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서초동 야단법석] 추미애 '공소장 비공개' 결단, 인권수호일까 정권방탄일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내 법무부 대변인실 사무실 ‘의정관’ 개소식에 참석해 현판식을 하고 있다./성형주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4일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공소장 전문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한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7일 동아일보가 단독 입수한 공소장 전문을 홈페이지에 공개했으나 그와 별도로 추 장관의 결정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국회에서는 피의자들이 검찰에서 기소된 직후 법무부에 공소장 제출을 요청해왔다. 법무부는 국회 요청이 오면 검찰에서 비실명 처리된 공소장을 건네받아 국회로 제출했다. 국회 의원실에서는 이를 언론에 전달해 보도될 수 있게끔 했다.

이번에도 지난달 29일 피의자 13명이 불구속기소된 직후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법무부에 공소장 제출을 요청했다. 추 장관은 6일 뒤인 4일 “공소장 원문은 제출하지 않되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 훈령)에 따라 공소사실 요지 등에 관한 자료를 제출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실제로 법무부가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4장 분량의 자료에는 피고인과 죄명, 공소사실 요지, 공소제기 일시·방식만 담겼다. 이는 검찰이 발표한 중간 수사결과 보도자료 내용과 사실상 같다. 둘 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지난 4일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문건./자료제공=주광덕의원실


법무부에서는 비공개 사유로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사건관계인의 명예 및 사생활 보호 △수사 진행 중인 피의자에 대한 피의사실공표 가능성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고 설명한다.

이중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명예 및 사생활 보호’는 기소된 피고인에 해당한다. 피고인들은 기소 이후 법원으로부터 공소장을 받아 재판 준비에 들어간다. 그런데 이같은 재판 준비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공소장이 공개되어 버리면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서 여론에 노출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2층에서 열린 법무부 대변인실 분실 ‘의정관’ 개소식에서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은 “(피고인이) 자기에게 (공소장이) 송달되기도 전에, 공소사실을 반박할 준비도 하기 전에 반박 내용과 무관하게 여론에 던져지는 상황이 지금까지 있었다”고 했다.

또 다른 비공개 사유인 ‘피의사실공표 가능성’은 아직 기소되지 않은 피의자의 혐의 내용이 알려지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임종석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추 장관은 6일 개소식에서 “이 사건은 관계자가 많고 수사 처분이 아직 결정이 안된 상황”이라며 “그분들에 대해서 관련 사실이 다 연관돼 있어 관련 사실과 함께 피의사실이 공표되는 것까지 심사숙고했다”고 말했다.

또 추 장관은 지ㅣ난해 12월1일부터 시행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은 비록 법무부 훈령이지만 헌법상의 권한을 고려해 만든 것이며, 법무부는 이를 지켜야 할 책무가 있다고도 했다.

법무부의 이 같은 설명에도 야당과 법조계, 시민단체 등에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먼저 ‘왜 하필 이번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부터 전문 비공개냐’는 의문이 팽배하다. 추 장관 취임 이후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인턴증명서를 허위발급해준 의혹을 받는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공소장은 지난달 23일 기소가 이뤄진 날 바로 국회에 제출돼 언론에 보도됐기 때문이다.

물론 최 비서관의 사건은 추가 수사 중인 피의자가 없어 피의사실 공표 문제에서는 자유로운 케이스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으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의 경우 나머지 피의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남아 있었는데도 3일 후 공소장이 국회에 제출됐다. 그 나머지 피의자인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그보다 9일여 이후인 지난달 29일 불구속기소됐다.



추 장관은 이와 관련해 앞선 개소식에서 “법무부가 만든 부령을 스스로 깨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늘 특정사건의 (공소장이) 공개되다 보니 이번 사건은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관한 규정을) 안 지키고 다음부터 지키겠다고 유보돼 왔다”며 앞으로는 원칙을 지키겠단 차원에서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사건부터 공소장을 비공개해야 할 특별한 사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때문에 공소장 비공개 시작 시점을 자의적으로 판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이라는 이 사건의 특성상 피고인·피의자의 기본권 보호보다 ‘국민의 알 권리’가 더 중요하지 않냐는 지적도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요체인데다 두 달 후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 피의자들 대부분이 청와대 관계자라는 점도 그 근거다.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받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이번 사안은 청와대 내지 정부가 지방선거에 관여했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것이어서 국민들이 즉시 알아야 하는 사항”이라며 “사생활 비밀 보장과 같은 공소장 비공개 원칙이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되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 국회의 공소장 전문 제출 요구를 법무부가 요지만 제출하는 식으로 ‘내는 시늉’만 했다는 것도 비판을 받는 지점이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자료 제출을 요구했는데 정부 부처가 사실상 거부하는 게 맞냐는 것이다.

