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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있으면 뭐하나요, 노는 법을 모르는데" 놀고먹기 프로가 전하는 4050이 잘 노는 법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 대표 인터뷰

“시간이 주어져도 노는 법을 모른다.”

이 시대 4050에겐 이 같은 오명이 뒤따른다. 회사가 전부인 줄만 알았다. 가족 뒷바라지가 이 땅에 태어난 사명이라 믿었다. 후배들 불러다 삼겹살에 폭탄주 마시고, 노래방에서 스트레스 날려버리는 게 유일한 취미이자 놀이였는데, 돌아오는 건 꼰대라는 또 다른 오명일 뿐.

라이프점프는 창간을 앞두고 사실 고민거리가 있었다. 라이프점프가 내건 기치 ‘일하는 행복, 돈 버는 재미’가 다 좋은데 평생 일해온 그들에게 또 다시 일하고 돈을 벌라는 것이 개운치 않은 탓이다. 여백을 채우기 위해 라이프점프가 가장 먼저 모신 이가 이우석 놀고먹기랩 대표다. 놀고 먹는 프로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만 50세가 된 올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광화문 스튜디오에 이 대표를 섭외해 그가 건넨 명함을 보고 질문이 생겼다.



- 명함이 독특한데 명함 속 이 BI는 혹시 본인을 이미지화한 것인가

“그렇다. 내가 좀 튀지 않나. 내 얼굴에서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을 전면에 내세웠다. 거기다가 떠오르는 태양처럼 솟아오르자란 의미도 담았다.”



- 자기소개를 해달라

“22년 동안 스포츠서울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17년을 여행전문기자로 일했다. 식도락, 여행이 주된 관심사다. 작년말 퇴사했고 더 즐거운 생활을 연구하는 놀고먹기연구소를 차렸다.”

- 기자생활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방송 출연을 많이 했다. 주로 식도락, 여행 관련 입담을 ‘과시’했다.”

- 직장인이면서 외부활동을 그렇게 많이 하면 회사에서 눈치를 주지 않던가.

“제가 다녔던 신문사에는 저처럼 외부활동을 하는 분들이 많았다. 스포츠중계하는 분은 매년 회사밖 일을 병행했을 정도였지만 그런 것을 말리거나 눈치 주는 곳은 아니었다. 운이 좋은 환경이었다고 생각한다.”

- 놀고먹기연구소라.. 이름이 굉장히 독특한데

“천성적으로 놀고 먹는걸 좋아한다. 게다가 일 자체가 놀고 먹는 것에 천착하다 보니 남들보다 이 분야에서는 해박하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나는 친구부자인데 어떻게 놀지 고민될 때마다 나를 찾으면 답을 주곤 했다. 친구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을 보고 ‘프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얼마나 잘 먹고 잘 놀았길래 그렇게 자신감이 넘치는가

“여행기자라는 것이 1년 52주 중에서 50주를 출장을 간다. 여행이 일이자 놀이였다. 국내 행정구역은 1개 특별시, 6개 광역시, 8개도에 75개 자치시와 82개 군으로 구성돼 있는데 모든 곳을 여행해봤다. 아, 한 군데는 빼야겠다. 증평에서는 1박을 해보지를 않았으니까.”

- 가본 곳 중엔 두번, 세번 이상 간 곳도 있을텐데 대단하다. 증평은 왜 숙박을 하지 못한 건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아마도 취재거리가 없어서였겠지. 이번에 연구소를 차리면서 올해 안에 증평을 취재하러 가겠다는 계획을 세워놨다. 지방은 서울과 달라서 계절에 따라서 풍광이 변한다. 여행의 묘미가 담겨 있다. 지방여행은 참 좋다.”



- 퇴사를 결심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입사했을 때 외환위기가 한창이었다. 이 직장에서 20년 넘게 머물지 그때는 상상하지 못했다. 사실 직장인이면 그냥 남아 있는 게 가장 쉽다. 20년 넘게 해오던 일인데 일은 쉽지 주변 동료도 잘 알지, 여건이 그렇다. 연식이 오래돼서 신선함은 떨어지지만 그래도 효율성은 높으니까. 그런데 회사로 보나, 개인적으로 보나 지금 이 시점에선 이렇게 하는 것이 서로에게 윈윈이겠다 싶었다.”

- 퇴사를 결심한 트리거는 무엇인가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생겨나면서 중간중간에 퇴사의 유혹에 빠졌던 적이 있다. 실행하지 않았던 것은 주체적이지 못해서였다. 타성에 젖어서 그냥 다른 거 해볼까, 아니면 지인이 같이 사업하자고 제안하든가. 내가 이게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퇴사하자고 생각했다. 작년 말쯤 그런 확신이 들었고 홀가분하게 관둘 수 있었다.”

