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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인문학] '화려한 죽음' 초신성, 새 별의 탄생 부른다

■별들과의 대화- 별의 생애주기

-심채경 경희대 우주과학과 학술연구교수

수명 70억~130억년가량인 별

핵융합으로 밝게 타오르다가

마침내 수축·거대 폭발로 사라져

충격파가 주변 가스먼지 흔들고

기체 덩어리 모여 또다른 별 생성

뉴욕·샌프란시스코·파리·밀라노…. 언제나 활기가 넘치고 붐볐던 대도시에 인적이 드물어졌다. 텅 빈 듯한 도시를 햇살만이 채우고 있는 사진 속 풍경. 예년대로라면 연중 늘 북적북적 대도시는 물론 산에도 바닷가에도 따뜻해진 날씨와 봄꽃을 만끽하려는 상춘객으로 그득했을 것이다.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사람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는 인류라는 모집단을 추정하기에 꽤 괜찮은 표본집단을 만날 수 있다. 적어도 키와 체격·얼굴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양태 면에서는.

만약 외계의 지적 생명체가 지구 인류를 연구하기 위해 우리의 일생을 그대로 추적하려면 평균 수명만큼의 세월이 필요하다. 그래서 동식물을 관찰할 때는 생애주기가 짧은, 초파리나 애기장대 같은 모델 생물을 쓴다. 그러나 한 개체의 평생을 연구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을 때에는 생의 다양한 단계에 있는 여러 개체를 연구하는 것으로 개체의 생애주기를 알 수 있다. 우리가 별의 일생을 파악할 때 바로 그런 방식을 사용한다.

오메가 센타우리 구상성단의 HR도.




별의 수명은 70억~130억년가량이다. 그렇게 수명이 긴 별의 일생을 아는 것은 밤하늘의 수많은 별을 관찰해 그 색과 밝기의 경향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아이나르 헤르츠스프룽과 헨리 노리스 러셀은 별의 색을 가로축으로, 밝기를 세로축으로 하는 그래프 위에 별들을 점찍어 봤더니 별들이 산개해 있지 않고 여기저기 군집을 이루는 것을 발견했다. 이 그래프를 두 사람의 이름을 따 ‘HR도’라고 한다. HR도를 보면 왼쪽 위의 밝고 푸른 별에서 오른쪽 아래의 어둡고 붉은 별로 이어지는 추세선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역슬래시 방향의 구불구불한 대각선 형태다. 우리 태양을 포함해 밤하늘의 별 대부분이 바로 여기, 주계열에 군집을 이룬다. 어두운 주계열성은 작은 별, 밝은 주계열성은 큰 별이다.

별은 기체 덩어리다. 모여 있는 양이 아주 많기 때문에 내부가 아주 뜨겁다. 그 안에서 서로 빠르게 움직이던 원자핵이 부딪혀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이때의 약간의 질량이 에너지로 변하면서 별이 빛을 내는 것이다. 언젠가는 재료가 소진되는데 수소가 소진되면 헬륨, 헬륨이 소진되면 탄소, 이런 식으로 재료를 바꿔가며 마침내 철이 만들어질 때까지 몇 단계의 핵융합을 거친다. 애초부터 질량이 작아 가진 재료의 양이 적은 별은 핵융합의 초기 단계에서 생을 마감한다. 마지막 순간 수축했다가 작은 폭발을 일으켜 외각은 벗겨져 나가고 핵만 남는다. 이들 백색왜성은 주계열보다 왼쪽 아래에 군집을 이룬다. 너무 어두워서 백색왜성 자체는 관측하기가 쉽지 않으나 벗겨져 나간 잔해가 아름다운 행성상 성운으로 관찰된다.

여러 파장대에서 관측된 W49B 초신성의 잔해. /NASA


보다 큰 별은 여러 단계의 핵융합을 거치며 계속 밝게 타오른다. 비록 온도가 점차 식어 별빛은 붉은색으로 변하지만 별 자체가 팽창해서 여전히 밝게 보인다. 이 상태의 별은 HR도상에서 주계열보다 오른쪽에 위치한다. 마침내 모든 단계의 핵융합이 끝나고 중심부에 더 이상 핵융합을 일으키지 않는 철만 남게 되면 별을 이루고 있는 물질이 모두 한꺼번에 수축했다가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우주 공간으로 흩어진다. 바로 초신성이다. 이름만 보면 새로 태어날 별 같지만 사실 생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사라지는 순간이다. 밤하늘에 갑자기 엄청나게 밝은 별이 나타나 수개월에 걸쳐 서서히 어두워진다. 수십억년의 별의 수명에 비하면 찰나와 같은 순간이다.

초신성 폭발 후에는 더 이상 별이 아니므로 HR도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그동안 쌓아뒀던 핵융합의 결과물을 주위에 흩뿌려 화려하고도 장엄한 여러 색의 잔해를 남긴다. 잔해는 계속해서 빠르게 퍼져나가고 폭발로 인한 충격파가 주변의 가스 먼지들을 흔든다. 그러다 보면 어딘가에서는 다시 기체 덩어리가 모여 수축을 시작한다. 별의 죽음으로부터 또 다른 별이 탄생하는 것이다. HR도에 새로운 점이 찍힌다.



성단에 있는 별의 HR도를 그려봐 대부분 주계열에 모여 있다면 꽤 젊은 성단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핵융합이 천천히 일어나는 작은 별들만 주계열의 오른쪽 아랫부분에 많이 남아 있고 밝은 별은 대부분 주계열을 떠나 HR도의 오른쪽에 흩어져 있다면 고령화가 진행된 성단이다. 외부은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래프 하나가 성단과 은하의 나이를 추정하고 개개의 별이 각자의 생애주기에서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저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인류는 탄생과 멸종 사이 어디쯤 와 있을까, 우리에게 펼쳐진 길을 우주적 섭리에 따라 잘 밟아나가고 있을까, 그런 것도 알려주는 그래프가 있으면 좋겠다.

심채경 경희대 우주과학과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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