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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도 BTS도…K팝 스타들, 현대미술과 눈 맞았네

동방신기, 이반 나바로와 협업

사회적 메시지 감성적으로 전달

BTS '5개국 현대미술 프로젝트'

세계적 거장들 손잡고 소통 나서

빛과 거울 등을 이용해 작업하는 칠레 출신의 설치미술가 이반 나바로가 동방신기의 의뢰로 작업한 ‘TVXQ!’가 강남구 SM뮤지엄에서 전시되고 있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그룹 동방신기의 영문 약자인 ‘TVXQ’가 그들의 상징색인 붉은 빛의 터널 속으로 무한히 뻗어 나간다. 벽을 뚫고 들어간 것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칠레 태생의 세계적 작가 이반 나바로가 동방신기에게 영감을 얻어 제작한 작품 ‘TVXQ!’이다. 지난해 말부터 서울 강남구 코엑스의 에스엠타운뮤지엄(SMTOWN Museum)에서 전시 중이다.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 칠레관 대표작가이기도 했던 나바로가 특정인을 위한 커미션 작업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동방신기와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 측이 최근 몇 년간 국내외에서 열린 이반 나바로의 전시를 꾸준히 살펴본 후 협력 작업을 제안했고, 수 개월에 걸친 논의와 교감 끝에 작품이 탄생했다. 칠레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바로는 밤이 되면 전기를 차단해 빛을 억압함으로써 주민들을 통제한 독재정권의 폭력성을 경험했고, 이를 예술작업으로 승화해 네온·형광등·백열등 등을 소재로 사회적 메시지를 감성적으로 표현해 왔다. 빛과 거울을 이용한 착시에 건축적 요소를 끌어들였고, 최근에는 악기 드럼과 의성어를 이용해 시각·청각을 접목한 공감각적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반복된 반사가 무한함을 느끼게 하는 나바로의 작품은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동방신기의 무대 위 퍼포먼스를 떠올리게 한다.

토마스 사라세노의 신작 ‘플라이 위드 에어로센 파차’의 작업 준비 장면. /사진출처=Connect,BTS 홈페이지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태양열과 공기, 바람만을 이용해 대형 기구를 띄우는 아르헨티나 출신 설치미술가 토마스 사라세노의 신작 ‘플라이 위드 에어로센 파차(Fly with Aerocene Pacha)’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북부의 살리나스 그란데스의 광활한 염전 위로 떠올랐다. 작가의 상상력은 오로지 자연에서 얻은 에너지 만으로 지구 생명체들의 거주지를 하늘 위까지 확장시키고자 했다. 이 작품의 후원자는 세계적 그룹인 방탄소년단(BTS). 3월 22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는 BTS가 전 세계 5개국에서 펼치는 대규모 현대미술 프로젝트 ‘커넥트(Connect), BTS’의 일환이다. 지난 14일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제이콥 스틴슨의 전시 개막과 함께 공개된 이 프로젝트는 다음날 베를린 마틴그로피우스바우미술관의 전시로 이어졌다. 오는 28일에는 서울 DDP에서도 전시가 열린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2월 4일 뉴욕에서 공개될 조각가 안토니 곰리의 신작이다. 뉴욕 브로클린 브리지 피어3에서 선보일 작품은 18㎞ 길이의 알루미늄 선으로 구성한 입체 조형물로, 관객이 작품 속을 직접 걸어다니며 각자의 동선과 시선에 따라 각기 다른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전시는 물론 준비 과정, BTS 멤버들의 편지와 인터뷰, 참여작가들의 영상인터뷰 등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유하는 이 프로젝트는 소통과 BTS 특유의 선한 영향력이 이뤄낼 수 있는 예술적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방탄소년단.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토마스 사라세노의 ‘무세오 에어로 솔라’. /사진제공=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세계적인 K팝스타와 현대미술가의 협업 열기가 뜨겁다. 대중문화와 미술의 만남은 앤디 워홀이 그룹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일명 ‘바나나 앨범’(1967년)을 프로듀스하고 바나나 그림을 현대미술의 아이콘으로 사용한 것이나, 비틀즈의 멤버 존 레넌과 결혼한 예술가 오노 요코가 1960년대 말 반전 평화운동의 퍼포먼스를 펼친 사례 등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국내에서도 앞서 빅뱅의 지드래곤과 탑 등이 예술과의 협력을 모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지만 BTS와 동방신기의 경우 보다 적극적이고 사회적 파급력이 더 커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지드래곤은 현대미술과 콜라보레이션 하면서 자신이 디렉팅해 화가가 종속되는 느낌이었다면 BTS는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해 서로를 존중하는 예술협업 방향을 보여줬다”면서 협업의 형태를 강조했다. 김 평론가는 “협업은 서로의 세계관에 대한 동의와 합의를 전제로 하고 그래야 서로 종속되는 일도 없이 동등하게 성장할 수 있다”면서 “그간 배우나 가수들이 화가로 나서 유명세를 기반으로 그림을 판매한 것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지만, 최근의 움직임은 전혀 다른 양상”이라고 강조했다.

대중문화와 순수예술이 장르의 벽을 깬 협력은 대중문화의 격을 높이고, 순수예술의 폭을 넓히는 상호 확장성을 추구할 수 있다. 과거 메세나와 패트론 등의 후원방식이 상업 자본을 기반으로 했다면 21세기는 영향력 있는 스타들의 ‘문화자본’이 더 확고한 후원의 배경이 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문화비평가인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원래 동시대예술이 팝아트와 교감이 많고, 전위적인 아방가르드 예술의 특징이 삶과 예술의 경계를 없애는 것이기에 미술이 대중문화와 접합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아방가르드가 평범한 사람들을 예술의 표현으로 삼던 것과 비교한다면 상당히 상업화 됐다고도 볼 수 있다”고 평했다. 이 교수는 “현대미술의 확장이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문화자본가인 스타들이 미술을 택했을 때 경제적 요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상인·김현진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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