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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세월에 밀린 폐공장 '건물 속 건물'로 부활하다

[인천복합문화공간 '코스모 40']
40년 된 공장이 전시장·공연장으로
환경규제 등으로 멈춰섰던 화학공장
1·2층 뼈대만 남겨 전시·행사 선봬
리모델링규제와 싸움 끝에 나온 설계
녹슨 철제빔·제어기 '폐허美' 보존하려
내부에 독립 건물 올려 이채로움 뽐내
높은 층고에 벽 없어 공간적 색다름
공간-공간 규격 벗어나 하나로 이어져
방문객 장애없이 독특한 분위기 만끽

  • 박윤선 기자
  • 2020-01-22 17:49:43
  • 정책·제도
[건축과 도시]세월에 밀린 폐공장 '건물 속 건물'로 부활하다
인천 서구에 위치한 코스모40 전경. 1970년대 지은 공장 건물을 활용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신축 건물이 낡은 공장 건물의 3층을 통과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오래된 공장의 흔적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나온 결과물이다. /사진제공=신경섭

인천 서구 장고개로 가재울 사거리에서는 서면 도로 하나를 사이에 놓고 아파트와 도심 공업단지가 마주 보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지금처럼 공장을 세우는 데 규제가 까다롭지 않았던 지난 1970년대 공장들이 자리를 잡은 탓에 주택가와 작은 공장들이 한데 모여 있게 된 것이다. 서울 을지로 세운지구나 성동구 성수동처럼 그 옛날 이곳 또한 공장 돌아가는 소리가 끊기지 않았다. 그러나 과거의 명성은 빛바랜 지 오래다. 많은 업체가 울산이나 여수 등지로 공장을 옮기면서 예전만큼의 활기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 일대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던 코스모화학 또한 2016년 인천 공장을 정리하고 울산 공장으로 통합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산화티타늄을 생산하던 이 업체는 대지면적 7만6,000㎡에 45동에 달하는 공장 건물을 보유하고 있었다. 물론 이제는 그 위용을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땅은 30여개 필지로 쪼개져 각기 주인을 찾아갔고 공장 건물도 모두 철거됐다. 오직 단 하나, ‘40동’을 제외하고 말이다. 바로 복합문화시설 ‘코스모40’이다.

[건축과 도시]세월에 밀린 폐공장 '건물 속 건물'로 부활하다
탱크가 있던 빈 공간 등 과거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내부. /사진제공=신경섭

◇40년 된 공장이 전시장·공연장 갖춘 복합공간으로

40동을 살려낸 것은 지역 터줏대감인 심기보 ‘신진말’ 대표와 로스터리 카페 ‘빈브라더스’를 운영하는 에이블커피그룹이다. 계기는 철거 직전인 2016년 심 대표가 40동에 몰래 들어가 본 것이었다. 당시 그는 거대한 구조를 지탱하고 있는 철제 기둥과 콘크리트벽, 그리고 이를 둘러싸고 있는 세월의 더께에 한눈에 반해버렸다. 심 대표의 소개로 이곳을 찾은 성훈식 에이블커피그룹 디렉터도 이곳의 ‘폐허미’에 빠져들었다. 마침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을 구상하던 이들의 눈에 우연히 발견되면서 40동은 코스모40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오래된 건물을 수선하고 리모델링하는 것은 신축보다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 하지만 이들의 옵션에는 처음부터 신축은 없었다고 한다. 당연히 이 공간 고유의 아름다움을 지키는 것이 곧 건축의 목표가 됐다. 건축가 겸 디자이너이자 공공예술 작가인 양수인 ‘삶것건축사사무소’ 소장과 손을 잡고 머릿속 그림을 현실화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장고 끝에 나온 답이 ‘건물 속의 건물’이다. 기존 공장 건물이 다치지 않도록 공장 건물 안에 몇 개의 기둥만 박아 그 위에 작은 건물을 올리고 외부 계단 등과 연결했다. 땅 하나에 독립된 두 개의 건물이 동시에 존재하는 셈이다. 3층에 위치한 카페 구역이 이런 방식으로 새로 지은 부분이다. 카페와 베이커리, 펍이 영업 중인 이 신축 공간에서 안으로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과거 공장 건물과 이어진다. 신축 부분은 매끈하고 깔끔하지만 공장 구역으로 한 발짝만 옮기면 녹슨 철제빔과 제어기기 등이 남아 있는 공장 사무실 등 이채로운 모습이 드러난다.

