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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 거짓말의 희생양…은평성모병원 폐쇄 풀린다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 빨리 받으려던 30대

지난달 이송요원이 환자·간병인 2명 감염시킨

“은평성모 병문안 다녀와” 둘러대고 검사 받아

병원측 환자 등 2,725명 검사해 음성 나왔지만

‘확진자 발생 병원 관리지침’이 해제 걸림돌로

거짓말 드러나고 질본 유권해석으로 해법 찾아

800여 병상 규모의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이 현실에 맞지 않는 정부 지침과 코로나19 확진자의 거짓말 때문에 장기간 외래진료와 응급실 운영이 중단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코로나19 방역당국인 질병관리본부와 서울시는 이에 따라 곧 일시 폐쇄 상태인 은평성모병원을 ‘집중관리 의료기관’에서 해제하고 진료 재개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4일 질병관리본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은평성모병원은 이송요원A씨와 입원환자·간병인 등 3명이 확진된데다 또 다른 확진자 B(36세 남성)씨가 이 병원에 입원한 후배를 병문안한 뒤 코로나19에 걸린 것 같다고 거짓 진술하는 바람에 지난달 21일 외래진료에 이어 응급실 운영까지 중단되는 병원 폐쇄 조치를 당했다.

지난달 21일 오전 환자 이송요원 1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서울 은평성모병원에 임시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병원 의료진·입원환자 등에 대한 코로나19 검사와 B씨 등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A씨로 인한 병원내 감염자는 2명, 병원 밖 감염자는 A씨의 아버지 등 12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서울시의 2차 역학조사 결과 코로나19 검사를 빨리 받으려고 27일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은평성모병원을 다녀와 검사를 받고 싶다”고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의 거짓말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휘청거리던 은평성모병원에 치명타가 됐다. B씨가 28일 양성(바이러스 검출)으로 확진되자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B씨의 진술서를 토대로 동선을 밝혔고 ‘은평성모병원에 입원한 후배를 병문안했다’고 진술한 내용이 보도됐다. 은평성모병원은 감염병 관리가 허술해 코로나19 감염자를 다수 발생시킨 병원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 병원 이용자들도 다른 의료기관에서 진료 기피를 당하는 불이익을 당했다.

병원 측이 환자와 내원객의 안전을 위해 원내에서 코로나19 환자와 밀접접촉했던 190여명을 1~4인실에서 혼자 쓰게 격리하고 5일 동안 밤을 새워 환자 483명, 보호자·간병인 79명, 의료진과 지원인력 등 총 2,725명(3,279건)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해 음성(바이러스 미검출)으로 확인됐지만 사태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은평성모병원




B씨의 거짓말이 드러남에 따라 은평성모병원을 폐쇄 조치한 서울시와 은평구보건소도 비상이 걸렸다. 이번에는 방역당국의 ‘의료기관 관리 지침’이 걸림돌이 됐다.

질병관리본부는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만든 지침 때문에 응급실이 자주 폐쇄되는 등 부작용이 잇따르자 지난달 24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의료기관 관리’ 지침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새 지침도 코로나19 환자 발생으로 폐쇄 조치된 병원을 ‘집중관리 의료기관’에서 해제하려면 병원내 확진환자가 추가로 발생하지 않고, 접촉자에 대한 병원내 격리기간이 모두 끝나야 시·도 대책본부(필요시 즉각대응팀)가 해제 결정을 할 수 있게 돼있다. ‘접촉자에 대한 병원내 격리기간이 모두 끝나야 한다’는 조건이 문제가 됐다. 병원 밖 접촉자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수 있어 지난달부터 병원내 추가 감염자가 나오지 않고 있는 은평성모병원의 진료 재개 시점이 마냥 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최근 질병관리본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접촉자에 대한 병원내 격리기간’의 접촉자가 ‘병원내 접촉자’를 뜻한다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 염민섭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장은 “(A씨와) 병원 안에서 접촉해 감염된 확진자 2명이 이미 다른 병원(국가지정 음압격리병상)으로 이송됐으므로 병원내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만 충족하면 폐쇄를 풀고 진료 재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염 센터장은 이날 “지침 해석 등을 둘러싼 문제가 해소돼 서울시의 전향적 결정만 남았다”며 “오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 오늘자로 지침의 해당 문구를 ‘접촉자에 대한 의료기관내 격리기간’에서 ‘의료기관 내에 있는 접촉자의 격리기간’으로 고쳤다”고 했다.

은평성모병원은 코로나19 검사를 빨리 받기 위해 거짓말을 한 B와 허술한 역학조사, 불명확한 정부의 지침, 신속한 사태 해결을 위해 필수적인 병원과의 소통을 소홀히 해온 서울시·은평구보건소 때문에 큰 상처를 입었다. 하루 3,000명가량이 찾던 외래진료와 160~200명 정도가 이용하던 응급실이 멈춰섰고 650명 안팎이던 입원환자도 2일 0시 기준 236명으로 64% 줄었다. 코로나19 환자 치료가 가능한 7개의 음압병상도 비어 있다.

권순용 은평성모병원장은 “환자·의료진 등 전부를 검사해 ‘코로나19 청정 병원’으로 확인된 곳은 우리 병원 뿐일 것”이라며 “인구 100만명가량을 커버하는 지역거점병원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신속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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