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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 새문안교회, 십자가 첨탑 대신 곡선 지붕...어머니 품처럼 세상을 보듬다

광화문역 인근 새문안로의 새문안교회 전경. 도심의 새로운 상징물로 자리 잡고 있다. /사진제공=서인건축




서울 중구와 종로를 걸쳐 뻗은 새문안로는 대한민국의 수백 년 역사를 품고 있는 길이다. 조선시대 광해군 이후 10대에 걸쳐 임금이 정무를 봤던 경희궁, 일제강점기 우리글을 지키기 위해 활동했던 한글학회, 백범 김구의 사저이자 공관이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이기도 했던 경교장까지 모두 이 길 위에 있다. 지난 1887년 선교사 언더우드가 국내에 들어와 처음으로 세웠던 우리나라 첫 교회도 새문안로 위에 있다. 바로 새문안교회다. 새문안교회는 개신교라는 종교가 우리나라에서 뻗어 나가는 출발점이 됐다는 의미에서 ‘어머니 교회’라고도 불린다.

지난해 새문안교회는 새로 지어졌다. 국내 교회 건축의 권위자인 최동규 서인건축 대표와 이은석 한양대 교수의 손을 거쳤다. 2010년 설계공모에서 서인건축의 설계안을 추진하기로 결정되고 실제 준공되는 데까지 걸린 시간만 9년하고도 2개월이었다. 최 대표는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광화문이라는 입지가 주는 무게감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는 “광화문은 역사적인 장소이면서 동시에 여전히 대한민국의 중심지”라며 “이곳에 어머니 교회가 지닌 상징과 120년의 교회 역사를 담고, 지역을 이용하는 수많은 시민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다시 짓는 일은 설계 측면으로나 행정 측면에서 까다롭고도 특별한 작업이었다”고 회상했다.

<어머니 품을 형상화하다>

1887년 세워진 국내 최초의 교회

설계~준공 9년...작년 새롭게 탄생



곡면부에 난 39개의 창문은 39장으로 구성된 구약을, 아래 아치 구조 아래 27개의 유리는 27장으로 된 신약을 상징한다. /사진제공=서인건축


그렇게 탄생한 새문안교회는 외관부터 내부까지 곳곳에 역사와 상징을 녹여냈다. 바깥에서 바라보는 새문안교회 조형의 가장 큰 특징은 정면에서 가운데가 안쪽으로 움푹 들어간 형태라는 점이다. 규정상 건축물은 도로에서 12m를 물러나면 되지만 새문안교회의 정면 가운데 부분은 그로부터 다시 20여m를 물러서 있다. 건물의 가운데를 좌우가 감싸는 형태로 이는 어머니의 품을 형상화한 것이라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최초 설계 단계에서부터 새문안교회가 제시한 건축 지침이 너무나도 명확했다”며 “거대 규모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교회가 아니라 어머니 교회로서의 역사성을 담고 이웃사랑이라는 주제를 나타내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머니 품을 형상화한 조형이야말로 새문안교회가 갖는 가장 큰 건축적 특징이자 역사성”이라고 강조했다.

<역사와 인문학을 담다>

예배당 벽면에 과거 벽돌이 그대로

39개 창·7개 촛대 종교적 상징 품어

기존 예배당의 모습을 재현한 새문안교회 1층의 예배당. 교회의 역사를 보존하기 위한 건축적 노력이다. /사진제공=서인건축




건물 안에도 역사를 간직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 1층 입구로 들어가면 나오는 작은 예배당. 이 예배당은 새문안교회를 새로 짓기 전 사용하던 예배당의 모습을 크기만 줄인 채 그대로 구현해놓은 공간이다. 예배당의 벽면에는 과거에 사용하던 벽돌을 그대로 붙여놓기도 했다. 이 예배당은 1972년 왕손인 이구의 설계 작품으로 알려져 애초 건물 자체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기도 했다가 건축 과정에서 발견한 과거의 도면에 설계자의 명의가 이구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예배당의 형태를 재현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교회로서 지니는 인문학적 상징도 새문안교회가 지니는 건축적 특징이다. 어머니의 품으로 형상화한 외벽 곡면부에는 39개의 창문이 별을 뿌려놓은 듯 불규칙하게 나 있다. 39개의 창문은 39장으로 구성된 구약성서를 의미한다. 정면 곡면부 아래로 시선을 돌리면 나타나는 입구의 유리창은 27개다. 이는 27장으로 이뤄진 신약을 뜻한다. 최 대표는 “입구의 모양을 아치형으로 설계한 것 역시 종교가 가지는 본연의 목적인 구원에 닿는 ‘구원의 문’이라는 상징을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4층 대예배실에서도 종교적 상징은 녹아 있다. 단상 위 천장을 12개의 나무판으로 나눠 장식한 것은 예수의 열두 제자를 뜻한다고 한다. 대예배당 좌측으로 난 기다란 7개의 창문은 성물 중에 하나로 언급되는 7개의 촛대를 형상화한 설계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

1·2층 개방...시민과 소통의 장소로

권위 벗고 인자함·이웃사랑 공유



코어 공간인 4층 대예배실. 단상 위 천장부의 12개 나무조각은예수의 열두 제자를 상징한다. /사진제공=서인건축


실용적인 면모도 갖췄다. 이런 식이다. 4층 대예배실은 수천 명의 신도가 한꺼번에 이용하는 곳인 만큼 예배시간이 끝났을 때 많은 인파가 쏟아져 나오게 된다. 이들이 엘리베이터나 계단으로 한번에 몰리게 되면 불편함은 물론 위험이 따르게 된다. 이에 최 대표가 고안한 방법은 복도식 회랑이었다. 대예배실의 문을 나와 회랑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레 1층에 닿게 되는 구조다. 최 대표는 “사람이 이동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은 길을 걷는 것으로 길을 내지 못하는 곳에 계단을 놓게 된다”며 “예배를 마친 신도들이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로 예배당을 나설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13층에 이르러 교회의 신도들이 함께 어울려 대화를 나누는 공간으로 가면 마치 시내 위워크의 공용공간과 같은 채광과 공간 구성을 볼 수 있다.



최 대표는 “새문안교회의 1층과 2층은 예배당과 휴식공간이 있을 뿐 전용 용도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나가는 누구나 이곳에 들러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처음부터 설계한 곳”이라며 “교회의 권위를 드러내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인자함과 이웃사랑, 시민들과의 공유를 구현하는 것도 설계의 주요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에 새문안교회의 1층은 뒤편의 세종문화회관 쪽 방향과 곧장 이어진다. 건물 가장 높은 곳 첨탑 위에 세우는 십자가를 벽면으로 넣은 것도 불필요한 권위를 내세우지 말자는 건축적 장치다.

생각난 김에 그에게 “강남 등지에 새로 지은 교회 건물들은 대체로 권위적이고 세속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최 대표의 대답이 재미있다. 그는 “그 큰 건물을 갖고 있는 교회가 좋은 일 했던 것 하나라도 기억나는 것이 있느냐”며 “건축 자체보다 그 교회의 활동 자체에서 권위적이고 세속적인 느낌이 풍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혹시 새문안로를 거닐 일이 있다면 안으로 들어가 추위를 피하거나 지친 다리를 쉬었다 가자. 새문안교회는 그러라고 만들어진 곳이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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