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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재난기본소득, 신중해야 한다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경제학

온 국민에 단순히 현금 뿌리다간

부양효과 없이 '공유지 비극' 초래

피해산업 위주 금융·稅 지원 늘려

기업부터 살리고 경제체질 개선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유럽·중남미 국가들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출입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이동을 제한하는 극단적인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 경제적 피해도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게다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감산 합의 결렬로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전 세계 주식도 폭락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위기다. 코로나19 사태는 과거와 달리 실물경제 둔화가 금융불안을 초래해 피해가 더 크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JP모건은 올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1.1%로 수정했고, 우리나라 전망치도 0.8%로 대폭 낮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지방자치단체 단체장과 정치인들이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소위 ‘헬리콥터 머니’라고 불리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현금 살포가 지금 우리 상황에 적합한 것인지에 대해 제대로 된 검토가 이뤄진 것 같지는 않다. 상황이 급박할수록 제대로 된 처방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정리가 돼야 하는 것이 정책목표이다. 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하는지, 즉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해야 한다. 재난으로 생계유지가 어려워진 사회적 취약계층 보호가 목표인지, 소비진작을 통한 경기침체 타개가 목표인지 분명해야 한다. 우리의 경우 취약계층 배려를 내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칫 성과 없이 재원만 낭비해 더 큰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확대는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은 취약계층 지원과는 거리가 있다. 기본소득은 소득수준이나 피해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일정금액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제도이다. 지금 논의되는 ‘재난기본소득’은 특수한 상황을 반영해 일회성으로 지급하는 ‘피해 지원금’ 성격이 강하다. 사회불안을 방지하기 위해 취약계층을 선별해 ‘재난 수당’을 확대하더라도 그것을 기본소득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가 45%에 불과한 상황에서 전주시가 5만여명에게 1인당 52만7,000원, 강원도는 30만명에게 40만원을, 서울시도 117만가구에 30만∼50만원을 긴급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식으로 확산되면 자칫 ‘공유지의 비극’을 초래할 수도 있다.



2008년 금융위기는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확대, 국가 주도의 부실자산 매입과 자본 확충, 총수요를 늘리기 위한 적극적 재정정책 등을 통해 해법을 찾았다. 그러나 지금은 감염 공포 때문에 소비가 위축되고 인적 이동이 제한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대응방식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일 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000억달러에 달하는 급여세 감세안을 제시했지만 그 효과는 하루도 채 가지 못했다. 불과 12일 뒤 기준금리를 1%포인트나 인하하고 7,000억달러에 이르는 양적완화 방침을 밝혔지만 그 역시 효과가 하루 남짓에 불과했고 금융시장 변동성만 키웠다. 1인당 1,000달러를 지원한다는 정책 발표도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했다. 기축통화 발권력을 가진 미국도 이런 상황인데 교역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가 재난기본소득을 통해 경기가 부양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재난기본소득은 ‘기본소득’이 아니라 ‘재난 피해 지원금’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우리의 경우 이를 통한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피해 산업에 대한 신속하고 직접적인 금융과 세제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기본소득보다는 어려움에 처한 산업과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고용지원금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산업과 기업을 살려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번 위기를 과감하게 경제체질 개선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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