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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대중주의 우파의 '코로나'활용법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대유행 막으려면 국제공조 필수
음모론으로 증오·공포 조장말고
예방·대응 시스템 협력 강화해야

  • 2020-03-09 17:29:49
  • 사외칼럼 39면


[해외칼럼] 대중주의 우파의 '코로나'활용법

현재 의료 전문가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가 건강에 미치는 효과를 꼼꼼히 분석하고 있다. 경제학자들도 바이러스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파악하느라 밤잠을 설친다. 하지만 신종 바이러스가 정치판에 어떤 결과를 몰고올지 예측하는 것이야말로 다른 무엇보다 힘든 도전이 될 것이다.

사학자인 윌리엄 맥닐은 서반구 원주민들이 유럽인들의 종교와 관습을 왜 그리도 신속하게 받아들였는지 파악하려 한 바 있다. 그는 당시 바이러스가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숱한 인명피해를 낸 천연두 같은 무서운 질병이 바다를 건너온 외국인들에게는 크게 피해 주지 않은 것을 직접 목격한 서반구의 토착 원주민들은 그들이 받아들여야 할 우월한 문화와 종교를 유럽인들이 갖고 있다고 믿었다.

전 세계로 번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신속히 진정되고 일상의 삶이 제자리를 되찾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바이러스 확산세가 지속한다면 대대적인 정치지형의 변화가 따라올 수 있다.

포퓰리스트 우파는 어디서든 코로나19의 책임을 구멍 뚫린 국경과 이민자들 탓으로 돌리려 든다. 사실 바이러스 감염증은 여행자들과 관광객들에 의해 전 세계로 번졌다. 일반적으로 가난에 찌든 망명 신청자들은 호화로운 크루즈선에 승선조차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포퓰리즘을 앞세운 우파 정치인들은 그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현재의 위기상황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한다.

현재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코로나19 감염건수가 극소수에 불과한데도 이탈리아 북부동맹 대표이자 극우선동가인 마테오 살비니는 중앙 정부가 이 지역의 이민자들을 계속 받아들이고 있다며 연이어 격렬한 항의집회를 열었다.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스페인의 극우정당들 역시 경쟁적으로 국경 통제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미국의 공격은 중국에 집중됐다. 폭스뉴스의 한 사회자는 전 세계가 전염병 위협에 시달리는 주된 이유에 대해 중국 공산당이 자국의 인민들을 제대로 먹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기아에 허덕이는 중국인들이 “박쥐와 뱀을 날것으로 먹었고” 이로 인해 바이러스의 숙주가 됐다는 억지 논리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우군인 톰 코튼 상원의원은 문제의 바이러스가 최고 보안등급을 지닌 중국의 한 생화학 연구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1980년대 미국의 극좌세력은 에이즈바이러스(HIV)가 중앙정보부(CIA) 연구실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소문을 조직적으로 퍼뜨렸다. 그리고 이제 극우파가 그들 몫의 바이러스 음모론을 찾아낸 셈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러스가 어떻게 중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왔는지, 지난 1월 말 중국인들의 입국을 차단함으로써 자신이 얼마나 많은 미국인의 생명을 구했는지 주절주절 늘어놓으며 대중의 두려움을 부추긴다.

2009년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팬데믹(대유행) 판정을 받은 신종플루(H1N1) 바이러스가 멕시코에서 제일 먼저 발견됐다는 사실을 그가 모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만약 그 사실을 안다면 트럼프는 ‘미국민의 안전’을 이유로 당장 멕시코와 맞닿은 미국의 국경을 폐쇄하려 들지도 모른다.

사실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처하려면 방대한 국경을 폐쇄하기보다는 감염 의심환자들을 안전하고도 신속하게 검사하고, 확진자들의 격리치료에 필요한 포괄적인 공중보건 시스템을 구축하며 확실한 예방과 대응 지침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최근 미국의 바이러스 감염 상황은 점차 심각해지고 있지만 미 정부의 대응은 거북이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2018년 트럼프가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의 팬데믹 사령탑을 해체한 것이 이 같은 ‘늑장대응’의 부분적 이유로 꼽힌다. 당시 트럼프가 제안했던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유관기관들에 대한 예산 삭감안까지 시행됐더라면 지금의 상황은 한층 악화됐을 것이다.

코로나19는 국가 간 교역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 국제 무역의 둔화세에서 짐작할 수 있듯 우리는 이미 탈세계화 국면으로 접어든 상태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작성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북미 지역 기업들 가운데 83%가 기존 공급체인(supply chains)의 이전을 계획 중이고, 이들 대부분이 중국 밖으로의 이전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관세와 국가안보를 공급망 이전의 이유로 꼽았지만 팬데믹 공포도 중국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강화하는 데 손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 수십 년간 계속 가속페달만 밟아온 세계화의 자연스러운 리밸런싱 작업이다. 그러나 과연 그게 전부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전적으로 정치와 정치인들에게 달려 있다. 만약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가 과장되거나 조작된다면 세계는 관세와 장벽, 그리고 거대한 장애물로 점철된 길을 따라 나아갈 것이다. 경제사학자인 앵거스 매디슨은 1차 세계대전과 함께 마지막 세계화의 시대가 무너져 내린 후 장장 30년 동안 무역과 이민의 흐름이 침체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추세는 1940년 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반전됐다.

여러모로 우리는 지금도 세계화가 완연한 시대, 그중에서도 특히 디지털 경제 안에서 생활한다. 블룸버그 보고서에 따르면 서비스 무역은 지난 10여년간 50% 성장했다. 정보와 기술 및 엔터테인먼트의 세계적 확산을 가리키는 로열티와 특허권사용료 역시 같은 기간 60%의 신장세를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이민 흐름은 사실상 안정을 유지한 반면 여행자 수는 매년 극적인 팽창을 거듭했다. 우리 인간은 지구상의 나머지 사람들과의 접촉을 원한다.

글로벌 시대의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은 지구촌 차원의 정보 및 의사소통 개선과 협력·강화처럼 글로벌화하는 것이다. 지구상의 그 어떤 국가도 혼자 힘으로 팬데믹을 막을 수 없다. 돌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중단시키려면 국제사회의 공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공포와 증오를 조장하고 이 모든 사태가 중국인들이 살아 있는 박쥐를 먹은 데서 비롯됐다는 턱없는 주장을 내놓는 것이 국제적인 공조체제를 구축하기보다 훨씬 쉽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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