- 놀고먹기연구소를 통해 어떤 사업을 할 계획인가

“여행, 식도락, 레저 등 내가 자신 있는 산업분야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해서 B2B 비즈니스로 엮어보는 일을 기획하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놀고 싶어한다. 그 방법을 모를 뿐인데 가장 잘 놀 수 있는 콘텐츠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강연이나 매스미디어 출연, 이런 건 많이 해봐서 이쪽에서도 좀 더 왕성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 퇴사 전까지 밑그림을 잘 만들어놨을 것 같은데

“그렇진 않다. 밑그림을 잘 그려놨는데 하나가 틀려지면 한꺼번에 와르륵 무너질 것 같아서 그저 단계별로 작은 목표부터 달성하자고 다짐했다. 물론 빅피쳐는 있다. 놀고 먹는 콘텐츠가 많이 있지만 그 많은 콘텐츠 중에서도 독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제1의 공급처가 되는 것이다.”

- 집에서 반대하지는 않았나

“아내는 내가 하는 일에 관심이 별로 없다. 잘 할 거라 그냥 믿어주는 것 같은데. 아이가 아직 어려서 큰 비용이 들어갈 곳이 없다는 점도 도움이 됐던 것 같다.”

- 올해 만50이 됐다고 했는데 우리나라 중년들, 특히 4050 남성들은 잘 놀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나도 그렇지만 4050은 오랜 공식에 길들여진 세대다. 빨리 저축해라, 빨리 승진해라, 이런 사회적 명령을 수용하는 마지막 세대들이지. 그러니 잘 놀지 못한다. 일하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으니깐. 그런데 이제 그런 분위기가 조금씩 변하는 것 같다. 집을 사는 걸 판단하기 전에 빨리 집을 사라고 강요 당했던 세대들이 이제는 일과 휴식의 균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인생의 후회 없는 후반전을 맞아서 나랑 함께 드리블해나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다.”

- 놀고 먹는 게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한국인들은 일하는 것이 전쟁터에 나간 군인 같다. 일만 하면 사람은 병 난다. 독감에 걸리면 약을 먹어야 하듯 일의 정점에 있는 4050들도 여행과 먹거리를 통해서 치유 받아야 한다. 4050 중년 남성들이 꼭 자기만의 취미를 하나씩은 가졌으면 좋겠다. 그게 정신건강에 매우 좋기 때문이다.”

- 잘 노는 방법이 따로 있을까

“그냥 좀 뻔뻔했으면 좋겠다. 서핑을 배우고 싶은데 젊은 사람들의 시선을 미리 의식해서 머뭇거리는 분을 봤다. 이렇게 우물쭈물하는 분들 주변에 많다. 뻔뻔하게 놀수록 즐거워진다. 술을 왜 먹는가. 술기운을 빌어서 조금 더 뻔뻔해지려고 그러는 거다. 속에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정작 원하는 일 앞에서 시어머니랑 캐리비언베이에 온 며느리처럼 구는 분들 많다. 그러지 말고 당당히 노셨으면 좋겠다.”



- 본질에 가까운 질문을 하나 하자. 잘 노는 게 뭘까.

“만족. 자기만족이다. 남들 눈에 비친 내 모습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즐겁고 내 입맛에 맛있으면 그게 잘 노는 거 아닐까. 내게 모자란 부분이 채워지는 것. 그것이 여행이고 레저고 식도락이다.”

- 여행 이야기가 나왔으니 질문이 생겼다. 전에 해외여행 나가는 한국인들의 양태를 비판하는 기사가 있었다. 해외여행지에서 한국사람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알록달록 등산복 입은 사람들이 한국인이다. 뭐 이런 류의 비판기사였는데.

“동유럽 7박8일 여행이라고 치자. 여행상품들을 보면 하나 같이 지역을 수집하는 것처럼 설계해놨다. 여행이 무슨 땅따먹기 게임도 아니고 여기 잠깐, 저기 잠깐, 이러한 노마드식 여행은 지양했으면 좋겠다. 서울의 반의 반만한 도시라 해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3~4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다음에 또 와야지 하고 생각하면 여행이 더욱 즐거워질 것이다.”



- 두 번째 인생을 준비하는 동년배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회사를 관두고 나니깐 모닝콜이 첫번째로 사라졌다. 좀 더 늦은 시간에 깨도 되니깐 그것만큼 행복한 게 없더라. 하지만 나태해지는 것을 막으려고 오전 10시까지는 사무실에 도착하자고 나름 원칙을 잡았다. 이렇게 새로운 삶을 맞이하다 보니깐 이런 생각이 들더라. 인생은 카드게임 같은 게 아닐까. 한장을 더 받을지, 아니면 이대로 승부를 볼지. 갑자기 변해버린 일상이 내게 말하는 것은 모든 건 자기판단이고 책임은 내가 지는 거라고. 지금 위치에서 가장 최선이 뭔지를 찾아서 그대로 실행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라이프점프에 글을 연재해주시기로 했다. 감사하다는 말씀과 함께 어떤 글을 쓸지 소개해달라.

“저랑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이 많을 거다. 회사 관두고 노트북을 장만했는데 거기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까는 법을 모르겠더라. 지금은 새로운 인생의 오제이티 기간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저랑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많을 거다. 그분들에게 쟤도 저러고 사는데 나는 어떻게 인생을 준비해야 할까, 같은 고민의 단초가 되는 글을 쓸 계획이다.“
/박해욱기자 spooky@lifeju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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