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박윤선의 부동산 TMI] <11>도시개발이 바꾼 한강의 무인도 '밤섬'

수백명 살던 섬, 여의도 개발때 '폭파'

수면 아래서 면적 넓히며 다시 떠올라

/그래픽=진동영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국민이 반 격리 상태의 생활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봄은 성큼 다가왔습니다. 오늘의 ‘부동산TMI’는 봄을 맞이해 아파트 이야기에서 한 발 벗어나, 한강의 대표적인 섬 ‘밤섬’을 조명해보려 합니다. 한강에 있던 많은 섬들이 도시개발이라는 목적을 위해 확장되거나 옮겨지거나 아예 사라졌는데요. 그 중에서도 밤섬은 많은 사연을 갖고 있습니다. 아주 먼 과거, 여의도의 일부였던 밤섬은 대홍수를 겪으며 별도의 섬으로 분리됐고, 1960년대엔 여의도 개발을 위해 폭파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2020년, 밤섬은 여전히 서울 시민의 곁을 지키고 있죠. 흑백 사진 속 밤섬과 오늘의 밤섬은 위치는 같아도 실은 다른 밤섬이란 얘긴데요. 밤섬에는 도대체 무슨 일들이 있었던 걸까요?



◇ 여의도였다가 여의도가 아니었다가

=밤섬과 여의도는 인간으로 치면 애증의 관계라고 칠 수 있습니다. 원래 고립된 섬이었던 밤섬은 여의도가 점점 발달함에 따라 여의도와 하나의 지역으로 이어집니다. 이 둘이 갈라진 것은 대홍수 때문입니다. 조선 시대에 쓰여진 ‘동국여지비고(東國與地備攷)’에 의하면 밤섬과 여의도는 서로 붙어 있었는데 홍수로 갈라졌다고 합니다. 여의도와 다시 갈라선 후 밤섬은 한 때 78가구 443명의 주민이 거주할 만큼 큰 섬으로 위세를 키웠습니다.

활기찬 삶의 터전이었던 밤섬의 명운이 단숨에 기울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이뤄진 대대적인 도시개발 시절입니다. 여의도 개발이 확정되면서 1968년 2월, 정부는 밤섬을 폭파해버립니다. 여의도 개발에 쓰일 잡석을 채취하고, 한강 흐름을 좋게 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여의도의 제방인 ‘윤중제’에는 돌 400만 개가 사용됐다고 하는데요, 이 골재가 바로 밤섬을 폭파해 나온 잡석들입니다. 이때의 폭파로 밤섬 대부분이 유실됐습니다. 이 곳에 살던 주민들은 실향민이 돼 마포구 창전동 일대로 이주했습니다. 이렇게 밤섬은 역사 속으로 영영 사라지는 듯 했습니다.



◇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힘으로 부활한 밤섬

= 수면 아래로 사라진 밤섬은 1987년 한강종합개발이 끝나면서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2013년 서울시가 위성항법장치(GPS)로 밤섬의 면적을 측량한 결과 폭파 전인 1966년 4만 5,000㎡였던 면적이 27만 9,000㎡로 오히려 6.2배나 증가했습니다. 이는 서울광장 21개와 맞먹는 규모입니다. 수면 아래 남아있던 암반층에 돌과 모래가 점점 쌓이면서 해마다 평균 4,400㎡씩 확장된 셈입니다. 새로 생긴 밤섬은 폭파의 영향으로 윗 밤섬과 아랫 밤섬 두 개로 나뉘어졌는데요, 윗밤섬은 영등포구 여의도동, 아랫밤섬은 마포구 당인동에 속해있습니다. 부활한 밤섬에는 바람과 물에 실려온 씨앗들이 싹을 틔워 숲이 우거졌고 이제는 서울의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가 됐습니다.

면적은 넓어졌지만 여전히 밤섬은 무인도입니다. 1999년 서울시가 밤섬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정해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했기 때문입니다. 2012년에는 철새 등 물새 서식지로 보전 가치가 있다고 인정 받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기까지 했습니다. 1년에 한 두 번, 쓰레기를 수거하고 밤섬의 생태계를 조사하기 위해 관계자들이 배를 타고 밤섬에 들어가는 것이 전부입니다.

도시 개발을 위해 인위적으로 사라졌지만 자연의 힘으로 부활한 밤섬을 보며 새삼 그 힘의 위대함을 느낍니다. 밤섬의 이름을 딴 아파트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간을 위해 자연을 파괴해서라도 개발이 필요하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을, 밤섬은 실증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