다만 국회법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을 종합하면 국회가 자료 제출을 요구할 때는 국정감사나 국정조사 안건심의를 위한 목적이어야 하고 소위원회·위원회·본회의에서 의결을 통해야 하는데 공소장 제출 요구의 경우 목적과 절차 모두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법무부는 공소장 전문 제출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이같은 문제를 제기하진 않았다.

또 법무부와 국회 사이에서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이뤄져오던 것을 국회와 일절 논의도 없이추 장관 혼자만의 결단으로 바꾸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거세다. 참여연대는 5일 논평에서 “추 장관은 공소장 공개는 잘못된 관행이라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나 그런 판단은 일개 부서의 장인 법무부 장관이 아니라 국회증언감정법의 개정권을 가진 국회가 입법의 형식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정의당도 6일 논평에서 “노무현 정부 때부터 법무부는 15년 넘게 국회에 개인정보 등을 가린 공소장 전문을 제공해왔다는 점을 미루어볼 때 이번 결정은 타당성 없는 무리한 감추기 시도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며 “입법부에 대한 정보제공 여부를 판단을 행정부가 하겠다는 것은 독단이고 추미애 장관의 주장처럼 공소장 공개가 잘못된 관행이라면 이는 국회가 입법의 형식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이지 행정부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이번 공소장 공개 비공개 논란은 미국 법무부의 공소장 공개 방식과 시점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번지기도 했다. 임찬종 SBS 기자가 4일 오후 6시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국 법무부와 연방검찰은 (모든 사건에 대해 이렇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사회적 관심을 받는 주요 사건의 공소장을 관련자 실명을 가리지도 않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다”고 밝히고 5일 동아일보가 “법무부 검찰국 등은 미국 법무부가 주요 사건의 공소장은 피고인의 실명과 함께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사례 등을 들어 추 장관에게 공개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는 내용을 담아 보도하면서 미국의 경우에 관심이 쏠린 것.

이와 관련해 추 장관은 6일 “미국 법무부도 제1회 공판기일이 열리고 나서 홈페이지에 게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으며 법무부도 추가 설명자료를 내어 “기소된 형사사건에 관한 정보와 관련하여 선진화된 형사사법체계를 갖춘 나라들에서는 공개된 법정에서 재판 절차를 통해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미국의 변호사 및 검사 출신을 취재한 언론에서는 ‘기소와 동시에 공개가 원칙’이라는 취지의 팩트체크 보도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사례로 미루어볼 때 우리도 미국처럼 공소장을 공문서로 취급해 법무부가 기소 직후 직접 대중에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다만 미국 법무부의 공소장 공개 방식의 경우 이번 논란의 핵심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논란은 법무부가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은 데 대한 것이지 법무부가 공소장을 대중에 공개하는 방식을 두고 벌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법무부의 국회 공소장 제출에 관해서라면 미국에선 당연히 국회 요구에 법무부가 응하지 않겠냐는 얘기도 있다.



법무부는 이번 논란을 거치면서 ‘앞으로 제1회 공판기일 이후에는 절차를 거쳐 언론과 국회에 공소장을 공개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법무부가 주장하는 미국의 방식과 궤를 맞춘 것이다. 첫 공판기일이 열리면 검사가 공소요지를 낭독함으로써 공소사실이 공개되며 피고인 역시 재판부에 의견서 등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방어권을 충분히 갖추게 되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법무부는 이번 추 장관의 결단을 계기로 국회에 공소장을 제출하는 시점을 제1회 공판기일 이후로 미루게 된 셈이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법무부 혹은 검찰이 직접 대중에게 공소장을 공개한 전례는 없다. 지금까지 법무부가 정리한 입장도 국회의 공소장 요청이 있으면 제출함으로써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정부 부처가 직접 공개하는 관행이 자리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먼저 기소 이후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를 통해 공소장 공개가 시도될 수도 있다. 이 위원회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에 따라 각 검찰청에서 설치돼 있다. 출입기자단의 경우 공소제기 후 사건에 대한 공개를 위원회에 심의해달라는 의견을 낼 수 있다. 다만 해당 규정에는 공개 범위에 공소사실 요지 및 공소제기 일시·방식 등만 거론돼 있고 공소장 전문 공개 여부에 대해선 심의하란 내용은 없다.

국회가 법무부가 아닌 검찰에 직접 공소장 공개를 요구하고 검찰이 이에 응하는 관행이 생길 수도 있다. 앞서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검찰청에 이번 공소장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해둔 상태다. 해당 청구 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검토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이번 공소장을 법무부로부터 전달받은 국회 제출 요구에 따라 법무부에 전달했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