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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홍석천, "골목상권 활성화시켰으면 책임감도 가져야"

거리 만들고 빠져버리면 부동산 장사하는 것

임대료 폭등과 주차난으로 낙후되고 있는 이태원

용산가족 공원 개장에 큰 기대

최근 이태원 ‘마이첼시’에서 만난 배우 홍석천 씨 /사진=고병기기자




이태원의 겉모습은 화려하다. 이태원은 서울에서 가장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지역이면서 힙한 가게들과 대기업들의 안테나숍이 몰려 있는 지역이다. 밤이 되면 클럽과 술집을 찾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을 찾기 쉽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태원은 어딘가 모르게 외롭고 쓸쓸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오래전부터 이태원은 외로운 이방인들의 터전이 되었던 지역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태원에서는 이슬람거리·아프리카거리·게이힐 등 한국 사회에서 소수자인 이들의 삶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예전부터 보광동부터 경리단, 해방촌에 위치한 월세방에서 시작해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외국인들도 많았다.

배우 홍석천 씨 역시 힘들 때 이태원을 의지했던 이 중 한 명이다. 홍석천 씨가 이태원에 자리를 잡은 건 1990년대 중반이다. 특히 그는 2000년대 초반 커밍아웃 후 이태원에서 가게를 시작하면서 이태원을 상징하는 인물이 됐다. 그런 그도 그간 크게 오른 임대료 때문에 7개나 하던 가게를 대부분 정리하고 지금은 해밀턴호텔 골목 뒤편에 위치한 ‘마이첼시’만 운영하고 있다. 그마저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휴업 중이다. 대신 공간을 이용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임대료는 받지 않고 전기료와 수도료 정도의 비용만 받고 대여해주기로 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다. 홍석천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태원에서 장사를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

2000년께 커밍아웃을 하고 나서 3년 반을 쉬었다. 그간 벌어둔 돈이 점점 없어지니까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연기 외에 관심 있었던 게 음식이다. 시간 될 때 해보자는 생각에 시작을 했다.

-왜 이태원이었나.

1995년에 경리단에 정착을 해서 살았다. 제가 워낙 오래 살았던 동네다. 커밍아웃하고 나서 외국에 나가서 살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이태원에 사는 외국 친구들이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격려도 해주고 많은 힘을 주더라. 저한테는 이태원이 외국이나 마찬가지였고 편했다. 편하다 보니 그냥 여기서 가게를 시작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 당시 이태원은 어땠나.

당시에는 다 다세대 주택가였다. 삼겸살 가게나 쌈밥집, 동네 세탁소와 같이 어느 동네 주택가에서나 볼 수 있는 가게들이 주로 있었고 프랑스 식당이 하나 정도 있었다. ‘글램’도 해밀턴 호텔 뒤 별관으로 사용되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때와 지금 이태원은 많이 다른 것 같다.

20년 동안 너무 많이 변했다. 10년 전, 15년 전, 20년 전이 다 다르다. 특히 2010년 전후로 이태원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다. 글램·프로스트·파운틴 같은 클럽들도 들어서고 힙한 가게들이 폭발적으로 생겨났다. 브라질·태국·중국·이탈리아·프랑스·그리스·불가리아 등 전 세계 각국의 음식점들이 몰려들면서 세계음식거리라는 이름도 붙었다. 정점을 찍은 게 2015~2017년 정도였다. 근데 지금은 개성 있는 각국의 음식점들이 다 사라지고 포차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왜 이렇게 빠르게 변화가 진행된 건가.

임대료 때문이다. 임대료 폭등으로 다들 나갔다. 제가 장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30평 기준으로 월세가 250만~300만원 정도였고, 2010년도만 해도 300만~400만원 정도였다. 지금은 700만원에서 900만원 사이다. 마이첼시도 월 임대료가 850만원 수준이고, 부가세까지 포함하면 935만원이다.



배우 홍석천씨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마이첼시’. 코로나 19 여파로 문을 닫고 가게를 쉬고 있다. /사진=고병기기자


-이태원 상권이 예전 같지 않은데 문제점이 무엇인가.

접근성이 떨어진다. 특히 주차가 너무 힘들다. 경리단길이 빨리 식은 이유도 임대료가 갑자기 오른 데다, 주차할 데가 없어서다. 그래서 사람들이 최근에는 이태원이 아닌 한남동으로 많이 간다. 이태원이 커지다 보니까 조금 더 싼 임대료를 찾는 이들이 한남동으로 넘어가서 가게를 열고 한남동은 한남공영주차장이 원래 있고 발레 서비스를 해주는 곳이 많아 사람들이 한남동으로 많이 가게 된다.

-임대료와 주차 외 다른 문제는 없었나.

(경리단길의 경우) 도시재생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거리를 활성화 시키고 떠난 이들의 책임도 있다. 도시재생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지자체 돈이나 대기업 투자받아서 거리 만들기를 하는데 거리를 활성화 시켜 놓고 빠져버리면 그 거리에 남은 자영업자들은 어찌해야 될지를 모른다. 자영업이라는 게 매장 하나 가지고 하기는 되게 버겁다. 골목이라는 게 생명력이 있어서 누군가는 거기를 계속 지키고 있어야 한다. 만든 이가 빠져버리면 남은 사람들이 알아서 하기 힘들다. 그래서 핵심이 되는 사람이나 단체가 계속해서 이끌어 나가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 활성화 시킨 후에 빠져버리면 그건 부동산 장사하는 거다.

-이태원에서는 홍석천 씨에게 골목 지킴이 역할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을 거 같은데.

한편으론 감사하고 한편으로는 부담이 된다. 책임감이라는 게 있으니까. 나는 이태원 골목의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스토리와 미래에 대한 그림까지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가능하면 이곳에서 계속 장사를 하고 싶다.

실제 홍석천 씨는 이태원 상권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간에도 거리를 지나가던 용산구청 공무원들을 붙잡고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으며, 코로나 19로 어려움을 겪는 주변 젊은 상인들이 홍석천 씨를 찾아와 상담을 하기도 했다. 또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경우 주차의 어려움과 상인들의 협조 등을 이유로 애초 촬영지로 평택을 고려했다. 이태원과 마찬가지로 평택에도 미군 기지가 있어 거리 풍경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석천 씨가 이태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이태원에서 촬영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발 벗고 나서 결국 이태원에서 촬영을 할 수 있었다.

배우 홍석천 씨가 코로나 19 사태로 휴업 중인‘마이첼시’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찾아온 커피 유통업자, 코로나 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변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고병기기자


-이태원의 미래는 어떻게 보나.

여기 있는 모든 상인들이 용산공원이 바뀌는 걸 기대하고 있다. 공원이 들어오면 공원 출입구 마다 주차장이 만들어지고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히 만들어질 거다. 그간 주차 문제가 해결 안돼서 동네가 낙후되었는데 그 부분이 해결될 거다. 또한 지금까지 이태원은 외국인이나 젊은층들이 가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고, 미군 때문에 위험한 동네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용산가족공원이 생기면 뉴욕 센트럴파크처럼 온 가족이 나와서 공원에서 즐기고 가족들이 찾는 배후 상권으로 달라질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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