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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싱크탱크 제언] 창의적 아이디어 대접하는 사회로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배달앱 기업가치가 4조 넘는 등

창의적 아이디어로 돈 버는 시대

노동시장 개혁·규제 개선 통해

한국 이끌 신사업 육성 나서야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1969년 대학교 2학년 때 유명한 철학 교수인 고(故) 박종홍 교수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박 교수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갔더니 어떤 근로자들은 오전10시에 출근한 후 2시간 일하고 퇴근하더란다. 그런데 그들의 임금은 일반 근로자들보다 3~4배나 많았다. 그들의 직업은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다. 당시 한국은 새벽 종소리를 들으며 출근하고 별을 보고 퇴근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했고 일하는 시간에 따라 돈을 버는 사회였기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후 “열심히 일만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 개발 등 머리를 잘 써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던 모습이 새삼 떠올랐다. 세상은 이미 반세기 전에 노동의 절대량보다 고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대접해주는 사회로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원·기술·자본 하나 없던 한국은 오직 국민들의 피땀 어린 노동력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그런 나라이니만큼 육체적 노동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노동이 소중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다. 지금은 열심히 일만 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아니다. 더 많은 노동시간을 투입해야 더 많이 생산하는 것도 아니다.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을 보라. 우버·에어비앤비 같은 공유경제나 구글·유튜브 같은 플랫폼 산업은 많은 노동력을 투입하거나 대규모 실물자산을 소유하지 않고 사람과 사람, 기업과 기업, 기업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것만으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지 않은가.

시대가 변하면 생각도 바뀌어야 하나, 우리 사회는 여전히 반세기 전 국가주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특히 ‘불로소득’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죄인인 양 공격하기 일쑤다. 성공한 최고경영자(CEO)의 보수가 많다고 비난하고, 투자를 잘한 금융인에게 노동 없이 너무 많은 돈을 벌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 돈을 번 사업이 부동산이라면 투기꾼이라는 지탄도 받는다. 그러다 보니 국가가 그 이익을 회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규제 폭탄을 쏟아내는 것이다.



언제까지 노동을 통해 돈을 벌었는지 아닌지로 선악을 판단할 것인가. 이미 육체적으로 땀 흘리지 않아도, 획기적인 기술과 남다른 아이디어가 있으면 더 많은 돈을 버는 시대다. 아마존이라는 플랫폼 기업 하나의 가치가 삼성전자의 3배에 달하고, 배달 애플리케이션 하나의 가치가 4조원 넘는 것이 이미 현실이지 않은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 불로소득이라는 오명을 씌워 비난하기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 추진력에 박수를 보내야 한다.

경제 시스템도 바꿔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생존하려면 노동시장 개혁, 규제개혁이 필수다. 경직적인 노동시장 때문에 시장 변화에 맞춰 인재를 적재적소에 쓰지 못하거나, 아이디어가 있어도 규제에 막혀 사업을 할 수 없다면 대한민국을 이끌 새로운 산업은 나올 수 없다. 변화와 도전의 길을 외면하고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솔깃한 구호에 빠진다면,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 맥킨지의 경고처럼 한국은 서서히 끓는 물 속에서 죽어가는 개구리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흔히 한국이 선진국의 막차를 탔다고 한다. 하지만 유효기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선진국이 되려면 남들과는 다른 생각과 실행력으로 승부하고 이를 응원하는 성숙한 사회로 거듭나야 한다. 2020년은 낡은 시각과 틀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창의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지는 해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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