이 회사 컴퓨터에 이동식저장장치(USB)를 꽂지 못하게 하거나 프로그램 설치에 제약을 걸어두는 것과 달리 중소기업의 경우 이러한 방법을 알지 못하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도 “자본이 취약한 중소기업은 기술이 전부인 회사가 대부분”이라며 “돈이 크게 들지 않는 보안조치도 많은데 이조차 이뤄지지 않아 범행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동극 서울지방경찰청 산업기술보호수사팀장이 기업기술을 영업기밀로 지정하는 것만으로도 기술유출 시 피해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영업비밀 이해도 높여야 기술유출 피해 막을 수 있어=기업의 영업비밀 유출이 가장 빈번하게 이뤄지는 방식은 회사 내부자료를 갖고 몸값을 높여 경쟁업체로 이직해가는 경우다. 얼마 전 국내 굴지의 화학 업계 대기업들이 소송을 벌인 것도 경쟁사로 이직한 직원들이 회사의 영업비밀을 유출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팀장은 “프로그래머나 엔지니어들 가운데 ‘자신이 만든 기술이니까 내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전 직장의 자료가 자기의 몸값’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며 “기업 자금으로 기술이 개발된 만큼 엄연히 기업의 소유”라고 강조했다.

기술유출 피해를 방지하려면 무엇보다 영업비밀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야 한다고 경찰은 입을 모았다. 영업비밀로 인정받지 못하면 피해가 발생해도 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영업비밀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는 ‘비공지성’과 ‘경제적 유용성’ ‘비밀 관리성’으로 나뉜다. 김 팀장은 “중요한 서류에 영업비밀도장을 찍거나 비밀번호를 걸어두고 계약서에 보안관리 규정을 추가하거나 직원의 입·퇴사 시 보안관리 서약서를 받는 것만으로도 법의 효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산업기술보호수사팀 김동극(오른쪽) 팀장과 한지희 산업보안협력관이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최근 중소기업의 기술유출 피해가 늘어나자 경찰은 이들 기업을 상대로 한 보안교육설명회와 함께 직접 찾아가는 보안진단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한 산업보안협력관은 “설명회를 나가면 피해를 입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거나 보안조치에 돈이 많이 들어 부담스럽다는 분들을 많이 만난다”며 “기업 자금 사정에 맞춘 보안조치와 함께 미비한 서류를 보완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기술유출 피해가 발생하면 스스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즉시 경찰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김 팀장은 “가장 안타까운 건 분명히 기술이 유출됐는데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스스로 해결하려다 증거인멸이 이뤄지는 경우”라며 “유출 피해가 의심되면 관련 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산업보안협력관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사진=성형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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