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백상논단] 위기관리의 세 가지 성공 조건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신속한 전략·집행 필요했지만

中입국 차단·경보 상향 등 失期

현장 전문가에 충분한 권한 주고

리더는 마지막까지 수습 노력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비상상황이 지속되면서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극복 성공사례와 2014년 세월호 실패사례를 동시에 경험했다. 따라서 외환위기 관리의 성공요인과 세월호 사건의 실패요인을 살펴봄으로써 당면한 위기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외환위기는 1997년 10월 말 갑자기 발생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 금융기관의 단기채무에 대한 상환 연장이 전면 거절되면서 한국경제는 부도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도움을 요청했고 IMF는 큰 폭의 환율 평가절하, 긴축재정, 금리의 급격한 인상 등 거시경제적 조건에 더해 금융 및 재벌 개혁과 노동 및 공공부문의 대대적 혁신을 요구했다. 한국 정부는 이를 모두 수용하고 개혁안을 신속히 집행함으로써 1년 만에 경제가 정상화돼 IMF 프로그램으로부터 조기에 졸업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은 IMF라는 전문기관의 의견을 과감히 수용함은 물론 개혁 추진과정에서도 금융위원장과 경제부총리 등 전문가들에게 개혁 추진에 필요한 전권을 줬다. 이는 2008년 경제위기를 겪은 그리스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정치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아직도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사건은 위기관리의 대표적 실패사례다. 당시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균형을 잃고 침몰하기 시작하자 선장과 핵심 승무원은 “움직이면 위험하니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하고 자신들은 해경구조선을 이용해 제일 먼저 탈출했다. 이 사고로 단원고 학생 250명을 포함한 탑승객 304명이 사망했다. 세월호의 비극은 선박 소유주인 유병언 회장의 오직 이윤만 추구하는 무책임한 경영과 이준석 선장의 철저히 자기중심적 리더십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의 위기관리 리더십 프로그램은 성공적 위기관리의 첫 번째 조건으로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전문성이 있는 사람에게 지휘를 맡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9·11사태 당시 펜타곤 상황을 국방부 장관이 아니라 펜타곤이 소재한 지역의 소방서장이 총지휘관이 돼 사태를 수습했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은 최근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지켜지지 않았다. 의사협회·감염학회 등 전문가들의 건의가 무시됐고 실무책임자인 질병관리본부장에게 사태수습에 필요한 충분한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다.

성공적 위기관리의 두 번째 조건은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리더는 가장 먼저 들어가고 마지막으로 나온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2009년 US 항공 비행기가 뉴욕 허드슨 강에 불시착했을 때 기장은 모든 승객과 승무원을 먼저 내리게 하고 기내에 남은 사람이 있는지 두 번이나 직접 확인한 후 비행기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위기관리 리더십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이는 세월호 이준석 선장의 행태와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작금의 코로나19 사태의 경우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 직원은 물론 의사와 간호사 등 관련 전문가 및 공무원들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격려를 보낸다.

성공적 위기관리의 세 번째 조건은 위기일수록 당황하지 말고 실현 가능한 전략과 목표를 세우고 이를 적기에 집행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책 추진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음은 물론 시책의 내용이 사태를 수습하는데 충분할 정도로 강해야 한다는 점이다. 외환위기를 조기에 수습한 것은 사상 유례없을 정도의 강력한 개혁을 위기발생 초기부터 신속하게 집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의 경우 초기에 중국 입국자를 막지 않았고, 위기 경보를 ‘심각’ 상태로 상향조정하는 시기도 놓쳤음은 물론, 마스크 수급대책도 적시에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상황이 악화됐다. 지금이라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이 위기를 조기에 수습한 후 ‘코로나 백서’ 발간과 함께 앞으로 발생할 유사사례 위기대응방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기 바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