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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수칼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공화주의 핵심은 견제와 균형인데

文정부 들어 靑 폭주기관차화 심각

선거법 등 날치기에 검찰도 무력화

대통령이 공화국 운운할 자격 있나

오철수 논설실장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우리 국민이 되찾고 지켜낸 민주공화국이기에 그 이름에서 가슴 뜨거움을 느낍니다.” 7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했던 말이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우리나라 헌법에는 민주공화국을 규정해놓고 있다. 민주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뜻이다. 공화주의는 무엇인가. 이탈리아 출신의 정치학자 모리치오 비롤리는 이를 법치주의의 틀에서 자유와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로마 시대에 발달하기 시작한 공화주의 사상은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도시국가를 거쳐 근대와 현대 서구권에서 국가의 성격을 규정하는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 헌법 첫머리에 공화주의를 규정해둔 것도 이 가치가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금 이 헌법정신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공화주의가 심하게 위협받고 있다. 비롤리는 “공화국은 시민들이 어느 누구에게도 주종적 지배를 허락하지 않는 공동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법치주의와 권력분립이다. 분권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이뤄져야 시민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헌법이 입법·사법·행정부 간 권력분립을 규정해놓고 있지만 대통령이라는 폭주기관차를 그 누구도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입법부부터 보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오락가락하는 들러리 신세가 된 지 오래다. 견제와 균형은 꿈도 꾸지 못한다. 여기에 바른미래당과 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까지 가세해 만든 이른바 4+1협의체라는 법적 근거도 없는 단체는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을 힘으로 밀어붙여버렸다. 이들은 민의를 의석에 충실히 반영하자는 명분을 내세워 선거법을 통과시켰지만 여당과 군소야당의 이해가 얽히면서 당초 취지는 온데간데없게 돼버렸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연동률이 왜 50%가 돼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그저 4+1협의체에 참여한 정당들이 의석을 늘리기 위한 협잡일 뿐이다. 사정은 공수처법도 마찬가지다. 당초 정부가 검찰 개혁에 나선 것은 검찰을 권력으로부터 독립시켜 정권 하수인 노릇을 하는 것을 막고 자의적인 권력 행사로 인한 국민들의 권리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4+1협의체가 통과시킨 법에 규정된 공수처는 수사기관에 가장 요구되는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 ‘검찰이 고위 공직자 범죄를 인지하면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독소조항이 들어 있는데다 공수처장과 수사검사를 정부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말을 듣지 않는 검찰 대신 정권에 고분고분한 공수처를 만들어 수사의 칼을 휘두르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대통령을 견제해야 할 국회가 오히려 청와대의 앞잡이 노릇을 했으니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청와대의 독주는 이제 검찰까지 무력화시킬 태세다. 그동안 청와대와 여권이 정권 관련 수사를 하는 검찰에 공개적으로 압박을 넣은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인사권 행사를 통해 수사 지휘라인을 모조리 교체해버렸다. 이로써 윤석열 검찰총장은 수족이 모두 잘린 상태에서 고립될 처지에 놓였다. 이는 사실상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가운데 대법원도 적폐청산과 사법개혁 등 정권에 코드를 맞추기에 급급할 뿐 권력분립에는 관심도 없다. 그 어디에도 대통령을 견제할 기관은 보이지 않는다.

어느 정치체제에서든 견제받지 않은 권력은 폭주하기 마련이다. 권력의 균형추가 너무 심하게 기울어지면 공화주의 정신은 물론이고 민주주의 자체도 위태로워진다. 그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우리에 앞서 민주주의를 실천한 국가들이 엄격한 삼권분립을 규정해두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제라도 헌법에 규정된 견제와 균형의 장치 복원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국민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오는 4월15일 치러지는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중요한 이유다. cs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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