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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팀 24/7]다크웹서 텔레그램까지…뿌리깊은 디지털성범죄 끝까지 파낸다

■사이버성폭력수사팀

유통망·범죄수법 갈수록 교묘해져

불법촬영카메라 탐지기 직접 개발

美·英 등과 공조수사로 성과 높여

매일 음란물 봐야해 스트레스 극심

피해자 수사 협조 안할 땐 아쉬워

경찰청 사이버성폭력수사팀 수사관들이 온라인 내 불법 촬영 영상물을 모니터링하고 있다./한동훈기자




A씨는 지난해 10~11월 텔레그램에 ‘OO를 소개합니다’라는 방을 만들었다. A씨는 이 방에 한 여성의 신상정보와 얼굴 사진 및 성관계 영상, 합성 음란물 등을 올렸다. 1,212명이 모인 이 방에서 성착취 영상 등이 무차별 유포됐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실체를 드러낸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한 예다. 경찰은 추적 끝에 올해 초 A씨를 검거했다. 지난해부터 3월 현재까지 전국 지방경찰청 사이버성폭력수사팀이 텔레그램 범죄와 관련해 검거한 사람은 115명에 이르며 이 중 18명이 구속됐다.

텔레그램 n번방 외에도 최근 온 사회를 경악하게 만든 ‘웹하드 카르텔’ ‘다크웹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등 사이버 성폭력을 최전선에서 수사한 곳이 경찰청과 전국 지방청에 설치된 사이버성폭력수사팀이다. 경찰은 사이버 성폭력이 여성과 청소년의 삶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고 보고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잡는다’는 목표 아래 디지털 성범죄자 추적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최종상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장은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를 검거하기 위해 텔레그램 본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중동의 현지 경찰과 국제공조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란 사이트부터 텔레그램까지…진화하는 유통망 끝까지 수사=경찰이 사이버 성폭력 수사에서 사실상 첫 실질적 성과를 낸 것은 지난 2016년이다. 당시 네덜란드와의 공조를 통해 국내 최대 음란 사이트인 ‘소라넷’의 핵심 서버를 폐쇄했다. 소라넷은 타격을 받았지만 이때부터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음란물)’, 불법 카메라 촬영 영상 등이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디지털 성범죄 행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에 2018년 3월 전국 17개 지방청 내에 사이버성폭력전담수사팀이 설치됐고 민갑룡 현 경찰청장이 취임한 직후인 2018년 8월에는 경찰청에도 사이버성폭력수사팀이 문을 열었다. 경찰청 전담 수사팀은 전국 지방청 사이버 성폭력 사건 중 수사 난도가 높거나 국제공조가 필요할 경우에 직접 수사하는 역할을 한다.

모텔 내 헤어드라이기 거치대에서 발견된 불법카메라 모습./사진제공=경찰청


경찰이 사이버 성폭력에 대한 수사를 본격 진행하면서 최근 1년여간 굵직한 성과를 올렸다. 2018년 11월 위디스크 등 웹하드 업체를 통해 불법 촬영된 영상물을 유통하면서 헤비업로더, 필터링 업체, 디지털 삭제 업체까지 ‘웹하드 카르텔’을 운영한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을 수사해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해에는 ‘밤의 전쟁’ 등 국내 최대 성매매 광고 사이트 개발자를 검거해 사이트를 폐쇄했고, 미국·영국 등 38개국과 공조수사로 다크웹에서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를 운영·이용한 한국인 235명 등 총 349명을 검거했다.

최근에는 텔레그램 n번방 수사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의 핵심에 놓인 아이디 ‘박사’ 등을 추적 중이며 추적 대상자의 정보를 합법적으로 수집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경찰청 내 사이버수사과에 ‘텔레그램 추적 수사지원 TF’를 설치·가동하고 있다. 이명원 경찰청 사이버수사지도계장은 “음란 사이트, 웹하드 등 기존의 성착취물 유통경로는 경찰의 단속 이후 크게 위축됐지만 텔레그램·다크웹 등 새로운 경로를 통한 범죄가 이어지고 있다”며 “어떠한 유통망이라도 발견되는 즉시 끝까지 수사해 사이버 성폭력을 근절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청 사이버성폭력수사팀 수사관이 모텔 내 헤어드라이기 거치대에 설치된 불법 촬영 카메라를 뜯어내고 있다./사진제공=경찰청


◇첨단기기 개발에 국제공조는 필수=경찰이 사이버 성폭력 수사에서 성과를 낸 데는 첨단기기의 역할이 컸다. 경찰청은 숙박업소 내 불법 촬영 카메라를 탐지할 수 있는 ‘무선 IP 카메라 탐지기’를 직접 개발해 실제 수사에 사용하기도 했다. 홍혜정 경찰청 사이버성폭력수사팀 팀장은 “기존의 렌즈·전파기반 탐지기는 단거리만 탐지가 가능하고 모텔 같은 사적 공간 추적은 어려웠다”며 “시중에 유통된 IP 카메라는 모두 일련번호를 가지고 있고 일정한 신호를 내는 데 착안해 신호 세기를 감지해 몰래카메라를 탐지하는 기기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탐지기를 활용해 지난해 영남·충청 일대 10개 도시, 30개 모텔(객실 42개)에 무선 카메라를 설치해 이를 온라인으로 실시간 중계한 피의자 2명을 구속하는 성과를 올렸다.

국제공조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음란 사이트는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기 때문에 외국법집행기관과의 협력은 필수다.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면서 현지 음란 사이트 서버 자료를 확보할 때 긴밀히 협력한다. HSI 소속 수사관은 지난해 경찰청에 파견돼 수사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경찰청은 아동 성착취물 단속을 위해 올해 인터폴에 약 15억원도 지원한다. 한국 경찰이 인터폴에 재정지원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민 청장은 최근 “텔레그램에 대한 국제공조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웹하드 카르텔’을 통해 음란물 불법유통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연합뉴스


◇장시간 음란물 시청에 트라우마도=사이버 성폭력 수사관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범인을 잡기 위해 직접 음란물을 오랜 시간 봐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아동 성착취물을 시청하면 상상을 초월한 트라우마가 생긴다고 한다. 지방청 사이버성폭력수사팀 소속의 한 수사관은 “출근하면 바로 음란물을 봐야 하는 게 고역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홍 팀장은 “외국에서는 자격을 갖춘 수사관만 아동 성착취물을 보게 하고 그 기간도 6개월 정도로 제한한다”며 “한국은 그런 기준이 없어 수사관들이 힘들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이버 성폭력의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청소년이다. 사이버 성폭력 수사에 있어서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피해자의 협력은 필수다. 경찰청 관계자는 “가해자 처벌을 위해 피해자 진술이 필요한데 피해자가 삭제 차단만 요청하고 수사를 원치 않는 경우가 있다”며 “이에 여성 경찰관을 전담조사관으로 지정하는 등 피해자 친화적 수사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므로 적극적인 피해 신고를 당부한다”고 전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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