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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우디 감산 압박에도…'코로나發 변수'에 유가 더 내리나

폼페이오, 왕세자에 "세계에너지·금융시장 안정 기회" 강조

사우디, 권력구도·점유율경쟁 셈법 복잡…감산 여부 미지수

印이동금지령 등 글로벌 수요 급감이 유가하락 불붙일 수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5일(현지시간) 국무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요7개국(G7) 외교장관 화상회의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우디가 세계 에너지·금융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유가 전쟁으로 급락세를 보이는 국제유가가 미국의 개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변수로 변동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유가 전쟁에 관여하겠다고 밝히며 사우디와 러시아에 증산 결정을 철회해 유가를 끌어 올리도록 압박하고 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원유 수요 급감이 유가의 추가 하락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와 러시아의 유가 전쟁과 관련, “적절한 시기에 개입할 것”이라고 밝힌 후 사우디에 대한 압박을 가속화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24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통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빈 살만 왕세자에게 “전 세계가 심각한 경제적 불확실성에 직면한 상황에서 중요한 에너지국인 사우디가 세계 에너지·금융시장을 안정시킬 기회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를 두고 미국이 유가 전쟁과 관련해 사우디에 언급한 것 중 가장 직접적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백악관에서 에너지부 장관 선임보조관으로 자리를 옮긴 빅토리아 코츠 전 국가안보부보좌관을 사우디 특별에너지특사로 내정했다. 대통령 특사가 단기 출장이나 방문 형식이 아닌 현지 부임하는 것은 매우 예외적으로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미국 최대 셰일업체 중 하나인 옥시덴탈 페트롤리엄은 최근 경영 악화로 직원 급여를 최대 30% 삭감하고 임원 급여도 평균 68% 줄이기로 결정했을 정도다

미국 셰일오일의 중심지인 노스다코다주의 케빈 존 크레이머 상원의원을 비롯해 미 의회 일부에서는 유가 전쟁이 끝나도록 사우디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충격 요법을 쓰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OPEC의 가격 및 생산량 조절을 담합행위로 규정해 이를 규제하는 법안인 ‘NOPEC Bill Bomb’을 마련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온다.

사우디 입장에서도 미국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왕위 계승 문제를 둘러싼 왕실 내 일부 세력의 불만과 자신이 과감하게 추진하는 개혁 정책에 비판적인 정통 이슬람주의자들을 돌파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유가를 통해 균형예산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사우디의 증산 결정이 코로나19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가시화되기 전 나온 만큼 사우디가 동맹국인 미국의 감산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러시아에 대해서도 제재의 강도를 높이며 사우디와의 증산 전쟁을 중단할 것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우크라이나 내전 개입 등을 이유로 러시아 정부 및 국영 에너지기업을 제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원하는 대로 사우디나 러시아가 증산 결정을 철회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FT는 전 세계 석유 수요가 향후 10년 내 정점을 찍고 꺾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사우디가 남은 기간에 저유가를 밀어붙이며 다른 산유국을 제치고 점유율을 올리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올 1월 사우디의 원유 재고량이 1억5,400만배럴로 역대 최저 수준인 만큼 러시아와 증산 경쟁에도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며 글로벌 석유 수요가 줄어드는 점도 유가의 추가 하락을 부추길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세계 3대 석유 소비국으로 인구가 13억명에 달하는 인도가 25일부터 3주간 전 국민 이동 금지령을 발효하면서 석유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세계 경제 둔화가 전망되면서 유가가 하락세를 보여왔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이에 기름을 붓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원유 중개업체인 비톨의 러셀 하디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원유 수요 감소가 하루 평균 709만배럴에 이르고 있다”면서 “여기에 3위 소비국인 인도의 여파가 더해지면 향후 하루 평균 감소량이 1,500만배럴 안팎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5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미국의 2조달러 규모 경기부양 패키지 법안 기대감에 모처럼 반등해 배럴당 2.0%(0.48달러) 상승한 24.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배럴당 60달러를 웃돌던 국제유가는 이달 초 시작된 사우디와 러시아의 유가 전쟁으로 배럴당 20달러선까지 밀려난 상태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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