신축한 3층의 일부 공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옛 모습 그대로를 보존했다. 1층과 2층은 건물의 뼈대만 남겨둔 텅 빈 공간으로 전시나 공연·행사 등이 가능하다. 4층 역시 강연, 작은 상영회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준비하고 있다. 1층으로 들어가 내부 계단을 이용할 수도 있으나 보통은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외부 계단을 통해 3층으로 바로 올라간다. 새로운 공간을 통해 옛 공간으로 이어지는 동선이 만들어진다.

[건축과 도시]세월에 밀린 폐공장 '건물 속 건물'로 부활하다
신축 건물과 오래된 공장 건물이 만나는 지점. 창문을 모두 열어 하나의 공간으로 이용할 수도 있고 창문을 닫으면 별도의 공간으로 쓸 수 있다. /사진제공=신경섭

◇ 건물 속의 건물…규제와의 싸움 끝에 나온 설계

건물 속의 건물이라는 코스모40만의 독특한 구조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도시재생의 현실과 동떨어진 리모델링 규제가 있다. 현행 리모델링 규제에 따르면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할 때에는 최신 건축법에 따라야 한다. 안전과 에너지효율 등을 위한 조치지만 문제는 재생에는 이러한 잣대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래된 것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와 매력 때문에 재생을 하는데 건축법 탓에 그러한 매력을 다 지워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하나하나 수제로 만들어 끼웠을 오래된 유리창 같은 것은 단열을 위해 새로운 창호로 바꿔야 한다. 리모델링하고자 하는 건물이 3층 이상일 경우 기둥에 내화 페인트를 칠하도록 하고 있다. 4층 규모인 코스모40도 예외가 아니었다. 기둥이 화재에 강한 굵은 철제빔으로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내화 페인트를 바르라는 통보를 받았다.

낡은 공장의 이른바 폐허미를 보존하기 위해 이들은 별별 대안을 검토했다. 천장을 터서 야외로 만들어 2층 이하의 건물로 만들거나 공장 건물 외부에 딱 붙여 신축 건물을 짓는 방법 등이었다. 최종적으로 선택된 안은 신축 공간을 하나의 완전히 독립된 건물로 설계하는 방식이다.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이 아니라 새 건물을 신축한 것이기 때문에 신축 부분만 최신 건축법을 따르면 된다. 성 디렉터는 “공간의 개성을 망치지 않기 위해 짜낸 방법”이라며 “난간 높이를 높이는 등 안전을 위한 장치는 적극적으로 설치했다. 하지만 재생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리모델링 규제에 아쉬움이 크다. 소화시설을 추가로 설치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오래된 건물의 매력을 지키면서 안전도 담보할 수 있는 맞춤형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축과 도시]세월에 밀린 폐공장 '건물 속 건물'로 부활하다
3층 신축 건물 부분을 지지하고 있는 기둥. 원래 있던 공장의 기둥을 네 개의 새로운 기둥이 둘러싸는 방식으로 디자인했다. 조명을 설치해 독특한 느낌을 준다. /사진제공=신경섭

◇높은 층고에 벽 없이 툭 트인 공간…방문객도 선호

이러한 건축가와 건축주의 노력을 안 것일까. 이곳을 찾는 이들도 신축 공간보다 오래된 공장 공간부터 먼저 채워진다고 한다. 심 대표는 “신축 공간과 공장 공간이 아무런 장애 없이 하나로 이어져 있는데 방문객들이 안쪽의 공장 공간을 훨씬 선호한다”고 전했다. 성 디렉터는 “아무래도 공장의 독특한 분위기와 공간감을 선호하시는 것 같다. 층고가 높고 탁 트여 있으니까. 우리가 보통 생활하는 아파트나 오피스는 층고가 매우 낮다. 경제적 논리를 따지기 때문에 그런 모양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는 그런 규격에서 탈피해 있는 곳이다. 방문자 입장에서는 특별한 공간적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심 대표는 “편안하게 부담 없이 들어와 이른바 ‘재생 공간’ 구간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왔으면 하는 것을 의도했다”며 “2018년 10월 완공 이후 찾아주시는 분들을 보면 그러한 우리의 의도가 실현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동네를 잘 찾지 않던 젊은 세대는 물론 가족이나 중장년층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건축과 도시]세월에 밀린 폐공장 '건물 속 건물'로 부활하다

[건축과 도시]세월에 밀린 폐공장 '건물 속 건물'로 부활하다
신축 건물의 기둥을 설치한 것을 제외하면 내부는 기존 모습을 최대한 보존했다. /사진제공=신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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